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벌개미취, 산국 이야기 / 숲속 인문학
무식한 놈
안도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 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매난국죽(梅蘭菊竹), 사군자(四君子)중 하나인 국화가 왜 군자소리를 듣는 것일까요?
다른 꽃들이 한참 만발하여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때를 지나 늦게 피어나는 국화는
늦은 가을부터 서리가 내린 다음,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계절까지 오랫동안 피는 꽃으로
수수하고 고고한 기품을 지킨다하여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국화를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고 하기도 했는데 ‘절개를 지키는 향기로운 꽃’이라는 뜻이라고...
봄꽃이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희망의 꽃이라면
가을꽃, 국화는 긴 여름을 이겨내고 꽃 피워, 서러운 겨울을 맞이 해야 하는 절개의 꽃이고
봄꽃이 봄바람처럼 마음 들뜨게 하는 꽃이라면
가을꽃, 국화는 단풍지는 가을처럼 마음 차분하게 하는 순수의 꽃이랄까요?
수많은 봄꽃과 여름꽃에 비해 가을꽃은 그리 많지가 않으니
그만큼 더 사랑받아야 할 꽃이 가을꽃이겠다 싶습니다.
꽃 피우고 있는 아침 저녁으로 냉냉한 추위에 맞서야 하는 의지가 필요하겠지요.
'기필코 꽃피워 보이리라'는...
그래서 더욱 가련하여 응원을 보내고 싶어 집니다.
긴 봄, 여름에 이어 쌀쌀함이 더해가는 가을, 그리고 엄동설한의 겨울을 목전에 두고
꽃을 피우는 그 저의를 모르겠지만
그 좋은 시절 다 보내고 냉냉한 환경에 목숨 걸고 더욱이 향기까지 더하니
분명 군자 소리를 들을 이유가 여기 있겠다 싶습니다.
고고한 절개를 지키며 향기롭다니...
그런데
꽃의 목적은 진정 사랑일까요?
꽃이 피어나는 것은
곤충을 위해서도
사람을 위해서도 아니고
암술 수술이 만나서
꽃가루받이를 하는 것
그 결과로
결실을 맺어 종족을 번식하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보면
꽃의 목적이 사랑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 꽃들의 사랑을
본의 아니게
사람들이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사람의 생각으로
하찮은 꽃일 지라도
또는 변변찮은 곳에 피어났을 지라도
혹여 사람에게 방해가 되게 피어났을 지라도
존중되어야겠지요.
꽃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위대한 창조주의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생명을 파괴하는 것은
창조주의 거룩한 작품을 파괴하는 것이며
작은 우주를 파괴하는 것이나 다름없겠지요.
그 작은 생명체에
얼마나 위대하고 진솔된 모습이 깃들어 있는지
우리는 아직 잘 모르지요.
늘 인간의 견해로
늘 인간의 잣대로만 보아왔으니...
이제는
다른 생명체의 입장에서
사람을 생각하고
지구를 생각하고
우주를 생각하고
신을 생각해야겠습니다.
초록별 지구의 평화로운 삶의 지속을 위하여...
그것이 곧 우리 인간의 행복일테니까요.
우아한 풍모와 단아한 모습의 구절초 꽃
음력9월9일이면 뿌리부터 꽃피는 마디까지 아홉마디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꽃송이도 한그루에 단 하나씩 하얗게 피어나며
잎은 쑥처럼 생겼다지요.
꽃은 보통 흰색이지만 시기에 따라 분홍빛을 띄며
둥굴게 돌아난 혀꽃 가운데는 마치 벌집처럼 정교한 노란 통꽃이 놓여 있지요.
봉오리에서 처음 꽃이 필 때는 붉고 아름다운 색으로 벌과 나비를 유혹하다가
수분이 끝나면 흰색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답니다.
참으로 싱그럽군요.
한방에서 구절초는 부인병·보온에 특효가 있는데
특히 생리불순, 수족냉증에 효과가 있으며
말려서 베개 속에 넣으면 두통이나 탈모 방지에 효과가 있고
머리칼이 희게 되는 것을 방지해 준답니다.
500원 동전크기의 '큰주홍부전나비'
'부전'은 '작고 앙증맞다'는 뜻
옛날에 어린아이들 한복에 달고 다니던 작은 노리개에서 유래했다고...
짙은 주홍색이 선명한 것을 보니
수컷같습니다.
