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

안전과 자유 사이

by 스텔라윤


모아나는 평화주의자였다.


사람에게도 살가웠고 동네 고양이 친구들에게도 상냥했다.

어떤 고양이도 괴롭히지 않았다.

작은 벌레도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다. (쥐는 예외인 듯.)


평화주의자의 톰톰한 발


내가 다른 고양이를 예뻐하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다른 고양이를 배척하지 않고 츄르를 나눠먹었다.


모아나와 모아나 친구 / 너네 둘 다 우리 집에 살래?
아직 아기인데 아기를 낳은 검은 고양이
다른 고양이를 예뻐하는 나를 목격한 모아나의 표정. 0ㅅ0 ;;;



모자란 고양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 모아나는 사랑 많은 고양이였다.



동네 대장 고양이는 그런 모아나를 허구한 날 괴롭혔다.

수컷 고양이끼리의 영역다툼은 흔한 일이고, 그렇게 싸우다 죽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우리가 함께 살 때도 대장 고양이는 모아나가 자고 있는 곳으로 불쑥 찾아와 싸움을 걸었다.

모아나가 조금씩 성장해갈 수록 싸움은 더 격렬해졌다.

모아나는 매일 밤 대장 고양이에게 공격당했고 땜빵이 하나씩 늘어갔다.



하루는 싸움이 격렬했는지 모아나는 발을 약간 절룩거렸고,

평소와 다르게 숨을 힘겹게 쉬며 나무 밑에 기력 없이 누워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며칠 동안 닭고기와 닭국물을 먹이며 경과를 지켜보니 금세 회복하여 병원 신세는 면할 수 있었다.


모아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씩씩하게 잘 살아남아 주었다.




9월의 어느 날, 우리의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남편이 제주로 놀러 왔다.


우리는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사진을 찍는데 올해는 모아나와 함께 찍기로 했다.

나는 제주 빈티지샵에서 2만 원 주고 웨딩드레스 느낌이 나는 하얀 원피스를 사 입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모아나에게 가는 길,

모아나 집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했다.


아스팔트 길 위에 모아나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었다.



나는 절규했고 남편도 안타까움의 탄식을 내뱉으며 좌절했다.


"여보 모아나 맞아? 모아나가 왜 여기에 있어. 여기는 걔 영역도 아닌데. 왜 왜 왜!"


주변을 둘러보니 모아나가 머물고 있는 펜션 사장님이 그 곁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계셨다.


"펜션 사장님 아니야? 진짜 모아나 맞나 봐. 어떡해.... 모아나 어떡해...."


평소 감정을 누르는데 익숙했던 나는 내가 그렇게 크게 절규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기다려봐. 내가 확인해 볼게."



남편이 펜션 사장님에게 다가가 뭐라 뭐라 아주 잠깐 이야기를 나눴고 펜션 사장님은 고양이를 차에 태워 병원으로 향했다.


"모아나 아니야."

"뭐? 그럼 누구야. 이 동네에 저런 고양이가 또 있어?"


펜션 사장님 집 안에서 키우던 고양이였다.

모아나와 똑 닮았다던 그 고양이.


며칠 전 현관문이 열린 틈을 타 고양이가 가출을 했고,

밖에서 뭘 잘못 먹었는지 피를 흘리며 쓰러졌던 것.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다행이라고 말해도 될까.


우리는 이기적이게도

다행히 모아나를 만날 수 있었다.


다행이야 정말..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나는 안도하는 마음을 겨우 숨기며

눈물 번진 얼굴로 모아나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길에 쓰러져 있던 그 고양이는 결국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이때라도 나는 알았어야 했다.

모아나와 나를 위한 좋은 선택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집에서 안전하게 사는 고양이도 결국 자유를 갈망하며 가출을 한다는 사실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고양이가 안전하게 살면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삶은 없는 걸까.



어떤 뾰족한 선택도 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만 흘렀다.


어느덧 계절이 돌고 돌아 다시 겨울이 왔다.

제주살이를 마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달 밝은 밤. Jeju.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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