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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손이 Sep 12. 2022

Kindergarten Life

거북손이의 육아 스케치 No.49


병설유치원은 친구들도 많고 너무 좋다는 다현이와 다르게 우현이는 배우는 게 없고 지루해서 40% 정도만 좋대. 빨리 좀 하원 시켜 달라고 조르곤 한단다. 그래도 요즘은 심심하면 도서실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며 나름대로 찾은 방법을 설명해주더라. 고민하다 자기만의 해결책을 찾은 모습이 기특했어. 


너희들 유치원에서 가족 참여 수업을 한 날이 있었는데 노래도 하고 체조도 하고 무척 신나 보였어. 선생님도 좋으시고 아기자기한 교실엔 책도 놀잇감도 풍부하더라. 물론 반복되는 생활은 가끔 재미없게 느껴지기도 해. 그래도 엄마는 너희가 지루한 일상 속에 숨은 작은 기쁨들을 많이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끔 잠자리에서 유치원 생활의 고민을 토로할 때가 있는데 주로 교우관계에 대한 거란다. 친구에게 오해받았는데 당황해서 한마디도 못했던 일, 한참 기다리는데도 놀잇감을 혼자 독차지하는 친구가 얄미웠던 일, "짠~ 멋지지?" 했는데 별로라며 훽 돌아선 친구에게 서운했던 일 등등. 여섯 살 인생도 참 녹록지 않다. 그렇지? 


하루는 엄마가 이런저런 요령을 알려주는데 우현이가 다급하게 말했어.


 "엄마 엄마, 그걸 빨리빨리 써서 유치원 가방에 넣어놔!!" 


엄마는 그 말이 너무 재밌어서 속으로 깔깔 웃다가 문득 정말 너희들 한데 적어줄 말이 있는지 곰곰 생각해 보게 됐단다. 


누구든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에게 행하라. 예수님의 이 말씀은 너무 귀해서 황금률이라고 이름 붙여졌어. 먼저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대하다 보면 또 그런 친구들로 주변이 채워질 거야. 좋은 친구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란다. 부끄럽고 어렵더라도 조금 더 마음을 내보렴. 


삼인행 필유아사. (三人行 必有我師)  세 사람이 걸어가면 반드시 스승이 있다는 공자님의 말씀은 착한 사람도 착하지 못한 사람도 모두 스승이란 뜻이야. 친구들의 좋은 태도는 배울 점이고 나쁜 태도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니까. 너희는 놀잇감도 잘 나누고 리액션은 부자가 되자!  


그리고 조금 어려운 건데 옳고도 지는 것이 가장 큰 용맹이란 성철 스님의 말씀도 있어. 가끔 억울한 때가 오면 이 말을 한 번쯤 떠올려 보렴. 설명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 모르는 것은 아니란다. 


가장 지혜로웠던 분들의 말씀만 추린 거니까 잘 적어서 가방에 꼭 넣어놔! 알았지? ㅎㅎ


지식은 언제 어디서든 구할 수 있지만 좋은 관계를 맺는 지혜는 오직 사람들 속에서만 배울 수 있어. 좋은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용기 내서 실천도 해보렴.  기쁨 먹고 슬픔 먹고 오늘도 쑥쑥 자라는 너희들이 참 예쁘구나. 


20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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