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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Jan 20. 2023

캐릭터IP 기획-유통의 D2C 전략

캐릭터‧라이선싱 산업 생태계의 변화 2022 #캐릭터백서

*이 글은 2022년 12월에 발간된  <한국콘텐츠진흥원(2022). 2022 캐릭터 백서>에 수록된 글입니다. 원고 작성 시점은 2022년 9월임을 참고해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들어가며: D2C 확장의 맥락 읽기

이 글에서는 캐릭터 라이선싱 산업의 변화를 온라인 중심이 유통 경로 확장과 더불어 캐릭터IP홀더가 직접 팬덤과 교류하는 D2C 전략의 확장에 대해 다룬다. 전통적으로 캐릭터산업은 라이선싱 산업, 즉 IP권리를 중심으로 여러 사업자가 연결되어 협력적인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방식이 중심이 되었다. 물론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 과정에서 완구 제조사가 직접 IP를 확보하는 방식으로의 진화도 나타났다. 이때의 특징은제조에 강점을 가진 사업자가 IP 가치사슬 전반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라 볼 수 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IP가치사슬의 융합이란 점에선 유사하지만, 그 주체의 성격이란 측면에서 다양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온라인 유통의 확대와 제조의 플랫폼화가 다양한 주체들이 IP를 상품화하고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D2C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는 것이다.     


변화의 배경: D2C 전략의 가능성과 중요성의 증가

먼저, 콘텐츠IP를 보유한 주체가 직접 상품을 만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모든 상품을 직접 만든다는 것은 아니다. MD(Merchandising) 상품이 콘텐츠IP 경험에서 갖는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핵심 상품의 제조에 대한 관여도를 높여서 품질을 높이려는 전략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MD상품과 IP의 결합 수준이 높아지는 현상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 MD 상품에 단순히 캐릭터의 일부 요소를 소극적으로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형상에서부터 기능적, 감성적 측면 전반에 캐릭터의 세계관과 핵심 요소들이 반영되는 방식의 구성이 늘어나면서 IP홀더의 관여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달라진 상품 제작과 유통의 환경도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 하고 있다. 상품의 직접 제작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적정한 재고량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판매된 상품에 대한 로열티만 받는 라이선싱 전략은 사실 물리적 상품 제작에 따른 재고 부담이란 리스크를 해당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IP홀더가 직접 제품을 제작하게 되면, 재고 물량 등의 부담을 고스란히 가져야 한다. 제품 제작에 필요한 금액에 더하여 재고 물량을 보관하기 위한 비용, 이를 배송하고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등을 진행하기 위한 비용과 노력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사업자는 일부의 제작-유통-물류 부문의 기반을 가지고 있는 이들로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기존의 IP보유-직접 제조-유통을 일원화할 수 있었던 이들이 해당 부문의 경쟁력을 갖춘 완구 제조업이 중심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이러한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기술과 인프라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대략의 제작 물량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재고에 따른 부담을 줄여준다. 또 최근 주요 전자상거래 기업이 제공하는 '풀필먼트(fulfilment)' 시스템은 물류와 배송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 이들과 연계된 자사몰 구축의 용이성이 높아지면서, 보다 적은 자원으로도 직접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보하고 제품을 기획, 제작,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보다 적은 자원을 가진 사업자들도 캐릭터 상품의 제작-유통에 있어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직접 만들거나 콜라보 하거나세계관 정체성의 구축과 확장

직접 IP 상품을 제작하는 기업들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예를 들어, SAMG는 ‘캐치티니핑!’과 같은 IP의 핵심 상품들을 직접 기획, 제작하고 있다. 캐치 티니핑에서 콘텐츠 내부에서 등장하는 요소들, 예를 들어, 휴대폰, 보석함 등이 완구로 구현된 상품들 뿐 아니라, 관련 패션 및 뷰티 상품들 역시 직접 기획, 제작하고 있다. 이러한 핵심 상품은 최대한 콘텐츠 내부의 렌더링과 일치하는 디자인으로 구성하는 방식으로 몰입감을 높인다. 물론 이외의 부가적인 상품들은 더 많은 라이선시와 함께 협업한다. 

