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꼭 사업을 시작할 거야! 내 돈 들이지 않고!"
2023년 새해 목표 중 한 가지였다. 나는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자금을 받아 창업을 시작하겠다는 다짐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1월 말, 첫 지원사업의 서류 평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받았을 때는 당연히 최종 선정까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너무 자만했기 때문일까? 발표평가에서 탈락을 하고 말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좌절감은 더욱 컸고, 다시는 사업계획서를 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몇 주간 의욕을 잃고 있던 중, 3월 예비창업패키지 공고를 보게 된다. 예비창업패키지는 창업지원의 꽃으로 예비창업패키지부터 시작한 사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정을 받는 분위기이다. '내 사업 아이템은 예비창업패키지로 지원받기에는 좀 약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도전한다. 1월에 냈던 사업계획서에 내용을 수정해서 다시 도전했고, 이번에도 서류심사에 합격한다. 예비창업패키지 소셜벤처 분야에 지원했는데 소셜벤처 분야는 사업기관이 서울에 있어 서울로 발표평가를 하러 갔다. 서울까지 가는 비행기에서 얼마나 설레고 들떴는지, 내가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발표평가에서 고배를 마신다.
정부지원사업에 도전할 때마다 몇 주간의 시간을 매달리게 된다. 서류 심사를 위해 사업계획서를 쓰는 데만도 수 주가 걸리고, 발표자료를 준비하고 발표 연습을 하는 데 또 몇 주가 필요하다. 그렇게 한 달을 다른 일은 못하고 매달려도 결과가 언제나 문턱에서 떨어지니 그 상실감이 더욱 컸다.
그러다 세 번째 도전만에 "신사업창업사관학교"에 선정된다. 드디어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창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고 싶은 사업의 아이템은 있으나 그 사업이 수익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사업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특히 나처럼 기혼유자녀 여성의 경우에는 자금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내가 하고 싶은 아이템은 정부지원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니 정말 행운 아닌가?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전에는 지원사업의 좋은 점은 사업비 지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선정된 후 느낀 가장 큰 혜택은 따로 있다. 바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멘토링, 그리고 선정 기업들 간의 네트워킹 기회였다. 단순히 지원금만 받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조언과 동료 기업가들과의 교류 속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하지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컨설팅을 받으면서 눈앞이 명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스러워지기도 했다. '내 사업은 어디로 가야 할까?'라는 의문이 계속 맴돌았다. 방향을 잡기는커녕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이런 혼란의 과정도 꼭 필요한 경험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내 사업에 맞는 길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을 많이 해야 했다. 길은 여러 개지만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나에게 깊이 물었다.
"방향을 잃었다고 느낄 때가 진짜 길을 찾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이제는 교육 프로그램을 들을 때 나의 사업에 맞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걸러내고 필요한 부분만 적용하려고 애쓴다. 더 나은 성공의 길이 있어도 내가 갈 수 없는 길이면 미련을 두지 않는다. 이런 마음으로 임하니 교육 프로그램을 들을 때 스트레스가 적어졌다.
지원사업에서 얻게 되는 가장 큰 이득은 같은 사업가들과의 네트워킹이다. 혼자 사업자를 내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지만 사업을 한다는 것은 한 분야만 알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을 다 알아야 하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알아둘수록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 동기로 만난 인연으로 같은 해에 창업했던 대표님과 협업하여 제주 여행 다꾸 키트를 만들었고,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사업 동기로 만난 대표님과 협업하여 공예 키트를 만들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지만 다른 대표님들과 협업할 때 더 다양한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즐겁다.
물론, 사업을 수행하는 기간 동안에는 제약이 있는 사업비 지출과 서류, 교육 일정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다. 연말에는 이런 결심을 하기도 한다.
'다시는 지원사업 안 할 거야!'
그럼에도 다음 해인 2024년에 로컬 크리에이터에 도전하여 선정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부지원사업은 단순히 사업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 아니라 나의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보다는 불안보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 수익적인 면만 생각해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겨우 출발선에 있는 것은 같지만, 내 마음은 그때보다 훨씬 충만하다.
혹시 지금 어떤 도전을 망설이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사업계획서부터 써보기를 권한다. 그 사업계획서가 당신의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아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