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한 희망 연봉 말고, 근거 있는 희망 연봉
이직할 때, 너무나 많은 분들이 어렴풋하게 “10~20% 정도 인상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희망 연봉을 얘기하곤 한다. 왜 그 정도를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하는 대답은, “다들 이직할 때 그 정도 불러보라고 하니까.”
하지만 이렇게 준비 없이 막연하게만 연봉 협상에 들어서면 대부분 백전백패한다. 회사에서 내규를 따르라고 했을 때, 별다른 근거가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그 말에 끌려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연봉 협상 시 활용할만한 근거는 물론, 기본적인 프로세스 소개와 기억해야 할 주의점을 담았다.
연봉 협상 단계가 되면 기업에서는 지원자에게 먼저 희망 연봉과 소득 관련 서류를 요구한다. 서류는 대개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 최근 3개월간의 급여내역서, 성과급 산정 내역서 등이다.
희망 연봉 제시부터 연봉 협상은 대개 아래와 같은 프로세스로 이루어진다. 물론 이직 경험은 누구에게나 고유하므로, 프로세스는 더 짧거나 길어질 수 있다.
아쉽게도 3년 차 이하의 주니어는 연차가 낮은만큼, 아무리 경력직이어도 다른 동료들 대비 월등히 높은 대우를 받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는 않다. 저연차에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경험과 경력을 보유하고 있기란 다소 어렵기 때문.
따라서 주니어 경력직일수록 이직할 회사의 연봉 테이블을 대략적으로라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정도의 연봉까지 기대해 볼 수 있는지 그 수준을 가늠하기 위함이다.
연봉 정보는 대개 취업 정보 사이트나 크레딧잡에서 많이 보곤 한다. 또, 블라인드 앱에서 현직자에게 질문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희망 연봉은 계약 연봉이다. 상여금, 복리후생비, 성과급 등 급여의 다른 부분보다는 계약 연봉을 중심으로 협상에 임하는 것이 보통이다.
희망 연봉은 가급적 본인이 생각하는 최대치를 적어내는 것이 좋다. 어차피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그 금액을 참고하기만 하고, 그들 내부의 기준으로 다시 연봉을 제안하기 때문. 대신 숫자가 높을수록 왜 그 금액이어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또, 아무리 성장을 위해 이직한다지만, 연봉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이직하고 나서 회의감이 들기 쉽다. 그러므로 본인이 타협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확실하게 정하고서 움직이도록 하자.
인사팀에서는 이미 여러 가지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당신에게 연봉을 제안했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 내부에서 연봉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으려면 담당자도 상사를 설득할만한 근거가 필요하다.
이때 합리적이고 설득될 만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지원자의 몫. 아래는 근거가 될 만한 여러 가지 사유와 일부 예시이다.
1) 우수 성과자임을 어필
현 회사에 잔류할 경우, 좋은 고과로 인해 예상되는 연봉 인상률을 고려하여 조정해 달라고 할 수 있다.
(예시)
올해 실적이 우수해, 실적과 역량 평가에서 A 정도 나올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약 7% 연봉이 인상되는데, 이를 고려하여 계약 연봉은 현재보다 10% 상향으로 받고 싶습니다.
2) 승진 대상자임을 어필
현 회사에 잔류할 경우, 승진하면서 예상되는 연봉 인상률을 고려하여 책정해 달라고 할 수 있다.
(예시)
저는 내년이면 이 회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고, 현재 연봉에서 16% 정도 연봉이 인상됩니다. 이를 감안하여, 현재 연봉 대비 20% 상승한 금액을 주셨으면 합니다.
3) 타 회사 오퍼와의 매칭 요구
다른 회사에도 합격했는데, 그 회사에서 제시한 연봉이 더 높을 경우, 이를 레퍼런스로 활용하여 유사하게 맞춰달라고 협의해볼 수 있다.
(예시)
저는 최종 합격한 다른 회사에서 연봉 1억을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연봉에서 고민이 되네요. 혹시 이 금액과 유사하게 맞춰주실 수 있으실지요?
4) 시장 컨센서스와의 매칭 요구
동일 업종의 다른 회사들 연봉 수준을 벤치마킹하여 그와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요구하는 방법. 특히 이직하려는 회사의 연봉 테이블이 시장에서 낮은 편에 속할 때 유용하다.
5) 직접적인 관련 경험 보유자임을 어필
직무에서 요구하는 업무의 경험을 딱 맞게 보유하고 있는데, 그 경험 보유자가 흔치 않은 경우 사용하기 좋다.
6) 잃게 되는 복리후생에 대한 보상 요구
이직함으로써 정기적으로 받는 복리후생이 줄어든다면 이를 어느 정도 연봉에 감안해달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회사에서 연봉 외에 연간 200만 원 정도의 현금성 복지 포인트를 받아온 경우, 이직 시 그만큼의 연봉이 줄어드는 것이 되므로 이를 계약 연봉에 포함시켜 유지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7) 넓어진 업무 범위 보상 요구
면접을 보다 보니, 회사에서 적시한 채용 공고의 내용보다 더 많은 일을 맡게 될 것 같을 때, 이를 연봉 협상의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지므로 연봉을 높여달라고 하는 것이다.
때때로 어떤 회사들은 상여금, 복리후생비, 성과급, 야근 수당 등이 포함된 금액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연봉을 이야기할 때, 그들이 이야기하는 연봉의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인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연봉이 인상된다고 생각하고 이직했는데, 알고 보니 성과급을 포함한 숫자였다면? 사실상 연봉이 낮아지는, 웃지 못할 촌극으로 귀결될 수 있다.
연봉과 처우 협상을 할 때는 모든 것을 기록하도록 노력하자. 이메일로 서면 기록을 남겨도 되고, 유선으로 대화를 하게 될 경우 녹음해 놓는 것이 좋다. 나중에 조건이 번복되는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협상이 마무리되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계약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현재 회사에 퇴사 통보를 하기 전, 반드시 이직할 회사의 사장의 직인이 담긴 계약서를 수령해 놓아야 한다.
이직 시 당장에 받을 연봉뿐 아니라, 인상률이 어떻게 되는지도 문의하는 것이 좋다. 당장에 받을 연봉이 조금 불만족스럽더라도, 인상률이 높은 것을 감안하여 이직할 수도 있기 때문.
반대로 첫 연봉은 괜찮은데, 인상률이 처참하다면 오히려 현 회사에 남아있는 것이 더 나은 옵션일 수 있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연봉 협상은 최대한 많은 기업들과 진행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다양한 기업들과 논의하다 보면, 본인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가치인지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협상할 때는 친절하고 합리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단순히 지원자와 인사 담당자의 관계이지만, 이직을 결정하게 되면 함께 일하게 될 동료이므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럼 이제 근거 있는 희망 연봉으로 잘 협상하시길 바라며!
저자 주
- 글에서 언급했거나, 사진에 있는 회사와 제품은 모두 저자와 이해관계가 없음을 밝힙니다.
- 사이트 캡처 화면은 2020년 11월 1일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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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사이트에서 가져온 이미지이기에 영문 안내를 함께 표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