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세이] 과거를 정의하는 '나'만 있을 뿐.
과거를 회상하게 되면 흐릿한 기억과 함께 이런저런 생각들이 불현듯 떠오른다. 동일한 인물, 같은 사건을 떠올리면서도 시점에 따라 현재 시점의 '나'는 다른 감정을 느끼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내게 상처 주었던 어떤 사람의 행동이 극도로 미화되기도 하며, 행복했던 추억들이 어느 순간 더 이상 꺼내보기에는 시린 아픈 상처가 되기도 한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이 힘겨웠던 시절의 '나'는 괴로웠으나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이 있었기에 조금 더 행복해졌다고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한다. 상처 받았던 과거의 '나'는 변하지 않았지만 과거를 정의하는 '나'는 변했기 때문이다.
후회라는 것은 지나온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때의 내가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그때 운이 좀 더 좋았었다면 어땠을까. 그때 누군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더라면. 갖가지 생각들은 나를 괴롭히고 꼼짝없이 가둔다.
지나온 것들이 아쉬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금의 '내'가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행복한 사랑에 빠져있을 때는 과거의 헤어짐이 괴로웠을지언정 지금의 상대를 만나기 위한 준비 과정이 될 수 있다. 취업에 실패해 절망적이고, 참담했던 시절도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내 자리를 찾게 되면 그 길은 내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현재 과거의 나를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의 '나'는 흘러온 과거를 자유자재로 현재의 '나'의 시점에서 재정의할 수 있다. 과거의 사건에 '어떤 의미를 둘 것인가'는 내 태도에서 결정된다. 이미 흘러간 시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은 '과거'의 내가 만족스럽도록 지금의 '나'를 다시 쓰는 것뿐이다.
즉, 과거는 앞으로의 인생에 아무 상관도 없다.
그러니 더 이상 '과거'의 사건이 내 미래를 결정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과거'는 절대적이지 않다.
'과거'를 정의하는 나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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