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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May 26. 2022

뭐가, 무화과

30분 1글 #7

  자세히 보면 잎 가생이가 톱니처럼 이가 들쑥날쑥 나 있다. 우리가 본 무화과 잎의 크기는 초등학생 저학년 손바닥만한 크기였다. 나풀나풀 거리는 잎은 세 갈래로 갈라져 있다. 캐나다 국기의 단풍잎처럼 대놓고 갈라지진 않았다. 얼핏 봤을 때는 한 뭉텅이로 보일 수 있을만큼 수줍게 갈라져 있다.


  무화과. 꽃이 피지 않는 과일이다. 크게 자라는 나무의 이파리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엮으면 옷을 만들어 입을 수도 있을 크기란다. 그 옛날,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고 에덴에서 쫓겨날 때, 그 곳을 가릴 목적으로 쓴 것이 무화과 나무의 이파리였다고 한다. 잎은 짙은 초록색인데 쨍한 초록색은 아니다. 물이 살짝 빠진 듯한 초록색이다. 두께감이 없지 않은 이파리라 무엇인가를 가렸을 때 그 너머에 있는 것이 보이진 않을 것 같은 그런 잎이다.


  잎은 살짝씩 엇갈려 난다. 화분에 담긴 무화과 나무는 키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30cm 정도의 작은 나무는 나무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대부분의 가지가 목질화가 되어 있었다. 바람이 꽤 부는데도 흔들림이 없었다. 잎이 달린 가는 가지만이 바람에 흔들릴 뿐. 누가 꽃이 피지 않는 과일을 달고 있는 나무가 아니랄까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바람에 쉬이 나부끼지 않고 작지만 우직하게 있다.


  무화과가 담긴 화분에는 작은 풀잎들이 서너 개 같이 나고 있다. 길지 않은 가지가 적당한 두께감으로 뻗어나가고 있는데 잎은 주로 윗부분에서 나고 있어서 화분과 만나는 지점에는 안정감이 있는 공간이 생긴다. 그 공간을 차지하는 여린 잡초들이 있다. 잡초라기엔 마치 세입자처럼, 혹은 이웃 주민처럼 그 풀잎들은 무화과의 옆에서 자라고 있다.


  바람에 지나치게 흔들리지도 않고, 도톰하면서 물 빠진 색깔의 딱 그 이파리만큼 흔들리는 작은 무화과는 시간이 지나면 열매를 맺을 것이다. 그 옆에서 나고 있는 풀잎들도, 크게 자라지 않고 무화과가 내어준 공간만큼 자랄 것 같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각자의 할 일을 하면서 말이다.




- 작은새 피드백 (같은 주제로 같이 쓴 작은새의 글 : https://brunch.co.kr/@4eeeac81451f407/42)

나는 전체를 볼 때 지음은 하나에 집중해서 썼다. 이번에도 글이 돋보이게 하는 하나의 ‘문제의식’이나 ‘주제’가 명확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면 비로소 본인의 맛이 나는 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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