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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Mar 14. 2020

향기와 맛, 단풍이 어여뿐 정선의 나무(생강나무이야기)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3.14.토. 생강나무 storytelling)

향기와 맛, 단풍이 어여뿐 정선의 나무, 생강나무(동박꽃나무)




“정선아!~ 보고싶다.”


옛날 

어느 이른 봄

나이 드신 홀어머니를 정성드려 모시며 살고 있는

소녀가 산으로 땔감을 하러 올라왔습니다.

양지바른 곳에서

마른 낙엽을 지게 소쿠리에 한짐 해놓고 앉아

흘러가는 물속으로 버들강아지를 피해 잔돌을 던지곤 하였지요.


아름답던 어머니는 날로 쇠약해 가시는데

봄이 왔다고 기운 차리시게 무엇 하나 해드릴게 없었던 것입니다.


긴 한숨을 내쉬며 일어서는데

길게 딴 머리에 무엇이 닫는 느낌이었지요.

뒤돌아 보니

이른 봄인데

작은 꽃이 노랗게 피어난 작은 키 나무였습니다.


꽃향기도 그윽하고 빛깔도 고와서

한줌을 꺽어 땅에 끌리는 지게에 얹어 산을 내려왔지요.


옛날 어느 이른 봄

나이 드신 홀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는 소녀

날로 쇠약해지시는 어머니

봄날 산에 나무를 하러 왔다가

기운 차리시게 할 무엇을 찾던 중

작은 꽃이 노랗게 피어난 작은 키 나무 꽃

꽃향기도 그윽하고 빛깔도 고와서

한줌을 꺽어 산을 내려왔지요



“그게 뭐냐? 동박나무 꽃이구나!”

어머니께서 반기시며 꽃향을 맞아 보십니다.


“이른 봄 산에서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참 강한 나무란다.

여린 잎사귀는 살작 말려 차를 우려 내어도 맛과 향이 좋고

가을 단풍은 또 얼마나 고운지, 

씨앗은 기름짜서 머릿 기름으로 쓰는 참으로 귀한 나무지~

옛날 생각 많이 나는구나. 네 아버지께서 엄마를 위해 봄 가을로 많이도 해다 주셨단다. ” 


그날

저녁 끼니를 간신히 해결하고

딸은 어머니를 위해 꽃차를 준비하였지요.

그릇에 따뜻한 물을 붇고 꽃을 몇 개 띄워 찻물이 우러나게 하여

어머니께 정성스럽게 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두손으로 받아 온기를 눈으로 코로 얼굴로 보고 쏘이며

꽃을 살살불어 젖히고 한모금씩 한모금씩 마시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그릇을 내려놓으시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옛날

남편이 해주던 것이 생각이 났던 것이지요.


“이른 봄 산에서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참 강한 나무란다.

여린 잎사귀는 살작 말려 차를 우려 내어도 맛과 향이 좋고

가을 단풍은 또 얼마나 고운지, 

씨앗은 기름짜서 머릿 기름으로 쓰는 참으로 귀한 나무지~

옛날 생각 많이 나는구나. 

네 아버지께서 엄마를 위해 봄 가을로 많이도 해다 주셨단다. ” 

아버지가 해주시던 것을 생각하시며 눈물 흘리시고 



그해

어머니는 활력을 되찾으시고

딸과 살갑게 지내시다가 동박꽃나무가 노랗게 물들던 가을에

아버지 무덤에 함께 묻히셨습니다.


소녀의 삶이 더 궁핍해 가던

다음해

때 보다 더 이른 봄

양지바른 무덤가

생강나무(동박꽃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렸지요.

소녀는 엄마 생각에

매일 산을 올랐습니다.


꽃이 지고

잎을 틔우고

잎이 아기 손바닥만 하게 커갔는데

한가지 잎인데도 모양 달라

소녀는 갸우뚱하기도 했지요.


어머니는 딸과 살갑게 지내시다가 

생강나무(동박꽃나무)가 노랗게 물들던 가을

아버지 무덤에 함께 묻히셨습니다


다음해

때 보다 더 이른 봄

양지바른 무덤가

동박꽃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렸지요



가을이 되어

노랗게 물든 잎을 바라보니

이맘때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

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게 되었습니다.


산을 내려오며

노란 동박꽃 단풍을 한아름 치마에 따다가

방에 깔고 누웠지요.

‘정선아!~ 보고싶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딸과 엄마는 한참을 부둥켜 안고 많이 울었지요.


동박꽃 노랗게 물든 잎을 바라보니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고


노란 동박꽃 단풍을 한아름 치마에 따다가

방에 깔고 누웠는데

‘정선아!~ 보고싶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

꿈속에서 딸과 엄마는 한참을 부둥켜 안고 많이 울었지요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BAND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http://band.us/#!/band/6160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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