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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구닷 Nov 20. 2016

#8-3.  조직문화 적응에 실패한 젊은이들

대기업 조직문화와 젊은것들의 사표

왜 젊은 퇴사자들은 조직문화 적응 실패를 하는가? 

어느 금융권의 신입사원 기업연수 현장이 인터넷을 달군 적이 있었다. 

기마자세로 기업이념을 외워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이 세상에 탄생시키다니. 천재적 발상이다. 

도전과 창의라는 인재상에 가장 부합하는 현장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영상이라 해도 믿을만하다. 

외부강사인지 아니면 내부 직원이신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씀 하늘에 울려 퍼지니, 

 "이 시간이 얼마나 가볍게 느껴지길래!?"
욘석!!! 외우라는 기업이념은 안 외우고!

기업이념을 외우는 이 시간을 얼마나 무겁게 만들 작정인지 심히 궁금하다. 

어느 은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엄청난 이념을 가짐에 틀림없다. 


좀 과장해서 보여지는 케이스이긴 하지만 이런 것도 조직문화라고 부르는 거다. 

딱 봐도 구지고 하기 싫고 할 필요 없어 보이는데 너무나 간단히 문화라는 개념으로 포장한다. 



악폐습과 문화를 혼동하지 말자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악폐습과 문화를 혼동한다는 것이다. 

악폐습과 문화를 혼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언가 통된 특성, 공통된 분모가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의 근본적인 공통점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 아닐까

특정 집단, 조직 내 다수가 따르고 있다

상대적인 것이라 정답이 없고 정하기 나름이다

100% 나쁘기보다 장점이 되는 단면도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굳어져 온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찬성한다



그러면 악폐습과 문화를 구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당연시하는 것이 악폐습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을 때 이런 답을 내렸다.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으면 문화고 자랑하기 창피하면 악폐습이다


우리 회사는 주말에도 아침부터 다 같이 출근하래. 다 같이 매주 산행을 해야 한다면서 
빠지면 인사고과에도 안 좋아. 대박 너무 좋아! 왜 남들은 이러지 않을까?

이것은 창피한 거고 악폐습이다. 

우리 회사는 이번에 큰일이 터졌어. 그런데 직원들이 다들 팔 걷어붙이고 주말에 출근해서
다 같이 파이팅하고 극복하자며 다독이더라. 

이것은 자랑이고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술 못 마시는 사람도 있지만 다 같이 토할 때까지 마시고 집에서 아내가 기다리는 과장님도
새벽 3시까지는 무조건 달려. 너무 행복해! 이게 바로 유대라는 것 아닐까?

이것은 창피한 거고 악폐습이다.

우리 회사는 일이 빡쎈 편이지만 그래도 큰 일 끝내면 선배들이 고생했다면서 주변에 맛있는 수제 맥주를
마시러 가. 그 날은 3차까지 달리고 다음날은 다 같이 해장을 하지. 

이것은 자랑이고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행위적으로는 주말출근이고 술 마시는 행위지만 분명히도 다른 상황이다. 


 

조직문화라 불리는 것들

한 그룸의 인사담당자분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내가 이전에 몸담았던 그룹 같기도 하고... 그냥 느낌이겠지...)

"우리가 회사에 맞게끔 이 친구를 우리 회사에 적합하게끔 (회사 문화를) 입히는데 이거를 이제 못 따라가는 거죠. 자기가 잘났다고. 고스펙이다 보니"


이 문장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업 인사담당자가 적어도 스펙을 기준으로 취준생을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여전히 이 나라에서 스펙은 필요한가 보다. 

저스펙 사원들을 뽑으면 회사 문화를 잘 입힐 수 있다는 말인가. 

장담컨대 고스펙이 일을 못하면 공부만 하는 놈 뽑아왔더니 사회성이 없다고 하고

저스펙이 일을 못하면 부족하면 노력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성을 낼 사람들이다. 


회사에 맞게 문화를 입히려 했으나 따라오지 못했다는 그 문화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런 것들이 그 입히려던 문화라고 생각된다. 

칼퇴근을 하면 모두가 의아해한다. 집에 무슨 일 있냐고.

정각에 출근을 하면 모두가 걱정해한다. 오늘 아예 안 오는 줄 알았다고.

회장님이 오신다. 다들 기다려주시거나 옆 쪽문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얼른 퇴근들하고 내일 일과 시작 전에 보고해. 필요하다 시간과 정신의 방이.

임원과 비임원은 같은 장소에서 식사할 수 없는 법. 가끔 그들의 식단이 궁금하다.

일단 다 불러서 높은 직급만 발언을 하다 결론 없이 끝나는 것이 회의다.

위로 갈수록 편하다. 나도 예전엔 그렇게 배웠다는 말과 함께.

까똑 해! 카톡방은 업무 지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7시 즈음... 반드시 그때 여야만 이상하게 열리는 회의가 있다. 

업무는 역시 실전부터. 헬멧도 없이 맨 땅에 헤딩이 교육이라 믿는 무책임 교육

근무기강 확립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고 있다. 