날개를 펼쳤을 때 색깔과
날개를 접었을 때 색깔과 모양이 다르군요.
모여피는 모습이
코스모스 분위기가 있습니다.
아침 일찍 구절초를 찾아온 녀석인데
예민하게 반응하는군요.
선명한 눈동자, 더듬이, 몸통깃털
완벽한 모습의 꽃과 나비
나비의 자태가 앙증맞습니다.
날개를 접고 앉아서
돌돌 말려있던 기다란 주둥이를 펼쳐
꿀을 빨고 있군요.
벌개미취 꽃
햇빛이 잘 드는 벌판에서 자란다고 벌개미취라는 이름을 얻음
취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는 뜻이지요.
'개미'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는 미상
학명 'Aster koraiensis Nakai' 중에서 속명 'Aster'는 희랍어 '별'에서 유래
꽃 모양이 별 모양을 닮았다고 이런 속명이 붙었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별개미취라고 부른다고
우리나라 특산종이라 영어 이름은 자랑스럽게도 코리안 데이지(Korean Daisy)
사람들은 흔히 들국화라 부릅니다.
그러나 들국화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은 없지요.
참나무라는 나무가 없듯이 들국화도 야생의 국화를 통칭하는 말
가을에 산이나 공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보라색 계통의 들국화는
벌개미취와 쑥부쟁이, 구절초가 대표적
구절초는 대부분 흰색인 데다 잎이 쑥처럼 갈라져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별하기가 쉽고
벌개미취와 쑥부쟁이는 둘 다 연보라색인 데다 생김새도 비슷하답니다.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잎을 보는 것
벌개미취는 잎이 길고 잎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지만
쑥부쟁이는 대체로 잎이 작은 대신 '굵은' 톱니를 갖고 있다지요.
들국화라고 부르는 꽃 중에는 노란색 무리도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산과 들에서 피어날 노란 들국화 중에서
꽃송이가 1~2㎝로 작으면 산국(山菊)
3㎝ 안팎으로 크면 감국(甘菊)
이렇게 다섯 가지가 대표적인 들국화
쑥부쟁이 전설
아래와 같은 슬픈 전설이 전해옵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아주 가난한 대장장이가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11남매나 되는 자녀들이 있었지요.
이 때문에 그는 매우 열심히 일을 했지만 항상 먹고 살기도 어려운 처지였습니다.
이 대장장이의 큰딸은 쑥나물을 좋아하는 동생들을 위해
항상 들이나 산을 돌아다니며 쑥나물을 열심히 캐왔고
그래서 동내 사람들은 그녀를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네 딸' 이라는 뜻으로
'쑥부쟁이'라 불렀다고 하지요.
그러던 어느날 쑥부쟁이는 산에 올라갔다가
몸에 상처를 입고 쫓기던 노루 한 마리를 숨겨주고 상처까지 치료해 주었답니다.
노루는 고마워하며 언젠가 은혜를 반드시 갚겠다는 말을 남기고 산속으로 사라졌지요.
그날 쑥부쟁이가 산 중턱쯤 내려왔을 때였습니다.
한 사냥꾼이 멧돼지를 잡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는데
쑥부쟁이가 치료해 준 노루를 쫓던 사냥꾼이었지요.
쑥부쟁이가 목숨을 구해 준 사냥꾼은 자신이 서울 박재상의 아들이라고 말한 뒤,
이 다음 가을에 꼭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쑥부쟁이는 그사냥꾼의 씩씩한 기상에 호감을 갖고
다시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던 것이지요.
드디어 기다리던 가을이 돌아왔습니다.
쑥부쟁이는 사냥꾼과 만났던 산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올라 갔는데
사냥꾼이 나타나지 않아 쑥부쟁이는 더욱 가슴이 탔지요.
애타는 기다림 속에 가을이 몇 번이나 지나갔지만 끝내 사냥꾼은 나타나지 않았고
쑥부쟁이의 그리움은 갈수록 더 해 갔습니다.
그동안 쑥부쟁이에게는 두명의 동생이 더 생겼고
게다가 어머니는 병을 얻어 자리에 눕게 되었지요.
쑥부쟁이의 근심과 그리움은 나날이 쌓여만 가던
어느날 쑥부쟁이는 몸을 곱게 단장하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흐르는 깨끗한 물 한 그릇을 정성스레 떠 놓고 산신령님께 기도를 드렸지요.
