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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국물에 밥 한술을 설설 말아

각시가 건네준 밥 한술을 라면 국물에 설설 말아 먹는 것이 행복

by 김선태 Mar 05. 2025

휴가를 내가 집에서 쉬고 있었다. 온톨로지 관련 책을 읽다 보니 어쩌다 한 번씩 마시는 와인 얘기가 실려있었다. 와인의 맛을 설명할 때, 바디(body)가 있는 걸 알았다. 보디라…. 처음에 이런 생각을 했다. 와인에 몸뚱이(body)라! 이게 뭐여? 아무 생각 없이 마셔왔던 와인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좌우지간, 세상엔 공부할 게 참 많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휴일엔 고민 없이 라면을 먹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아내랑 라면을 끓여 먹었다.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려고 주방에서 왔다 갔다 하는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밥 한 숟가락만 줘요. 아내가 밥솥을 열고 묻는데, 여보! (빠르게 발음) 한 숟가락? (이번엔 악센트를 살리며 천천히 느리게 발음) 한--숟---가락?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한-- 숟--- 가락! 하고 외쳤다. 잠시 후, 아내는 엄청난 양의 한 숟가락을 퍼왔다. 물론 라면 국물에 맛나게 말아 볼이 터져라 먹었다.     

밥 한 숟가락 하며 외치는 각시가 참 귀엽다. 어찌 사랑스럽지 않은가. 행복이 별것인가. 각시가 건네준 밥 한술을 라면 국물에 설설 말아 먹는 것이 행복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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