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려운 싸움

by 보라구름

불면증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그건 상담을 마친 후에도 계속되었다. 그래서 푸로작을 처방받으면서 추가로 불면증 치료제로 스틸녹스를 처방받았다. 약 이름만 다를 뿐이지 성분은 졸피뎀과 같다. 제약회사가 달라서 이름이 다르다. 예전에 불면증으로 괴로워할 때는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아서 먹었는데(7년 전) 지금 병원에서는 잠을 못 자서 괴롭다고 하니 바로 졸피뎀을 처방해주었다. 대신 반 알씩 먹으라고 했다.


이미 방송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졸피뎀의 부작용에 대해 방송을 한 바 있다. 최진영, 최진실의 자살도 졸피뎀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말도 있고. 그래서 영 내키지 않았지만 며칠 째 끔찍한 두통과 불면으로 시달리다 보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 우선 하루 먹어보았다. 다행히 7시간가량 논스톱으로 정말 오랜만에 잠을 잤다. 하지만 달고 개운한 잠까지는 아니었다. 온갖 내용의 꿈을 꾸며 피곤하게 잤고 깨어나니 꿈 내용은 금방 잊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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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치료를 하면서 약을 먹게 된 이후로 줄곧 약에 대한 반감과 두려움이 동반되는 것이 사실이다. 푸로작이니 졸피뎀이니 하는 이 약들에 의존하게 되거나 심하면 중독이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가슴 한편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약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다음 상담에 이야기해볼까 싶은데 추석 연휴가 끼어 다음 상담은 3주 뒤;;


요즘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고 있는데 밤에 잠이 안 오는 덕분에; 2권의 2/3 정도까지 읽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전작을 다 읽는 애독자로서 이번 작품 역시 마음에 든다. 누군가는 스스로의 모작이라고 불평을 하기도 하지만 나로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으로 읽히는 스토리다. 출근길에 읽던 내용 중에 주인공이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공포나 두려움과 싸우면서 어둠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 나온다.


이상하게 나는 자꾸 그 장면에 머물게 된다. 나 역시도 불안과 우울의 상당한 부분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들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비난하고 깎아내릴뿐더러 위협하는 것은 바로 다름 아닌 또 다른 나라는 것을 알기에 그 장면에 마치 내가 들어가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자신과 싸우는 것은 알다시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특히나 이겨내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참 지난하고도 어려운 싸움 속에 이미 발을 많이 담가버린 셈이 되었다.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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