그러자 갑자기 몇 년 전에 목숨을 구해 준 노루가 나타나
쑥부쟁이에게 노란 구슬 세 개가 담긴 보라빛 주머니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이 구슬을 입에 물고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질 것입니다."
말을 마친 노루는 곧 숲속으로 사라졌지요.
쑥부쟁이는 우선 구슬 한 개를 입에 물고 소원을 말하였습니다.
"우리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해주십시오."
그러자 신기하게도 어머니의 병이 순식간에 완쾌 되었습니다.
그해 가을 쑥부쟁이는 다시 산에 올라가 사냥꾼을 기다렸지만 사냥꾼은 오지 않았지요.
기다림에 지친 쑥부쟁이는 노루가 준 주머니를 생각하고,
그 속에 있던 구슬 중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러자 바로 사냥꾼이 나타났지요.
그러나 그 사냥꾼은 이미 결혼을 하여 자식을 둘이나 둔 처지였습니다.
사냥꾼은 자신의 잘못을 빌며 쑥부쟁이에게 같이 살자고 했으나
쑥부쟁이는 마음 속으로 다짐했던 것이지요.
'그에게는 착한 아내와 귀여운 아들이 있으니 그를 다시 돌려 보내야겠다.'
쑥부쟁이는 마지막 하나 남은 구슬을 입에 물고 가슴 아픈 소원을 말하였습니다.
그후에도 쑥부쟁이는 그 청년을 잊지 못하였지요.
세월은 자꾸 흘러갔으나 쑥부쟁이는 결혼을 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동생들을 보살피며 항상 산에 올라가 청년을 생각하면서 나물을 캤던 것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쑥부쟁이는 산에서 발을 헛디뎌
그만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쑥부쟁이가 죽은 뒤 그 산의 등성이에는 더욱 많은 나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났고
동네 사람들은 쑥부쟁이가 죽어서까지 동생들의 주린 배를 걱정하여
많은 나물이 돋아나게 한 것이라 믿게 되었지요.
연한 보라빛 꽃잎과 노란 꽃술은 쑥부쟁이가 살아서 지니고 다녔던 주머니 속의
구슬과 같은 색이며, 꽃대의 긴 목 같은 부분은 아직도 옛 청년을 사랑하고 기다리는
쑥부쟁이의 기다림의 표시라고 전해집니다.
몇해전 고3 막내딸
한창 대학 입시준비에 바쁜데
오늘은 중간고사관계로
일찍 귀가하여
딸과 함께 계룡산자락 두계 생태공원을
자전거로 둘러보았지요.
많이 지쳐보이는 모습에
안타까웠습니다.
양지바른 곳에서는
노오란 산국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 노란 산국이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그윽한 국화향이 코에 배어 들지요.
내 딸처럼
노란 꽃들도
고귀해 보이고
덩달아 마음까지 노랗게 물드는 듯합니다.
산국
꽃지름이 1.5cm 정도 된다고 하는군요.
감국은 꽃지름이 2.5cm 정도
꽃잎 안쪽의
작은 수많은 진짜 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산국과 감국의 차이>
1. 꽃 : 산국은 가지끝에 총총히 달리고 꽃잎이 꽃판보다 짧다.
감국은 잔가지 끝에 한 두개씩달리고 꽃잎이 꽃판보다 길다.
2. 줄기 : 산국은 줄기가 녹색이지만
감국은 줄기가 붉은 빛이 돕니다.
3. 가지 : 산국은 중간부터 많은 가지를 내지만
감국은 아래쪽에서 가지를 친다.
4. 잎 : 산국은 전체가 둥근 편이지만 감국은 긴 편이다.
잎의 색깔도 산국은 연녹 내지 녹색이지만 감국은 짙은 녹색이다.
5. 모습 : 산국은 곧추서지만 감국은 대부분 비스듬히 누운 자세이다.
감국은 잎겨드랑이에서 가지를 내고 꽃을 피운다.
그리고 산국은 양지를 좋아하지만 감국은 반그늘에서 많이 보인다.
6. 술을 담거나 차를 끓이는 것은 감국이고 산국은 독이 있다.
들국화하면 국화과를 통틀어서 들국화라 하지만 좁게는 산국과 감국이 들국화입니다.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BAND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http://band.us/#!/band/61605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