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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Ji Mar 04. 2021

12.그 누구도 내 집에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

오프라인이든 , 온라인이든



"띠링"

카카오톡으로 문자가 왔다.

사진 하나만 달랑 보낸 문자.

뭐라고 해야 하나, 잘 있었냐고 안부를 물어봐야 하나? 모 작가의 신간이 나왔나 보다.

몇 해 동안 왕래도 없었는데 사진만 달랑 , 신간 구매의 링크만 걸어서 보낸 그 작가의 태도에 미간이 구겨졌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톡을 차단했다. 예의 없는 그의 태도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바빠서 그런가 보다 하고 내가 먼저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신간이 나왔나 봐요. 축하합니다.”

그제야 신간이 나왔다고 답을 한다. 여러 사람에게 링크만 걸고 반응을 보이면 낚아 올리는 방법을 쓰는 건지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축하할 일은 할 일이기에 축하 인사를 하고 ‘책을 한 번 사보마’ 했다. 그러면 고맙겠다 하고 그다음부터는 연락이 없었다. 그 일이 반복적으로 있고 난 뒤에는 아주 불쾌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사정이 있어 톡으로 남긴다.”의 간단한 메시지와 안부를 주고받으며 톡을 시작했으면 이렇게 불쾌해지지 않았을 것 같다. 그저 전화번호에 저장된 ‘책을 사주는 호구’ 로만 생각하고 있던 그녀의 태도에 더 이상 끌려가고 싶지 않았고 그로 인해 나의 기분까지 상하지 않고 싶었다. 그 일 이후로도 그녀는 다른 누군가에게 내게 했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신간이 나올 때마다 톡을 보내온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런 저돌적인 방법에 책 판매량이 제법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약간의 영향력과 나처럼 거절 못한 사람들이  구매해  책이  시너지 효과를 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찌 되었든 희한한 일이다.





그녀를 보면 몇 년 전, 한 중년 부인이 생각난다.

 네트워크 제품을 파는 그녀는 엄마의 지인 소개로 알게 되었다. 나야 제품을 사용하는 입장이기에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했던 사람인지, 지금은 돈을 많이 버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아이를 낳고 모유 수유하면서 아이에게 좋은 영양을 주고자 제품을 먹기 시작했다.

단지 아이에게 좋은 모유를 주기 위해서 먹는 제품은 , 중년 부인의 경우 없는 태도로 인해 진절머리가 나면서 제품까지 끊어버렸다.  처음에는 제품 사용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집으로 방문했던 그녀는 언제부터인지 남편과 함께 대동해서 자신이 하는 일들의 성과로 인해 돈을 많이 벌고 있음을 자랑하며 설교를 늘어놓고 갔다.


 젖을 물리고 있을 때에도 아무런 약속 없이 집 앞에서 벨을 누르고 남편과 들어와서는 이 제품이 좋니, 어떠니 , 본인의 이야기만 늘어놓고 갔다. 그 날 이후 문자로 ‘ 다음부터는 오지 말아 주세요. 젖 먹이는 시간에도 아무렇게 남편 분하고 오는 거 부담스럽습니다.’를 보냈고 눈치 없는 중년 부인은 ‘남편은 빼고 가겠다’고 했다. ‘아뇨 오지 마세요. 괜찮습니다’라고 답을 보냈다. 나를 만나지 못했던 그녀는 경비실에 ‘자기 회사의 냄비로 만든 빵을 맡겨 놨으니 먹어봐라 ‘ 로 문자를 넣었다. 끄덕하지 않던 내게 그 뒤로 카톡으로 제품 사진을 날리기 시작했다. 안부의 인사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경우 없이 잊을 만하면 프로모션의 제품 사진을 날리는 그녀의 톡을 차단했다. 나의 오프라인 공간인 집에, 온라인 공간에서도 경우 없이 쳐들어와 방해를 한 그분을 보며 이제부터는 어떤 경우라도 경우 없이 하는 사람에게는 관대하게 받아주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있다.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와 가공, 가상을 의미하는 Meta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 세계를 뜻한다. 딸아이가 하는 로블록스가 메타버스의 예인데 거기서는 집도 짓고 인테리어도 하며 아바타 같은 것으로 다른 아바타와 활동을 하며 놀 수 있고 교류할 수 있다. 캐릭터를 바꾸자고 해놓고 사기를 당하며 억울한 일도 생긴다. 진짜 사람 사는 공간과 같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서 메타버스가 더 빠르게 유행되었다. 코로나로 만나지 못하는 오프라인을 대변하는 가상세계에서 아바타와 교류하며 상품을 사고 물물교환을 하는 것이 흔해지는 상황이 온라인의 세상을 무한 확장시켜 놓았다. 재미, 편리함, 장점도 많지만 그만큼 지켜야 할 일들도  많다.





남의 공간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정말 필요하다면 경우를 지켜서 상대방을 존중하며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다.

경우 없이 사진만 올리고 가거나 단체톡으로 불러 들어 ‘이 공간은 ㅇㅇ의 공간이니 서로 교류를 나누라, 싫은 사람은 퇴장해도 된다’라고 말하는 적지 않은 사람을 보며 한숨이 지어진다.


경우 없이 집에 찾아오는 영업인을 거절했던 것처럼  , 카톡 같은 SNS 공간, 가상 공간에(자세히 말하면 나의 공간에 ) 아무런 인사 없이 쳐들어 와서 달랑 자신의 상품 사진만 남겨두는 사람에게, 아무런 사정도 이야기하지 않고 나를 단체톡으로 끌어들이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나의 공간을 허락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공간은 소중하니까…

그 누구도 나의 집에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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