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하면 고립되는 걸까, 고립되면 고독하게 되는 걸까. 우울증과 체중의 급작스런 증가로 인해, 그리고 사회생활의 변화가 겹치면서 내 인간관계의 폭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오래 친분을 유지하던 관계 중 하나도 어이없이 뚝 끝나고 말았다. 이게 실화냐?라고 다시 되물어야 할 만큼 어이없이.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건 급작스러운 사고 같은 것은 아니었다.
따져보면 실제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1년에 서너 번에 불과했고 얼굴을 보는 것도 1번 정도였다. 마지막 1년 이 그러했다. 그리고 결혼을 앞두고도 결혼할 상대를 인사시켜 주지도 않았을뿐더러 이런저런 핑계로 주말에 애써 잡은 약속을 세 번 이상 연속으로 갑자기 깨버리기도 했던 것을 생각하면 끊어질 관계의 신호로는 충분했던 개 아닐까 싶다.
살면서 누군가와 인연을 끊어 본 경험이 없었던 나로서는 참 당황스러운 일이었지만 딱히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고 당시에는 반려견마저 세상을 떠나서 상실감이 극에 달해 있던 때라 감정적으로 더 크게 아팠던 것 같다. 그런 일과 더불어 동호회 모임이나 이런저런 사회적 인연들과의 만남도 점차 줄어들다가 현재로서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모든 게 무의미해 보였고 모임 참여 자체가 큰 용기를 필요로 할 때가 빈번해졌다.
어느 날 무심코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행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의 강의를 잠깐 들었다. 인간은 고립이 된다고 느끼면 위험 신호를 감지하도록 되어 있다고 했다. 본능적으로 말이다. 그래서였나? 이후로 나는 곰곰이 고립에 처한 내 상황을 곱씹어 보았다. 처음 우울증 치료를 위해 상담실에 갔을 때 내가 한 말을 듣고 의사가 물어본 첫마디에 고립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었다.
그러니까 점점 고립되어 가고 있으시네요?
네, 나는 망설일 것도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그렇구나, 나의 현재 상태는. 종교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정기적인 취미 활동이 있는 것도 아니다. 취미라고 해봐야 대부분 혼자서 하고 마는 것들이라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면서 나누는 활동은 전무했다. 마치, 경력단절과도 비슷하게 인간관계 단절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약속, 모임이 다가오면 어떻게든 가지 않으려고 꾀를 써보려다 결국 엄청나게 지각을 해버리기 일쑤였다. 아니면 갑작스레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해버리고 나몰라라 했다. 그러고 나서 혼자 있게 되면서 안도하고 나는 어쩌면 사람들과 만나서 에너지를 얻기보다는 쓰는 쪽인지도 몰라. 내향성의 사람, 그냥 조용히 혼자 있을 때 진정한 재충전이 되는 사람일지도 몰라.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달라지는 것은 있긴 하지만 타인과의 관계 맺음과 소통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의 사람이라는 것이 확실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별스럽지 않은 식사와 수다만 나누고 와도 한결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그제야 고립에 대한 빨간불이 눈에 제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위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