직접 제조와 유통이 갖는 장점 중 하나는 높은 매출 규모의 확보에 있다. 라이선싱은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이유에서, 전체 매출의 일부만을 매출로 확보할 수 있다. 직접 제조는 이익율을 관점에서는 품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상품 금액 전체를 매출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계적으로 강점을 갖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전략의 사례로 언급되는 SAMG가 2022년 8월을 기준으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이익의 관점 뿐 아니라, 매출 성장의 추세를 보여주어야 하는 회계적 관점의 유용성도 중요한 사업적 전략 선택의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직접 기획-제작은 콘텐츠IP의 세계관 연계와 확장 용이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는다. 상품의 기획 단계와 출시 과정이 내부화 되어 있기 때문에 더 긴밀한 콘텐츠와의 연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팬덤의 힘은 라이선싱을 통한 상품군의 확대를 통한 더 큰 사업적 확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때에도 직접 기획‧제작한 핵심 상품은 이후 라이선싱 과정에서의 품질 확보를 위한 기준이 되어줄 수 있다.

세계관 연계에 대한 소비자의 민감성 증대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또 하나의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다수의 콘텐츠IP들이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 형태의 상품화를 다수 진행하면서 소비자들의 MD 상품의 품질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의 세계관 연계 경험의 증가는 콘텐츠와 실물 상품 영역의 연결의 중요성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주고 있다. IP비즈니스에 있어서 세계관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품질이 좋은 상품은 그 자체로 콘텐츠IP 세계관의 설득력을 높이는 요소로서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상품 영역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과 '협업'의 형태로 상품을 확장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 <미니언즈2>는 삼성 제트봇 청소기와 협업을 통해 캐릭터를 입힌 상품을 출시했다. 에스더버니는 후지필름과 협업을 통해 틴케이스, 콜렉트북 등의 굿즈를 출시했다. 엔씨는 CU와의 협업을 통해 캐릭터 ‘도구리’의 음료와 식품에 ‘스티커팩’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상품화를 진행했다.

이러한 전략들은 캐릭터 상품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직접 기획‧제작한 상품들은 캐릭터의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세계관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콘텐츠로서 상품을 물리적 세계에 내놓는 방식이다. 협업을 통해서는 세계관을 더 넓은 현실세계로 확장하고, 이 세계관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현실 안의 다양한 영역에 접점을 늘려준다. 타 브랜드와의 협업의 장점 중 하나는 서로 다른 세계관 사이의 상호 연결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미 나름의 팬덤을 확보한 IP와 브랜드 상품의 협업은 해당 상품의 팬덤에게도 IP의 가치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줄 수 있는 것이다.     


온라인 유통의 확대직접 팔 거나협력하거나

캐릭터 상품의 유통 경로가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특히 자사몰 형태의 유통망 확보 노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예를 들어, SAMG는 상품 유통에 있어서도 온라인 공식 쇼핑몰인 SAMG Shop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고, 2022년 5월 말 기준 누적 매출액은 약 3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코닉스, 핑크퐁 등 다수의 캐릭터IP 기업들도 대부분 온라인 자사몰을 운영하고 있다. 

캐릭터 상품을 IP홀더가 직접 기획하고 판매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위험 중 하나는 ‘판로 개척’에 있어서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직접 생산한 제품의 판매 경로를 확보할 수 없다면, 물리적 상품의 재고는 더 큰 사업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온라인 자사몰의 운영은 이러한 판로 개척의 위험 부담을 1차적으로 줄여준다. 다만, 물류 등 운영 측면에서의 문제와 구축된 온라인 자사몰으로의 유입 활성화에 대한 부담 등의 어려움도 존재한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자사몰의 확대는 이러한 운영의 어려움이 줄어드는 환경과도 관련되어 있다. 먼저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 구축 서비스들이 경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의 스마트 스토어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손쉽게 쇼핑몰을 구축할 수 있으며, 카페24 등 관련 호스팅 기업들의 서비스 들도 활성화 되어 있다. 쇼핑몰의 ‘외관’을 만들고, 관련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반을 만드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은 규모의 IP 사업자들도, 자사몰의 구축 자체는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다수의 기능들도 서비스화(servitization)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자사몰 확대에 중요한 배경이다. 기존에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서 진입장벽을 높이는 요인이었던 배송 등 물류와 재고관리 부분에서의 서비스화가 확장되면서, 작은 규모 사업자의 쇼핑몰 운영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활성화를 위해 물류와 배송 전반을 관리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와 대한통운의 협력으로 구성된 풀필먼트 전략은 종합 물류 창고에 미리 상품을 보관하고, 주문이 들어온 상품을 해당 물류창고에서 바로 배송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으로 사업자의 부담을 줄여준다. 

