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민철 Jan 14. 2023

아기

생명의 무게

  작년 12월 누나가 딸을 순산했다. 누나와 조카가 산후조리원에서의 시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와 같이 조카를 보러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와 아내가, 뒤이어 누나 부부가 코로나에 걸리면서 3, 4주가량 미뤄졌다. 그리고 모두가 치유되고 난 후에야 조카를 처음 마주할 수 있는 저녁 식사자리를 약속할 수 있었다. 어제가 바로 그날이었고, 누나 집 근처 백화점에 들러 조카가 봄이 되어 외출할 때 입을 수 있을만한 예쁜 옷을 하나 골라 누나 집으로 향했다. 초인종을 누르고 미리 와 계셨던 아버지가 문을 열어줬을 때, 거실에 누나 품에 안겨 있던 조카를 보았다.

  그 생명의 무게란 참 대단했다. 혹여나 내가 밖에서 조카에게 위해가 될 바이러스나 이물질을 묻혀 온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손을 깨끗이 씻고 나니 누나는 나에게 조카를 한 번 안아보지 않겠냐고 물어봤지만, '감히 내가?'라는 미묘한 두려움이 앞섰다. 물론 이내 나는 조카를 조심히 안아보았고, 너무 소중하고 귀여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조카의 친척일 뿐 부모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책임감이 들면서, 조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답길 바라게 되었다. 5년이 넘는 사회생활 속에서 말라버린 유치하고 따뜻한 감성이 되살아났다. 새 생명은 가족이게 행복과 축복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이해가 되는 밤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금요일 저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