휴가! 한문으로 "쉴 휴, 집 가"를 내는데 이유가 필요하다. 휴가인데요?

일이 힘들다 하면 젊어서 빡세게 배워야 한다고 한다. 그건 젊은이들도 안다.

신입사원들의 장기자랑 타임이 있다. 아무것도 준비 안 한 게 저의 장기입니다만..

잠깐 쉬면 "안 바쁜가 보지?"하고 일과 중 유일하게 관심을 가져준다.

주말에 야유회를 가자고 하신다. 엄마 못 본 지도 오래다. 

회식은 역시 막내가 가장 술 많이 마시는 테이블에서 고기를 굽는다. 이런 분에 넘치는 영광을.  

야근 계획서를 써야 한다. 내 계획에는 야근은 없던 거라고...


위의 예시들이 바로 퇴사자들이 나에게 말해주었던 조직문화의 예시들이다.

물론 퇴사자들이란 표본 자체가 회사에 부정적인 감정을 가질 확률이 높으므로 

안 좋은 문화를 위주로 얘기했을 테니 편협적인 부분이라고 한다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남아있는 현직자들이 저런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반감이 없다 라고 

생각하고 방치한다면 분명 때가 되어 곯아 터진다. 

이 나라가 지금 겪고 있는 일처럼 말이다. 


많은 신입사원 또는 사회초년생들이 조직문화를 견디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표를 낸다. 

개인의 색깔과 논리, 합리적인 아이디어, 신념 같은 것을 무시한 채 

조직의 색깔과 논리, 권위적인 행동강령, 이념 같은 것을 문화라는 명목으로 강요하니까.


포기하고 조직에 물들어버리면 너가 기존 체계를 바꾸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경직된 분위기를 바꿔주길 바랬다고 하면서도

조금만 개성을 보이면 버릇없거나 개인주의적인 사람으로 되어 있기 마련이다.

 


좋은 조직 문화 만들기

그러면 좋은 조직문화는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

처음에 말했던 것을 기억해보면 문화라는 것은 다수가 받아들이는 것이다. 

좋은 조직문화는 "다수"가 좋다고 받아들인 어떠한 이념이나 행동들이다. 

다수의 말을 따라라. 그리고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것을 만들어라.

경영층이 이렇게 하래서...

윗분들이 이렇게 하는 것을 좋아해서...

소수의 결정권자의 의견이라면 그것은 문화가 아니라 지시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자녀가 생일이면 반드시 휴가를 쓰도록 권유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건 중요하니까"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딱 봐도 좋지 않은가.

"8시가 정규 출근시간이지만 상무님은 일찍 오셔. 언제 찾을지 모르니 6시 반에는 출근하렴."

누가 들어도 후져서 애초에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데 이게 문화가 되겠는가.

딱 봐도 후진 것과 좋은 것을 구별하는데 방법이 필요한지조차 의문이다. 

(다수가 하기 싫어하면 후진 거다)


좋은 것은 추천해라. 문화로 만들어서 모두가 누리도록.

후진 것은 버려라. 상대도 후지다고 느낄 테니까 어서 사라지도록.


반박은 있다. 

쉬운 일이 아니다. 나조차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서 이렇게 글로서 호소하고 있지 않은가.

대기업이라는 시스템과 문화를 탓하기 전에 개인이 그걸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사표를 내는 것은 분명 좋은 행동은 아니겠지.  


보통 당신이 사표를 낼 때쯤 상담을 하게 되면 이런 문화에서는 도저히 일 못합니다 라고 

할 것이고 당신의 상사 또는 인사담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자네가 10년 뒤 성장해서 바꿀만한 위치에 올라서 
이런 문화를 바꾸려는 생각은 왜 못 하는가?


이럴 경우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나오다가 잠깐 다시 고개를 돌려 한 마디 던져줘라.

10년도 넘게 일한 당신도 무엇하나 바꾸지 못하는데
나보고 조직문화를 바꾸라고? 


마치며

사람의 의식으로 인해 생긴 의식적 문화는 그 의식을 지닌 사람을 모조리 

몰아내고 새 사람으로 채우지 않는 이상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후대에 미루지 말자. 업무는 당장당장 처리하지 않나. 

문화를 바꾸는 것도 눈 앞에 있는 보고서만큼이나 중요하다. 

당장당장 처리해야 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일 잘하는 후배보다는 배울 점이 많은 선배가 되고 싶다. 

언젠가 밑에 직원을 둘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이런 원칙을 기본을 한 회사의 문화를 만들고 싶다.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규칙과 문화를 만드는 것

규칙이나 규정이 다수가 적극 찬성한 것일 것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나와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가짐을 이해하는 것

문화는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아무 때나 바뀌지 않은 것일 것

좋은 것을 누리는 것이 당연하나 그에 따른 책임감도 크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것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나.

"부유함도 강력한 힘보다도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조직문화의 힘을 가지고 싶은 건 나뿐만은 아니겠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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