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6.6.토. 뭉클한 소 storytelling)
지난밤 산골의 작은 축사
암소가 송아지를 낳는다고 고생하였습니다.
이웃분들이 와서 건네는
애썼다고 하는 따뜻한 말을 들으며
암소는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 맺혀서
힘들게 일어선 송아지를 흐뭇하게 핧네요.
축사 옆
오래된 살구나무도 응원하듯
열매 사이사이 잎사귀들로 바람결에 사르르 사르르합니다.
몇해전
이곳에 온 송아지
다른 두 마리의 소들이 무덤덤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쉽사리 적응을 못하여 불안한 삶이었지요.
너무도 좁은 축사
먹거리도 옥수수대와 콩깍지
햇볕도 제대로 들지 않고
비좁아서 돌아서지도 못하고 배수도 잘 안되는 곳
추운 겨울에는 움막처럼 둘러친 비닐 사이로 골바람이 들어와
콧구멍 주변에 고드름이 맺히는 곳
축사 밖의 자유로움을 동경하여
몸도 마음도 평안하지 않는 세월
깊은 시름속에 살아가는데
축사 옆
살구나무가 밖의 소식을 전해주는 유일한 벗이었습니다.
"송아지야!~ 가난한 그들을 이해하고 힘겹더라도 열심히 살거라. 내가 응원함아~"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되었을 때
"누렁아!~ 봄이 와서 꽃들이 만발하고 있단다. 나도 연분홍빛 꽃을 많이 피웠지. 상상해 봐, 누렁아!~"
축사 안에서 살구나무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상상으로 그림 그리듯 그려보곤 했지요.
신기하게도 상상만으도 마음이 밝아지고 봄을 맞이한 듯 마음이 들뜨곤 했습니다.
생각이 밝아지니 몸도 좋아지고 세상이 밝게 보이는 것이었지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살구나무 덕분으로 누렁이는 상상력이 풍부한 소가 되어
비록 몸은 작은 축사에 갖혀 있지만 마음만은 계절 변화에 따라 풍요롭게 살찌울 수 있었습니다.
봄이 얼마나 화사한지
여름이 얼마나 울울창창한지
가을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겨울이 얼마나 매서운지
제대로 알게 되었고
그를 통해 삶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깨달았던 것이지요.
어느덧
그 누렁이 암소의 새끼 송아지도 많이 커서
축사가 좁아 보였습니다.
마음씨 착한 주인 아저씨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궁핍한 형편으로
암소를 장에 내다 팔기로 했지요.
전보다 더 먹거리를 챙겨주시고
등도 긁어주고 하면서
못다한 정을 더하며
헤어질 준비를 하였습니다.
살구나무도 그 헤어짐을 눈치 챘으니
암소도 당연히 알았을 것인데도
무덤덤하게 송아지를 돌보는 것이었지요.
"누렁아!~ 너와 헤어져야 할 때가 됐는가 보다."
".........."
그리고
그날이 왔습니다.
소 실을 트럭이 오고
주인 아저씨 시무룩한 표정으로
누렁이 암소를 축사에서 몰아 왔지요.
다른 소들의 무덤덤한 배웅
밖으로 나오니 눈이 부셨습니다.
봄지나 여름 초입
산과 들녁은 푸르름으로 가득했고
누렁이 암소가 상상해왔던 것보다 더욱 울울창창했고 경이로웠지요.
'참 아름다운 세상이구나!'
누렁이 암소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열매를 주렁주렁 단 살구나무를 올려다보네요.
"참으로 고마웠어요. 내게 안으로 충만하게 도와주셔서..."
"네가 은혜로워서 마음의 눈을 뜬 것이지... 다른 소들과 달리..."
의연하게 트럭에 오르는 누렁이 암소
목메여 어미소를 찾는 송아지
눈가가 붉어진 주인댁 내외
그리고 살구나무
그 모두를 뒤로 하고
그렇게 떠나갔습니다.
송아지가 더 크게 엄마를 찾는 울음을 우니
떠나가던 누렁이 암소가 크게 답 울음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