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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 Apr 30. 2024

개저씨와 결별

4월의 마지막날

아침에 필라테스로 몸 구석구석 안쓰는 근육을 깨우고, 벤치프레스 중량을 높여 앞가슴을 잔뜩 화나게 하고, 오후에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통창을 완전히 열어 둔 까페에서 고소한 단호박 샌드위치랑 얼음이 가득찬 까페라떼를 예쁜 컵에 받아 빨대로 휘휘 저어 가면서 올해 마지막 봄을 느끼고 있다.


4월도 끝이네, 이제 올 해 삼분의 일이 갔다는 것을 플래너 보다가 알아 차린다.


요즘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가까운 독서이다. 왜냐하면 나는 어릴 때 실용서가 아닌 문학, 에세이 류를 애써 외면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내 삶이 바뀌는 게 있는가? 교훈적인 내용이 있는가? 내가 모르는 정보와 노하우가 있는가? 같은 지극히 개저씨 취향의 필터를 넣은 편식같은 독서를 했다.


어느덧 나이가 먹을 만큼 먹고나서 거꾸로 세계문학전집이나, 여러 유명한 작가의 소설, 시 와 같은 문학작품을 탐독하고 있다. 음악 플리처럼 독서 취향도 나이가 들면 바뀌기 어려운 분야인데, 어쩌다 이렇게 바뀌게 되었나 싶다.


어찌보면 대단한 사람이 되겠다는, 결코 닿을 수 없는 목표를 너무 이른 시기부터 세워 놓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활동을 1도 하지 않는 나와의 내적 갈등이 이스라엘-하마스 의 그것만큼 심각해져 있었던 것이다.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살고 싶다고 하면서, 그래도 집은, 차는, 돈은.. 남들 보기에 부끄럽지는 않아야지.. 에햄... 하는 내안의 심연이자 깊은 우물이라 할 수 있는 개저씨를 내쫓고 나니 그 헛헛한 빈 공간에 일상의 여유와 생활의 발견, 소소한 즐거움을 새로운 세입자로 들이고 있다.


그냥 날씨가 좋아, 시원한 봄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받아서, 일시적인 세로토닌 분비 과다로 인한 감정의 기복일지도 모르지만.


https://brunch.co.kr/@10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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