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실패가 가져다준 뜻밖의 선물
우리는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경험하지 못한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때로는 책 속 문장 하나가 마음 깊이 스며들어 오랜 시간 동안 사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읽는 동안 저자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며,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행위가 아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 자신을 마주하는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여행은 어떨까? 여행은 새로운 장소에는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이다.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낯선 곳을 걷다 보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여행지에서 마주한 자연의 풍경, 그곳의 문화, 거리의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새로운 감각을 깨우고 나를 흔든다. 익숙함을 내려놓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생각하고, 질문하고, 다시금 사색하게 된다.
만약 이 두 가지 경험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
책을 읽고 사색하며 떠오른 질문들을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면, 우리는 더 깊이 있는 인생의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만난 주인공의 고민이 나의 고민과 맞닿아 있을 수도 있고, 여행지에서 우연히 들은 한마디가 책 속 문장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다. 그렇게 책과 여행이 하나로 연결될 때, 우리는 단순히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삶을 더 깊이 경험하고 성장하게 된다.
나는 이런 생각에서 첫 사업을 시작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책과 연관된 여행지를 함께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 속 이야기를 현실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아이들이 독서를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연결되는 경험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랐다. 책을 읽고 발문지에 답을 작성해 보면서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경험을 여행과 연결하는 것. 나는 독서와 여행을 결합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사업계획서는 가설일 뿐이라고 했던가?
내 상상 속에만 있던 이 사업 구상은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혼자서 지속적으로 책을 읽고 발문지를 만들며 콘텐츠를 채우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또한, 제주에 거주하는 나는 전국의 여행지를 아우르기 어려웠고,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도 한계가 있었다. 여행과 독서를 결합한 플랫폼을 운영하려면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했고, 안정적인 수익 모델 또한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이 사업은 상용화되지 못했다.
사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지속성과 확장성이었다. 책과 연계된 여행지를 꾸준히 소개하려면 방대한 자료 수집과 검증이 필요했고, 여행지와 협업을 맺어야 했다. 하지만 단순히 책과 여행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수익 구조를 만들기 어려웠다. 독자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콘텐츠 업데이트가 필수적이었지만, 이를 혼자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과정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다시금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단순히 여행과 독서를 연결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더 깊이 있는 사색의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결국, 나는 사업의 형태를 바꾸어 '제주 여행 사색 노트'라는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 비록 플랫폼 사업은 현실화되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고민들이 이 책을 탄생시키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 가이드가 아니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사색할 수 있는 질문들을 담고 있다. 제주를 여행하며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색 노트다.
'제주 여행 사색 노트'는 단순히 제주 여행지 정보를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여행지에서 단순히 풍경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랐다. 그래서 각 여행지마다 의미 있는 질문을 함께 실었다. 가령, 도두봉 무지개 해안도로에서 '일곱 가지 이루고 싶은 꿈을 적어 보세요.' 질문에 답을 적어 본다던지, 사라봉에서 일몰을 보며,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보세요.'라는 질문을 답을 해볼 수 있다.
제주 여행지에서 연결하는 사색 질문이지만 직접 제주를 여행하고 있지 않아도 적용할 수 있는 질문들이고, 제주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내면을 여행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책을 구성했다. 여행지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면서, 자신만의 여행 책을 완성하는 것이다.
'제주 여행 사색 노트'를 읽고 쓰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을 알아가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과 질문들이, 책을 덮고 난 이후에도 계속 마음속에서 울림을 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