소셜미디어의 활성화도 자사몰로의 유입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다수의 기업들이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품을 홍보하고, 이 게시물과 계정 채널을 활용해 자사몰로의 유입을 이루어낸다. 다수의 온라인 소상공인을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포털 사업자의 노력도 이러한 접점의 문제를 해소해준다. 이미 다양한 상품군에서 온라인 쇼핑 경험이 누적된 훈련된 소비자의 존재도 이를 지원해주는 배경이 된다. 캐릭터 상품의 온라인 자사몰 유통 확대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온라인 쇼핑몰 확대의 흐름과 연결된 현상이기도 한 것이다.

온라인 자사몰의 운영은 캐릭터IP 비즈니스의 기획과 활성화의 관점에서도 강점을 갖는다. 먼저 자사몰의 운영은 캐릭터 상품 경험의 마지막 단계에서 소비자 접점에서의 구매 경험에 대한 통제력을 높여준다. 제품의 유통 과정에서의 구매 경험 자체도 팬덤에게 중요하다는 부분도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직접 상품을 기획-제작하는 이유 자체가 캐릭터IP의 오리지널 경험에 대한 통제 역량을 확보하는 것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상품을 소비자에게 연결시키는 경로에서의 통제 역량의 확보 역시 총체적 경험의 제공이란 관점에선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한 자사몰의 운영은 이용자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도 유용하다. 기존에 라이선싱의 방식으로 상품을 확대하던 단계에서는 실제 소비자 접점에서 발생하는 이용 데이터의 확보에는 여러모로 제한이 될 수 밖에 없다. 반면 자사몰의 운영을 통하면 다양한 구매 행위에 대한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 이들 데이터를 통해 캐릭터와 상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수집하고 분석하게 되면, 보다 정교한 캐릭터 비즈니스의 기획-운영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캐릭터 상품 유통에서 온라인 자사몰의 확대는 앞서 논의한 직접 제조의 확대와 더불어 캐릭터 사업자의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의 확대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D2C 전략은 콘텐츠 뿐 아니라 패션 등 커머스 산업 전뱐에서 확장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자신의 플랫폼으로의 유입을 높이고, 플랫폼에서의 소비 활동 확대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획의 정교함을 높이는 방식으로 IP와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물론 이러한 D2C 전략이 자사몰 등의 자체 플랫폼 활성화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이렇게 D2C 기획-유통을 통해 확보한 오리지널리티와 세계관, 그리고 팬덤의 영향력이 이후의 다양한 유통망의 확장과 세계관 확장에 모두 기여한다는 점이다. 

캐릭터 산업에서 D2C의 확장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기존의 캐릭터-애니메이션 중심의 IP확장 전략의 균열도 찾아볼 수 있다. 캐릭터 산업에서 애니메이션 방영을 통한 영유아 시청자 확보와 라이선시 확보, 대형 쇼핑몰 중심의 유통이라는 협력 구조는 여러 단계를 거쳐 균열이 생겼다. 애니메이션이 아닌 다양한 경로에서 캐릭터를 알릴 수 있게 되었고, 캐릭터의 이용자도 영유아에서 성인 대상으로 확대되었다. 캐릭터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확장할 수 있는 콘텐츠-미디어의 범위가 확대된 상황에서, 물리적인 상품의 기회과 유통 모두 캐릭터 세계관의 구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로 자리잡았다. D2C 전략의 확대에는 이러한 소비자 경험 영역에 대한 사업자의 고민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플랫폼의 성장더 작은 IP에게 종합적 팬덤 교류의 기회가 열린다

D2C 전략과 소비자 경험의 종합적 설계가 중요해지고, 팬덤과의 교류와 팬덤의 참여가 중요해지면서 이들을 종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도 성장하고 있다. 팬덤 플랫폼, 혹은 ‘크리에이터 플랫폼’이라 칭할 수 있는 이들 서비스는 상품의 유통 단계를 넘어서 보다 긴밀한 팬덤 커뮤니티의 역할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초기 형태의 서비스로 포스타입(Postype)을 들 수 있다. 포스타입은 주로 웹툰과 일러스트 기반의 창작자들이 팬들에게 직접 후원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기존의 유료 웹툰 플랫폼의 대안적 형태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주로 웹툰 분야에 특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캐릭터와 같은 실물 기반의 사업 확장에는 다소 한계가 있었다.

