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앞서서 네 사람이 수목원을 걷는다. 얼핏 얼핏 들리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직장 동료가 분명하다. 여자 셋, 남자 하나. 남자가 팀장인 모양이다. 팀장이 조금 앞서 걷는다. 앞에서 네 명이 횡렬로 걸으니 수목원 넓은 길에 학익진이 펼쳐진다. 아니 이런. 여자들은 슬리퍼를 신고 있다. 근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구나, 하고 생각한다. 아마도 근무하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산책을 나온 게 틀림없겠거니 했다.
좌우당간, 학익진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어려웠다. 간밤에도 내리고 오전에도 조금씩 내린 비가 수목원 길에 심술을 부렸다. 질퍽한 길에 실내화가 곤욕을 치른다. 여자들은 호주머니 손을 양쪽으로 펴고 기우뚱기우뚱 걷는다. 드디어 학익진 안에서 불만에 찬 목소리가 튀어나오는데, 팀장님, 길이 너무 안 좋아요. 어휴 이게 뭐예요, 하는 게 아닌가. 역시 노련한 팀장이다. 직원의 볼멘소리에, 긍게 일리와 일리. 일리 가야지, 라며 말 한마디로 불만을 잠재운다. 덕분에 학익진은 깨지고 일렬종대로 걷는다. 빠르게 그 옆을 지나며, 친구들은 요것이 뭔 소린지 알랑가 몰라, 하며 요런 저런 생각 끝에 팀장의 말을 되새겨본다.
일리와 일리. 일리 가야지.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주니, 종설이는 일리와를 ‘이짝이여’ 라고, 경아는 ‘컴히열 컴히열’로 번역했다. 성원이는 세 살배기 딸랑구에게 어머니가 검정색 머리띠를 가리키며 ‘꺼멍….’이라고 이야기해 아내와 아주 난감했었다나 어쨌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