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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기획자 Eli Jul 21. 2024

268. 동사의 맛



이 책에서 제일 소박한 동사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꿈은 꾸기로 하고 깨기도 한다. '꿈꾸다' 는 붙여 쓰고 '꿈 깨다' 는 띄어 쓴다. 마치 꿈속으로 잠겨 들었다가 밖으로 빠져 나오는 것처럼.


하루짜리 여행을 꿈꾼 적이 있다. 이건 남자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다. 비행기를 타고 새벽 어스럼에 체코 공항에 내려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프라하 시내로 향한다. 여행객 티를 내서는 안 된다. 하긴 누가 나를 여행객으로 보겠는가. 잘 봐줘야 동양의 이름 모를 나라에서 온 산업 연수생쯤이겠지.


시내의 허름한 빵집에서 바게트를 사고 가판대에서 신문도 한 부 산 뒤 노점 카페를 찾는다. 출근 전의 여유를 만끽하는 직장인들 틈에 끼어 에스프레소 한 잔에 아직 따끈한 빵을 씹으며 신문을 읽는다. 마치 처리해야 할 사무가 남은 것처럼 관공서와 보험 회사에서 번호표를 받아 차례를 기다리며 홍보용 잡지를 뒤적거리기도 하고, 출판사 영업 사원처럼 서점을 찾아 판대대에 쌓인 책들을 이리저리 훑어보기도 한다. 점심을 먹고는 근처 공원을 산책한 뒤 버스를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돈다. 서점에서 산 두 권의 책, 카프카의 첫 책 '관찰' 과 쿤데라의 '농담' 을 천천히 읽으면서.


내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오후 4 시 무렵, 적당한 피로와 적당한 허기 그리고 적당한 권태가 찾아드는 그 시간에 광장을 어슬렁어슬렁거리다가 일몰이 찾아들 즈음, 강 저편에서 이쪽으로 다리를 건너 퇴근하는 차량들을 무심히 바라보고는, 나 또한 퇴근하는 직장인인 듯 서둘러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가능하지 않은 여행이라는 건 나도 안다. 그래서 꿈꾸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내가 서 있는 곳의 반대편을 프라하라고 부르고 싶었던 모양이다. 집도 아니고 거리도 아닌 그곳을 꿈꾸었던 모양이다.


생각해 보니 마흔아홉 해를 살면서 나는 아직 여권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비행기도 못 타 봤다. 이런 농담 같은 삶을 살면서 프라하라니. 꿈을 꾸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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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 책인데 에세이처럼 쓰여져 있어서 읽기가 쉽습니다. 다만, 하루에 볼 책은 아니고 옆에 두고두고 필요할 때 꺼내보는 책인 것 같습니다. 광고기획사 출신이지만 화려한 문체보다는 에세이를 쓸 때는 소박한 문체를 좋아합니다. 꿈이라는 단어때문에 이 챕터를 선택했습니다. 40대에도 꿈이 있을까? 이 질문을 하지만 저에게는 이루고 싶은 목표와 꿈이 여전히 참 많습니다. 사업과 대학원을 병행하면서 내년 중반까지의 계획을 다 짜놨으며 12월 졸업을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고 있는 길이 쉽지만은 않고 매일 매일이 도전이지만 이런 걸 좋아하기에 시간을 가슴으로 느끼며 삽니다. 여러분 모두도 이루고자 하는 일을 다 성취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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