최근 다수의 기업들이 팬덤-크리에이터 플랫폼 서비스를 표방하면서, 보다 범용의 기능들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비스테이지(b.stage)’는 크리에이터가 스스로 콘텐츠 유통과 상호작용, 굿즈 판매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표방한다. 콘텐츠 서비스와 더불어 커뮤니티 기능과 함께 자사몰의 기능을 결합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기존에 위버스, 유니버스와 같은 대형 케이팝 아티스트 기반의 팬덤 플랫폼에서도 이러한 통합적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전반적인 IP산업의 D2C 전략의 확장을 보여준 바 있다. 최근 등장하는 크리에이터 플랫폼은 이러한 D2C 전략을 보다 작은 규모의 IP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란 점에서 D2C 전략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상품 기반의 플랫폼의 등장: IP확장의 순서와 방식이 바뀐다

온라인 기반의 새로운 유통 플랫폼의 등장은 캐릭터 IP확장의 순서와 방식을 바꾸고 있다. 앞서 검토한 전략이 캐릭터 기업의 D2C 방식의 접근, 즉 탑-다운(Top-Down) 방식의 방향성이라면, 온라인 기술은 반대 방향의 접근, 즉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상품화의 가능성도 열어주고 있다. 팬덤이 캐릭터 상품의 기획과 상품화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크라우드 펀딩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한편으론 상품에 대한 수요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고, 본격적인 상품화 과정에서의 팬덤의 반응을 알아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캐릭터 산업에서 유용하게 활용되어 왔다. 팬덤의 펀딩 참여가 상품화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팬덤의 영향력이 확대된 형태이지만, 여전히 기획의 방향성은 캐릭터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보다 적극적으로 캐릭터 상품 기획에 관여하는 방식으로 산업의 흐름을 바꾸기 시작했다. 와디즈의 팬즈메이커(Fanz Maker)가 대표적인 사례다. 출발은 대표 IP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크라우드 펀딩의 형태를 갖지만, 궁극적으로는 팬들의 요구를 개별 IP와 메이커의 연결을 통해 현실화 하는 방식으로서 플랫폼의 기획 부문에서의 관여를 높이는 방향성을 갖는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의 특성상 다수의 메이커들과의 협력 관계를 갖고 있다는 강점을 활용해서, 이들을 캐릭터 사업자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기획의 전략을 다변화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한단계 더 나아간 방식은 소비자가 직접 상품에 적용할 IP를 선택하게 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마플샵과 같은 플랫폼은 보다 유용하게 캐릭터IP 적용이 가능한 상품군을 마련하고, 이에 대해서 소비자가 직접 IP의 아트웍을 선택해서 상품화하여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양한 아트워크를 주요 핵심 상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권리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상품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상품화의 선택권이 팬덤-소비자에게로 이동할 수 있도록 상품 자체를 IP활용의 플랫폼으로 삼는 전략에 가깝다. 현재는 가장 대중화된 IP활용 상품군인 휴대폰 케이스 등 일부 분야에 머물러 있지만, 이는 앞으로 더 확장될 여지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다수의 상품들이 IP콜라보를 위한 일종의 플랫폼의 역할을 자임하려 한다. 캔버스화, 크록스의 악세서리 등의 상품들은 기본적인 상품의 틀에 IP를 디자인 요소로 차용하는 방식으로 유연한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러한 상품과 온라인 플랫폼이 만나면서, IP활용에 대한 이용자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변화 읽기: D2C 전략의 확대가 보여주는 산업 생태계의 변화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D2C 전략을 통한 IP 세계관 경험의 통제, 작은 규모의 IP의 새로운 성장 기반 구축, 그리고 팬덤의 영향력 확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캐릭터 산업 생태계의 특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캐릭터 산업의 핵심 가치에서 캐릭터 세계관의 구축과 확산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이들을 경험할 수 있는 핵심 경로로서 상품의 직접 기획-제작과 소비 경험의 통제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캐릭터 기업들은 자사몰을 확대하고, 직접 제조한 상품의 유통을 강화하는 D2C 전략을 확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이커머스 침투율을 배경으로, 더 작은 사업자들의 참여가 확대되는 환경 변화 속에서 배경에서 캐릭터 산업도 새로운 성격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캐릭터 상품을 소비하는 집단의 연령 층도 확대되었고, 일상 속에서 캐릭터를 소비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캐릭터 산업에서 온라인 유통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흐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유통망의 확장은 더 다양한 사업자들이 캐릭터 산업으로의 진출을 가능하게 한다. 캐릭터 산업의 성장 경로도 이런 점에서 다양화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전통적인 캐릭터-콘텐츠 연계 뿐 아니라 상품화와 유통 전략의 고도화에서 새로운 성장의 경로를 발견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크리에이터 플랫폼은 작은 규모의 IP홀더들에게도 종합적인 D2C 비즈니스의 운영을 가능하게 돕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기술은 한편에선 슈퍼IP로의 집중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승자 독식의 구조로의 이동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기존에 성장의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작은 규모의 IP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크리에이터 플랫폼은 ‘탈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해주는 디지털 기술로서, 보다 적은 팬덤으로도 지속가능한 캐릭터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이들이 팬덤 중심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생태계 속에서 다양한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경로를 만날 수 있게 도와준다.

