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누나가 딸을 순산했다. 누나와 조카가 산후조리원에서의 시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와 같이 조카를 보러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와 아내가, 뒤이어 누나 부부가 코로나에 걸리면서 3, 4주가량 미뤄졌다. 그리고 모두가 치유되고 난 후에야 조카를 처음 마주할 수 있는 저녁 식사자리를 약속할 수 있었다. 어제가 바로 그날이었고, 누나 집 근처 백화점에 들러 조카가 봄이 되어 외출할 때 입을 수 있을만한 예쁜 옷을 하나 골라 누나 집으로 향했다. 초인종을 누르고 미리 와 계셨던 아버지가 문을 열어줬을 때, 거실에 누나 품에 안겨 있던 조카를 보았다.
그 생명의 무게란 참 대단했다. 혹여나 내가 밖에서 조카에게 위해가 될 바이러스나 이물질을 묻혀 온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손을 깨끗이 씻고 나니 누나는 나에게 조카를 한 번 안아보지 않겠냐고 물어봤지만, '감히 내가?'라는 미묘한 두려움이 앞섰다. 물론 이내 나는 조카를 조심히 안아보았고, 너무 소중하고 귀여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조카의 친척일 뿐 부모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책임감이 들면서, 조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답길 바라게 되었다. 5년이 넘는 사회생활 속에서 말라버린 유치하고 따뜻한 감성이 되살아났다. 새 생명은 가족이게 행복과 축복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이해가 되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