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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Jul 05. 2024

무지게 빛깔 나비잠자리 이야기(옹달샘 숲 이야기)

나비와 잠자리의 물방울 여행

episode


아득한 먼 옛날

초록별 지구의 하늘을 처음 비행한 것은 잠자리라고 합니다.

그 당시의 잠자리는 지금의 갈매기 크기였다지요.


미국의 원주민 중 가장 큰 부족인 나비호족은

잠자리(dragonfly)가 한 때 용이었다고 믿었다 합니다.


모내기를 마친 5월말 논에서 잠자리들이 우화(날개돋이)를 합니다
천적을 피해 날개돋이는 이른 새벽에 시작해 서너 시간이 소요되지요


물댄 논

모내기한 논

여름철 한창 벼가 자라는 논

가을 벼가 익어가는 논

들녁의 논이 생태계에서 커다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작은 나비, '앙증맞다'는 의미의 '부전나비
큰주홍부전나비
가을 아침 구절초에 앉아서 꿀을 빨고 있네요


한여름 휴양림에 날아든 '산호랑나비', 제법 크고 아름다운 나비의 대명사
검은콩처럼 생긴 눈, 그 아래 동그란 것은 주둥이가 말린 것
꿀을 빨려면 돌돌 말린 주둥이를 길게 펴지요


나비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부활'과 '순수한 영혼'을 상징하며

신화, 설화, 민담에서 행복, 기쁨, 조화로움 뜻하고

한국문화 속에서 사랑, 내적 성장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흰나비는 영혼을 상징하고

호랑나비는 길운으로 상징되며

중국에서는 나비를 '불멸성'으로 상징된다는군요.


알에서 애벌레를 거쳐 번데기에서 나비로 태어나는 모습을 상상하면

위의  상징적 의미가 이해됩니다.



storytelling


나비인듯 잠자리인듯한 '나비잠자리' 꼬리가 짧고 뒷날개 두개가 나비 날개처럼 생겼지요


여름날 호수 위

제비에 쫒기던 나비가 수면위를 낮게 날며 위험을 피하려다

제비가 헛 물차서 생긴 물방울에 갇혀 호수 위를 떠다니게 되었습니다.


한편

지나가던 비로 호수에는 많은 물방울이 생겨났는데

비행을 자랑하던 잠자리가 소낙비를 비웃기라도 하듯 멋찌게 수면위를 날다가 순간 떨어진 커다란 빗방울로 생긴 물방울에 갖히게 되었지요.


다른 물방울들은 시간이 지나며 사라졌지만

나비 물방울과 잠자리 물방울은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 두 물방울이 합쳐져 더 큰 물방울에 함께 갖히게 되었는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물방울이 호수 위를 떠올라 두둥실 하늘을 날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바람의 힘으로 세상 구경을 하게 되었군요. 나는 농촌 구경을 했으면 하는데, 나비님은 어디를 구경하고 싶으셔요?"

"황망한 가운데 물으시니, 저는 어촌을 구경했으면 해요."


물방울은 잠자리 소망에 따라 너른 초록의 들판이 펼쳐진 농촌위를 두둥실 떠가게 되었지요.

"우리 잠자리들은 호수같은 물가에서 태어나지만 이런 들녁을 비행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지요. 우리의 비행 솜씨를 마음껏 뽐내고 싶으니까요."

"그렇군요. 좋으시겠어요. 속도감 있는 비행과 박진감 넘치는 삶으로 많은 모험이 기다리겠군요."


그 다음

나비의 소망대로 어촌이 있는 바닷가를 날게 되었습니다.

"멋찌군요. 이렇게 넓은 바다가 있다는 것을 몰랐군요."

"우리 나비들은 비행이 서툴러 나풀나풀 날지만 바다를 건너는 먼 여행을 위해서는 하늘의 기류를 타고 이동하지요."

 

농촌, 어촌에 이어 물방울은 높이 솟은 빌딩이 즐비한 도시위를 날게 되었지요.

"훌륭하군요. 도시의 도전적이고 웅장한 인공의 건축물들이 대단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곤충들이 살기에는 적합한 곳은 아니지요. 더욱이 저 같은 나비에게는 더욱 살기에 힘든 곳입니다."

"그러게요. 우리들은 풍부한 물과 다양한 풀, 나무들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막한 느낌이네요."

"인간들도 저런 상막한 곳에서 살아가느라 노고가 많겠지요."


나비와 잠자리를 태운 물방울은 그들이 소망하는 호수로 돌아가서 여행을 마무리 하려는데

물방울 옆으로 거대한 비행기가 소음과 난기류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바람에

물방울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나비와 잠자리는 보이지 않고 나비 느낌 나는 잠자리가 있었지요.


앞날개 두개는 잠자리 날개를 닮아 길었고 뒷날게 두개는 나비 날개를 닮아 넓적한 모습이었

나비 비행의 장점인 큰 날개짓과 잠자리 비행의 장점인 작은 날개짓으로 하늘을 나는데 더욱 효과적이었습니다.


꿈에 그리던 호수를 향해 비행해 가며

꿈을 꾸는 듯한 경험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여행이었다고 새로 탄생한 '나비잠자리'는 생각했지요.


'나비잠자리'가 무지게 빛을 띠는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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