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도 나이를 먹는다면, 이 노래는 비로소 이름값을 하게 된 셈이겠지요. 가객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이야기입니다. 어릴 때는 덥수룩한 머리를 한 수더분한 아저씨가 ‘또 하루 멀어져 간다’며 울음을 참듯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듣는 이들의 얼굴이 왜들 그렇게 감성에 젖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올 테고, 내일은 또 새롭고 즐거운 일들이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사실 그때는 모르는 게,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했지요.
노래가 세상에 나온 지 30년이 흘렀습니다. 김광석이 만 서른에 불렀던 노래가 세상에 처음 울려 퍼진 1994년에 태어난 이들도 이제 만 나이로 서른 살이 되었고, 제가 세상에 존재한 지도 딱 그만큼 됐습니다. 김광석의 노래는 지난 30여 년간 늘 어딘가에서든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노래방의 애창곡이었고, 가게 천장의 스피커나 TV 속 어느 장면의 배경음악으로도 울려 퍼졌습니다. 여러 가수나 노래 좀 한다는 이들이 TV 경연 프로그램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로 부르기도 했지요.
가객이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나며, 노래 <서른 즈음에>는 늙지도 않고 늘 같은 반주에 같은 목소리로 남았지만, 노래가 서른 살이 되는 동안 세상은 많이 바뀌고 우리도 그만큼 성장했습니다. 우리는 삐삐를 치던 시절에 태어나 폴더폰을 사용했고, 이제 스마트폰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의 여파를 자세히는 몰라도 몸으로 느꼈고, 2002 한일월드컵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붉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에게 열광했죠. 시간은 흐르고 또 쌓여, 엄마 품에 안겨 울던 갓난아이들은 훌쩍 자라 어른이 되었습니다.
내일이 오기만 기다리던 우리는 이제 앞날에 대한 기대와 함께,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도 갖게 되었습니다. 내일이 마냥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지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일을 겪었으며, 술과 담배를 배우기도, 인생의 달고 쓴맛을 조금씩 맛보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듣던 노래가 말하듯,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멀어져 가는 하루를 실감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저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어느새 서른 즈음이 되었고, 노래 <서른 즈음에>를 듣다 괜히 ‘내 이야긴가’ 싶어 울컥하기도 하며, 아직 어린아이 같기만 한데 어른 취급을 받는 것이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1994년에 태어난, 70만 명도 훌쩍 넘는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각자의 경험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면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그려낼 수 있을까요.
경험은 물론 개인의 것이지만, 동시에 비슷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나누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지극히 개인적인 저의 경험과 생각을 모아 서른 즈음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멀어져가는 우리의 하루를 담은 기록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그저 오늘도, 나와 모두의 건투를 바랄 뿐입니다. 멀어져 가는 하루가 아쉽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