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장에서 깨달은 삶의 지혜
내가 다니는 직장에는 지하에 탁구장이 있다. 한 삼 년 탁구에 빠져 살고 있다.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탁구했다. 탁구공 자동 발사 장치를 이용해서 운동하는 것을 기계 볼을 친다고 표현한다. 어느 정도 연습을 한 후에는 바닥에 떨어진 연습 공을 주워야 한다. 공을 줍는 네모난 통은 바닥에 낚싯줄이 촘촘히 엮여 있다. 네모난 통을 공 위에 콕! 콕! 찍으면 통 속으로 공이 쏙! 쏙! 들어온다.
여느 때와 같이 아무 생각 없이 탁구공을 콕! 콕! 찍어대고 있었다. 담은 공을 쏟기 위해서 통 한쪽에 난 구멍으로 공이 쑝! 쑝! 나왔다. 두 개를 콕! 찍으면 두 개가 쓩! 나오고, 한 개를 콕! 찍으면 한 개가 쓩! 나왔다. 그 모습이 너무 재밌어서 공이 밖으로 나오지 않게 조심조심 넣기도 하고 두 개, 세 개를 동시에 찍어봤다. 물론 입가엔 웃음이 실실 새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 욕심이 가득하면 담을 수 없는 거구나! 나를 비워야 또 다른 무엇을 채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 아침부터 기분 좋은 깨달음이 하루를 상쾌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샤워 가볍게 하고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이리 글을 쓰니 오늘 하루도 유쾌 상쾌 통쾌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나저나 어떻게 내 안을 비우지? 잔잔한 고민도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