다만 이러한 크리에이터 플랫폼의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란 점에서 앞으로의 성장 경로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질적으로는 더 작은 IP들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와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와 같이 더 대중적인 서비스들의 결합을 통해 초기 팬덤 형성의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플랫폼은 이러한 마이크로IP의 초기 성장 이후, 중간 규모 이상의 IP로의 성장 과정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즉, 디지털-온라인 환경에서 새롭게 구축되는 캐릭터IP의 성장 경로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메이커 기반의 플랫폼들이 팬덤의 수요가 주도하는 IP활용의 기반을 만들어주고 있으며, 팬덤의 기획-상품화 영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캐릭터 상품의 구매자의 연령이 성인으로 확대되고, 소비되는 상품이 보다 일상의 물품들로 확대되면서, 이들 영역에서 새로운 유형의 라이선시가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상품 경쟁력과 온라인 플랫폼의 힘을 바탕으로 IP에 새로운 방식의 접근을 시도한다. 이들은 팬덤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사업적 협상력도 확대한다. 이는 캐릭터 산업의 가치사슬에서 새로운 역동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적으로 보다 복잡한 고민과 접근을 요구하는 변화라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캐릭터 산업의 전통적인 라이선서-라이선시의 관계와 산업 생태계의 구성원과 작동 방식 전반에 있어서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 IP홀더-콘텐츠-미디어-라이선시의 연결로 만들어진 생태계에서 D2C 전략의 확장과 플랫폼 기술의 적용 속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라이선싱의 역할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캐릭터IP 확장에 있어서 새롭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양방향의 노력이 확대되고 이를 돕는 플랫폼의 역할이 강화될수록, 전통적인 에이전트나 라이선시 등의 사업자들에게는 위협적인 사업 환경이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나가는 글캐릭터 산업 가치사슬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

캐릭터 산업에서 새로운 상품화 전략과 유통 경로의 형성이 팬덤의 영향력 확대와 세계관 전략의 고도화와 연결되면서, 산업의 가치사슬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팬덤의 확보와 활성화가 IP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자원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이를 위한 세계관 전략의 고도화가 중요해졌다. 세계관 확장에서 팬들의 일상생활에서의 접점으로소 ‘상품’의 가치와 위치가 중요해지면서, IP홀더들은 직접 상품 제작에 관여하기 시작했고, 상품 품질에 있어서 경쟁력을 가진 메이커들도 자신의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종합적으로 연결해주는 온라인 기반의 커뮤니케이션과 커머스 서비스의 활용 역시 확대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캐릭터 산업의 생태계에서 ‘상품화’와 ‘유통’이 소비자 접점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단순한 판로가 아닌, IP가치의 확장에서의 핵심적인 요소로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의 캐릭터 산업 정책에서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기존의 라이선싱 산업 정책이 좋은 IP의 창출과 라이선서와 라이선시의 연결 활성화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 뒷단에서의 소비자 경험의 제고와 팬덤 참여의 활성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점차 강화되는 D2C 전략과 팬덤의 영향력을 산업 가치사슬 전반에서의 디지털 전환과 연계해서 파악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산언 생태계의 조성을 위한 새로운 정책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고민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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