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손이의 육아 스케치 No.51
"엄마! 나쁜 사람은 강아지풀로 간지럼 공격을 하면 돼요!"
강아지풀을 꺾어 가지고 놀던 우현이가 무슨 큰 발견이라도 한 듯 말했어.
별거 아닌 일에도 까르륵 잘 웃는 다현이가 그 말을 듣고는
"와하하하 이히히히 그럼~ 엄마는 자꾸 화를 내니까 간지럼 공격~!"
이러는 게 아니겠니?
손등에 느껴지는 간질간질한 강아지풀의 감촉과 너희들 웃음소리에 엄마도 쿡쿡쿡 웃었지만 졸지에 화를 자꾸 내는 나쁜 사람(?)이 된 엄마는 속으로 좀 열없어졌단다.
그래, 가끔 엄마는 나쁜 엄마가 돼. 훈육이랍시고 너희들 혼이 쏙 빠지게 성을 내기도 하고 가르친다면서 알아듣기 어려운 일장 연설을 할 때도 있지. 피곤한 날에는 인내심이 금방 동나서 너희의 작은 실수에도 무섭게 주의를 주기도 해. 그러면서 핑계 삼아 착한 자식이 착한 엄마를 만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지. 너희를 키우고 가르치는 일이라며 선택한 방법이나 엄마의 부족한 됨됨이가 가끔은 너희를 억압하고 스트레스를 주기도 했을 것 같아.
엄마도 어린 시절에 정말 많이 혼났어. 다섯 언니들에 엄마 아빠... 혼날 이유도 참 가지가지였지. 이유 없이 혼난 것도 아니고 혼나면서 배운 것도 많았지만 혼나고 나면 왜 그렇게 억울하고 가슴도 답답하던지. 그 기분이 아직도 생생해. 가족들이 어린 엄마를 조금 더 이해해 주길, 조금 더 감싸주길 바랐던 것 같은데 막상 엄마도 엄마가 되니까 그렇게 하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다. 미안하구나. 엄마가 조금 더 생각하고 말하도록 노력해볼게. 혹시 지나침이 있으면 너희도 엄마에게 가감 없이 얘기해 주렴. 서로 잘못한 걸 인정하고 고쳐나가는 사이가 되자.
신통한 우현이는 언젠가 이런 말을 하더라. "엄마는 난로처럼 따뜻한데 화가 나면 불처럼 뜨거워져요." 엄마의 기질을 예리하게 간파한 너의 통찰력에 깜짝 놀랐는데, 한편으론 그걸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했던 너란 아이는 대체 누굴 닮... 여기까지만 할게. ㅎㅎㅎ
엄마가 엄마 안의 불길을 잘 다스릴 수 있기를... 그리고 너희도 데이지 않을 만큼만 까불기를... 안 그러면...
강아지 풀로 공격할 꼬야~~ 이얍~ 간질간질~ 쇽쇽~ 살랑살랑 숑숑숑~~!!
2022.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