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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땡 나무

by 김선태 Mar 20. 2025

  아침에 눈을 뜨고 아주 오래된 습관처럼 휴대전화를 켰다. 친절한 휴대전화는 오늘 비가 온다 알려 주었고, 난 나의 애마 자전거를 배신하고 차를 타고 출근하기로 결심했다. 시동을 걸고 여느 때와 같이 라디오 주파수를 찾았다. 역시 재수가 좋은 건지, 내가 똑똑한 건지 괜찮은 주파수가 걸렸다. 일단은 디제이가 여자다. 목소리도 예쁘고 생기 통통이다. 아마 얼굴도 아주 예쁠 거라 예측된다. 아마 그럴 것이다. 디제이가 얘기한다. 미국에서 자라는 나무 이야기란다. 이 OOO 나무는 100미터 이상 자란단다. 그리고 1000년 이상 산단다. 그런데 이 OOO 나무는 뿌리가 2~3미터밖에 되지 않는단다. 운전하며 디제이 문제를 곱씹어 보다가, 헐! 1000년을 넘어지지 않고? 2~3미터 뿌리로? 이게 말이 돼? 하며 혼잣말을 뱉었다. 예쁠지는 모르니 친절한 디제이는 나의 궁금증에 답을 주듯이, 이 OOO 나무뿌리의 깊이는 2~3미터이지요. 하지만, 이 OOO 나무는 옆으로 20~30미터씩 뿌리를 뻗고 서로서로 안는답니다,라고 말했다. 그랬다. 그게 비밀이었다. 서로서로 부둥켜안는 거! 바로 그거!

  신호에 걸린 내 차는 멈추었고, 나는 시뻘건 신호등을 응시하며 디제이 말을 다시 곱씹었다. 뿌리가 서로 안는다는 그 얘기! 이번엔 좀 더 깊은 생각을 한다. 아마도 신호가 꽤 긴 모양이다. 그래, 나도 그렇지만 우린 조금 알고 있다. 우린 조금 살다 간다. 아등바등 살아간다. 많이 아는 것처럼! 천년만년을 살 것처럼! 그렇게…. 어떤 스님이 그랬듯이 우린 모두 시한부 인생을 사는 거라 했지만 우린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간다. 우린 오늘도 혼자 버티려 한다. 부둥켜안는 것에 인색하게 살아간다.


  그건 그렇고, 어이 친구들! 할 말 있다네. 우리 서로 안아주세나! 우리 서로 부둥켜 안으세! 혼자 서있지 말고 함께 살아가세나! 그래야 덜 외롭고 그래야 더 재밌지 않겠나! 충남 청양에 가면 고운 식물원이 있지. 내 기억에 문구가 100% 정확하진 않지만 식물원 입구 왼편에 우뚝 서 있는 큰 돌에 이렇게 쓰여있다네. ‘울면서 태어난 세상, 웃다 가야지.’ 같이 웃으며 살아보세. 서로 부둥켜안고 웃어보세나. 비가 오네. 막걸리 한 잔 그리운 날일세. 빗소리가 더해지니 자네가 그리워지네. 이 글을 읽는 자네는, 자네가 나여? 하며 궁금해하겠지. 

자넬세 이 사람아!


  그나저나 OOO 나무의 이름을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잔뜩 들어있는 모양이다.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혹시 아는 친구가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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