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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라 Mar 14. 2024

매주 수요일 오후, 저는 가슴 뛰는 일을 합니다.

웰다잉 강의를 버스킹공연처럼 하고 싶었습니다.

2014년 8월 우연한 기회에 3개월 동안 웰다잉교육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웰다잉 교육을 받던 날, 저는 웰다잉을 강의하는 강사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가졌습니다. 아무런 생각이나 준비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저는 언제, 어느 때, 어떤 모습으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웰다잉교육이 저의 마음에 확실하게 닿았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 누구보다 더 열심히 교육에 참여하고 저만의 웰다잉 강의를 준비하는 저를 눈여겨보았던 원장님은 저에게 후배들 앞에서 2시간 동안 웰다잉 강의를 할 수 있도록 아주 특별한 기회를 마련하여 주었습니다. 비록 강사료는 없었지만, 한 번도 대중 앞에서 강의를 진행하지 못했던 저는 첫 번째 웰다잉 강의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강의 PPT작업을 하느라 몰입을 하다 보면 시간은 어느 사이에 새벽 2시를 훌쩍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생애 첫 번째 웰다잉강의를 진행하게 된 2014년 12월 19일 아침. 저의 차를 운전하여 강의 장소에 도착했을 때, 떨리는 긴장감으로 자동차 사이드미러를 접은 채로 창원대로를 달려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기도 했습니다.


 그날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하면서 후배강사들 앞에서 2시간 동안 웰다잉 특강을 진행하였습니다. 강의 마무리를 10여분 남겨 두었을 즈음, 저의 강의를 듣던 후배들 중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분들이 눈에 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울컥 울음이 솟구쳤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후배 강사분들은 저에게 다가와서 정말 좋은 강의였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 강의가 제가 대중들 앞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강의였다는 사실에 많이 놀라기도 하면서 많은 분들이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 저는 TV를 통해서 강사들의 길거리 강연이나 가수들의 버스킹 공연을 보면서 문득 작은 바람이 생겼습니다.


그 바람은 다른 것이 아니고 노트북이나 빔프로젝트 등 강연을 위한 도구를 저의 차에 싣고 자동차가 닿은 시골을 다니면서 한 번도 웰다잉 강의를 접하지 못한 어르신들을 위해서 웰다잉강의를 진행하였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2018년 2월 4일부터 속칭 웰다잉법(호스피스ㆍ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저는 대한노인회 경남연합회 소속 웰다잉 전문강사로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동안 경상남도 지역의 대한노인회, 노인대학, 복지관을 다니면서 웰다잉 강의를 진행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꼈습니다.


지난해 2023년 8월에 하동의 마을회관에서 웰다잉 강의를 진행하고 난 이후, 마을 이장님이 저에게 다가와서 좋은 강의 아주 잘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이장님은 여러 차례 웰다잉 강의를 들었기에 집에 와서 부인에게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자고 했더니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그날 저의 강의를 함께 들었던 부인이 자발적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함께 등록하러 가자고 했다면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해 왔던 웰다잉 강의를 2024년에는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대한노인회 경남연합회에서 6년 동안 진행해 웰다잉교육과 관련한 예산이 2024년에는 아예 없어져서 경남연합회에서는 이상 웰다잉 교육을 진행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대한노인회 경상남도 20개 지회에서는 각자 웰다잉교육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상 어르신들을 위해서 웰다잉 강의를 진행할 없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던 2024년 1월, 밀양보건소에서 2024년 건강증진사업에 참여할 강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확인하고 저는 강사지원을 했습니다. 강사 제출 서류에 어떤 분야에 지원하는지 해당 분야를 체크할 때 저는 '신체활동' 이외에 기타란에 '웰다잉'과 '노후준비'를 적어 넣어서 지원을 했습니다.


1월 22일에 합격자에게 개별연락을 한다고 했지만 밀양보건소에서는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연락을 받지 못한 저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언제나처럼 '나처럼 실력 있는 강사를 알아보지 못한 그곳이 더 손해'라는 마음과 '어쩌면 더 좋은 기회가 주어지기 위해서 떨어졌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애써 아쉬운 마음을 털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9일이나 지나서 1월 31일 오전이었습니다. 10시 30분부터 진행하는 노후준비교육을 위해서 강의장소로 이동하는 저에게  뒤늦게 밀양보건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2024년 2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에 웰다잉강의를 진행하도록 강사계약서를 작성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이어서 저도 무척 놀랐습니다.


그렇게 저는 2월 1일 오후에 밀양보건소 소속 웰다잉강사 계약서를 작성하였고,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20분부터 3시 20분까지 밀양보건소 관할 경로당을 찾아다니면서 웰다잉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주 밀양의 마을회관, 혹은 경로당으로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하면, 어느 어르신은 처음에는 경계하는 표정으로 맞이하였다가도 1시간 동안 웰다잉 강의를 듣고 나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기 위한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질문도 합니다. 그리고 뒤늦게 저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 박카스 한병, 혹은 음료수 한 병을 권해 주기도 합니다.


지난 3월 6일에는 웰다잉강의를 마치고 나서 경로당 회장님께서 저에게 명함을 달라고도 하셨습니다. 제가 강의를 진행했으면 하는 곳에 소개해 주겠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그러면서 저의 강의 내용 중에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놓쳐버렸다고 저에게 시간이 날 때 카톡으로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부탁도 하십니다. 그날 저녁 저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경로당 회장님께 강의 자료를 카톡으로 보내드렸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가 되면 저는 마치 가수가 길거리 공연을 하러 가는 떨리는 마음으로 1시간여 차를 달려가 밀양의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웰다잉 강의를 합니다.


1시간이 훨씬 넘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저의 강의에 귀 기울여 들어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셔서 좋습니다.

춤추고 노래하는 시간보다 몇 배나 좋다는 어르신들이 계셔서 좋습니다.

이제부터는 주변에 좋을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말씀해 주시는 어르신이 계셔서 좋습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일을 하는 저의 직업이 참으로 부럽다는 어르신이 계셔서 좋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주 수요일이면 어르신들을 만나러 가슴 뛰는 길을 나섭니다.   



3월 13일 수요일 오후 웰다잉 강의
2월 7일 수요일 웰다잉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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