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11.10.목. 나무의 성장)
나무는 얼마나 자랄까요? / 숲속 인문학
나무는 자랍니다.
모든 생명체가 변화의 과정을 거쳐 생노병사하듯...
그러면 나무는 얼마나 자랄까요?
물론 나무에 따르겠고, 나무가 처한 현실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볕이 좋고 물이 가까운 곳처럼 생육조건이 좋으면 나무는 잘 자랄 것이고
경쟁하는 나무가 많거나 자연조건이 좋지 않으면 잘 자라지 못하겠지요.
이런 물리적인 자람말고
인문학적으로 접근해 보렵니다.
나무는 한해동안 얼마나 자랄까?
꽃을 피우고 잎을 띄우며 가을에 성실한 열매를 맺는 만큼
한해동안 나무에게 닥치는 비바람, 눈보라로 인해 떨구게 되는 잎사귀, 부러지게 될 가지만큼
더하여 그 바람으로 줄기가 격게되는 흔들림만큼
그리고 어두운 땅속 뿌리의 보이지 않는 지고지순한 노력만큼
무엇보다
계절 내내 힘겹게 키워낸 나무의 미래인 겨울눈의 의지만큼
여기에 더해
암묵적으로 도움주는
경쟁자이며 이웃인 주변 나무들의 기대에 찬 경쟁만큼
지난 계절 나무에 쏟아진 햇살의 기대만큼
이웃하는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의 청량감만큼
이에 더하여 달빛의 감미로움, 빗방울의 촉촉함만큼
그리고 나무의 꿈과 미소만큼
꼭 그만큼 나무는 자랄 것입니다.
그래서
이 거룩한 나무의 성장을 응원합니다.
서늘한 가을바람에 커다란 일본목련 잎이 땅으로 내려 앉습니다.
지난 계절 작렬하는 태양을 온 몸으로 맞으며
비바람에도 온전히 잘 견뎌냈는데
추위가 한차례 오고나니 속절없이 무너지네요.
'세월'이라는 적군에게 전멸당한 병사들 같이 처연합니다.
세월에는 장사없다고...
아랫마당 수돗가
한여름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감사했고
아름다운 붉은 꽃을 피워 고마웠는데
꽃은 벌써 떠난지 오래고
잎을 떨구는 능소화
이제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야 하겠지요.
떨어져 내린 낙엽에 눈길 두지 않습니다.
나무도 사람도
지난 세월에 미련을 갖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그래도 아련한 마음 어쩔 수 없지요.
참나무 군락
하늘을 올려다 보니
멋스럽게 단풍들어 푸른 하늘과 잘 어울리고
이는 바람에 소리 또한 정겹지요.
'사르르~ 사르르~'
너무도 아름다운 풍광
넋일 잃고 한참을 올려다 봅니다.
눈이 부셔 눈물이 날 듯...
가을 숲속 낙엽 지는데
물 흘러 내리는 소리 운치를 더하여
참으로 정겹고 청명하게 들리네요.
귀가 밝아지고
눈이 맑아지며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맛스런 사과가 익어가는데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네요.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물이 있는 단풍지는 숲
환상의 궁합이지요.
한참을 앉아서 고인 물을 쳐다보고
하늘을 올려보며 단풍을 감상합니다.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고
물속의 저 낙엽들
한 때는 나무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일부였는데
이제는 이별하고 정리해야 될 대상
낙엽은 아래로 모이고 싸여
숲의 공동자산이 되지요.
도심의 단풍이 더 아름다운 것은
밤낮의 기온차가 심하기에
푸른 엽록소가 급속하게 파괴되어
감춰져 있던 노랑, 붉은 색상이 극명하게 들어나게 되어서랍니다.
호젓한 숲길을 걸어가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지요.
나니야 연대기로 걸어 들어가는 듯
도심에 이런 숲이 있다는 것
진정으로 축복입니다.
참나무들 사이사이를 지나 가지요.
지나온 뒤를 내려다 보며...
가끔은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이렇게 낙엽은 쌓여 가지요.
밟고 가기에 미안할 정도로
'바스락~ 바스락~'
그래서 사뿐히 즈려밟고 갑니다.
진혼곡의 노래를 부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