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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부답은 거절이 아니다 : 거절도 소통의 한 종류>
1.
“저... 지난번에 저희가 부탁드린 내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요?”
“아직도 기다리고 계셨어요? 아무 말씀 없으면 진작에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셨어야죠.”
그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대답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으면서 상대에게 그 속내를 알아서 파악하라니.
2.
소통은 가는 말을 보낸 뒤 오는 말을 기다리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 말이 일상의 평서문이든, 어려운 계약 내용이든 잘못을 질책하는 말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A에게 메시지를 받았으면 B는 마땅히 그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 어떤 식으로 답하든 내용은 자유지만 교신만은 확실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
소통에서 최악의 상대는 말이 험하고 거친 사람이 아니다. 메시지를 접수하고도 아무 반응이 없는 ‘읽씹’이 가장 문제다. 맞으면 맞다, 틀리면 틀렸다, 생각이 다르면 이러 이러하다... 사람이 말을 하면 당연히 대꾸를 해야 할 텐데 그저 묵묵부답 아무 반응이 없다.
3.
이런 행동은 나이와도 상관없다. 간혹 고위직 간부가 이렇게 행동하면 아랫사람들은 정말 속이 터진다. 두 번 세 번 찾아가서 다시 묻기도 어렵고 계속 눈치만 보게 된다. 어떻게 답할까 생각 중인지, 읽고도 깜박 잊어버렸는지, 나를 철저히 무시하는 중인지 알 수가 없다.
아니면 아니라고 확실히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꼭 상대방을 애타게 만들고 밤잠 못 이루게 한다. 대부분은 어쩌다 실수한 상황도 아니다. 그렇게 처신하는 사람은 꼭 그런 행동을 반복한다. 아직은 그가 갑의 위치에 있으니 상대방이 겉으로 화를 내지 못할 뿐이다.
4.
“대놓고 거절하면 더 기분 나쁘지 않나요? 나름 완곡하게 거절하는 방식이에요.”
잘못된 생각이다. 상대에게 싫은 소리 하기 싫어서 회피하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내 손에 피 안 묻히고 우아하게 행동하려는 이기적인 마음이다. 무슨 핑계를 대든 침묵은 결코 정당한 의사 표현 방식이 될 수 없다.
의외로 사람들은 거절 멘트를 들어도 불편해하지 않고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탁해 보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거절은 본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또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가타부타 팩트를 전달하는 과정이다. 부정적인 내용을 전해야 한다는 사실에 혼자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된다.
5.
“요청해 주신 내용 잘 검토해 보았습니다. 아쉽지만 지금은 저희 상황이 좋지 않아 진행시키기가 어려울 듯합니다. 꼭 협업할 기회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수시로 침묵을 일삼았다면 이제부터라도 공부를 시작하라. 어떻게 거절하면 좋을지 남에게 묻거나 전문가의 책 또는 글이라도 찾아 읽으라. 거절은 소통 중에서도 핵심기술에 속한다.
*3줄 요약
○침묵은 소통에서 절대 피해야 할 매우 안 좋은 행동이다.
○상대방 메시지에 대한 응답은 소통의 기본적인 예의다.
○거절이 익숙하지 않으면 잘할 수 있게 공부하며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