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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ribi May 27. 2024

#11. '귀촌하니 좋아?'라고 묻는 그대들에게

이사를 하고 난 후, 요즘 주말은 귀촌을 했다는 우리 가족의 소식을 궁금해 한 친구들과 지인들을 초대해서 시간을 보낸다. 다들 하나같이 '좋냐' 물었고, 난 1초도 뜸들이지 않고 '좋다'고 답한다. 좋으러 온 건데, 좋지 않으면 이상하니까. 


하지만 좋은 것도 있고, 그 좋은 것과 함께 따라오는 좋지 않은 것도 있다. 무슨 일이든, 어떤 삶이든 그렇지 않을까. 누구에게 어떤 것이 더 우선한지에 따라 다를뿐. 


넓은 통창으로 언제나 산을 보고, 계절을 누릴 있는 정말 좋다. 하지만 그걸 누리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 자연 가까이에 살기 때문에 다양한 벌레와 눈마주치는 일은 감수해야 한다. 주말, 숙취로 허덕일 때도 내손으로 해장국을 끓여 먹어야 한다. 배달해주는 곳이 없으니까. 청소를 밖도 청소해야 한다. 거미와 말벌이 함께 집을 지으려 하니까. 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는 차로 실어 날라야 한다. 집근처에 있었으면 편했겠지만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시골에서는 금새 더러워졌겠지. 엄마아빠와 같은 동네에 살아서 밥도, 반찬도 얻어 먹어서 좋지만 그만큼 친척들에게 노출(?)될 위험(?)이 많아졌다. 어떤 일이든 좋은 있으면 반작용처럼 따라오는 그렇지 않은 면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나는 새로운 터전에서 새로운 집에서 새롭게 시작한 이 삶이 좋다. 이 조건들이 갖춰져서가 아니다. 내가 살고 싶어하는 삶을 어렴풋 깨닫고, 이걸 만들어내기 위해 애썼기 때문이다. 언제, 어느 때에 나는 다시 다른 방식으로 살겠다며 훌쩍 도시로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혹은 남편이 그럴 수도 있고. 그저 내가 지금 좋은 이유는, 우리가 살고 싶어하는 삶의 방향을 맞춰서 그렇게 노력했고 그걸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삶에도 정답은 없다. 무수히 많고 다양한 삶이 있을 뿐이다. 각자의 삶에서 때에 맞게, 사람에 맞게 삶의 가치를 찾아나가는 그 과정이 '삶'인 것 같다. 삶은 결국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고민, 미래의 꿈으로 만들어지는 거 아닐까. 


나는 이 새로운 터전에서 내일을 꿈꾼다. 또 어떤 신나는 일을 해볼까, 어떤 사고(?)를 쳐볼까. 어제의 내가 그랬듯, 오늘의 고민을 딛고, 재미나는 내일을 살아야지. 내가 귀촌한 이유이고, 귀촌해서 좋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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