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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치고 덮치기

by 김선태 Mar 16. 2025

  큰 애 하은이 중학생 졸업식에 참석했다. '이젠 고딩이구나!' 하는 생각에 '앞으로는 좀 더 인격체로 하은이를 대해야겠다'라는 생각을 다부지게 하고 있었다. 갑자기 아랫배가 부글대기 시작했다. 나는 급하게 학교 강당 화장실로 이동했다. 아뿔싸! 휴지가 없다. 다행히 집이 코 앞이기에 나는 발걸음을 외틀어 집으로 향했다. 나는 금세 다녀올 요량으로 아내에게 귓속말 보고 후 길을 떠났다. 아랫배는 점점 부글거리며 활화산으로 진화 중이었다.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순간이 다가왔다. 보폭을 줄이며 괄약근에 힘을 주고 걷던 중 아파트 라인 앞에 있는 상가가 눈에 들어왔다. '옳다구나!' 생각하고 상가 안으로 입성했다. 두 번째 아뿔싸! 화장실 문이 잠겨있다. 나는 빠른 속도로 집으로 가야겠다고 결정하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이동했다. 거의 빛의 속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세 번째 아뿔싸! 엘리베이터 점검 중이다. 그렇게 나는 고행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13층까지 천천히 올라갔다. 겁나게 천천히 올랐다. 누가 보면 출산을 앞둔 산모가 온 힘으로 오르는 줄! 다행히 대형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모든 볼일을 깔끔하게 처리한 후 가벼운 마음으로 하은이 졸업식에 다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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