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속으로

by 보라구름

툭,

퓨즈가 끊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비염+감기로 몸이 두통과 미열, 어지럼증, 코막힘에 시달리는 동안에 마음도 시들시들하여 맥을 못 추다가 고꾸라지고 말았다. 잠이 안 오는 부작용 때문에 푸로작을 2알에서 1알로 줄여서 복용한 뒤로 딱히 불편한 게 없었는데 어제는 새벽까지 머리가 아프고 짜증과 불안이 엄습해서 비명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매일 손으로 직접 쓰려던 다이어리도 며칠째 과거에 머무른 채 페이지가 멈춰 있다. 브런치 일기도 쓰려고 접속할 기운도 의욕도 모두 상실해버렸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하루 이틀 멀어지다가 영영 멀어지는 게 아닐까 계속 신경이 쓰기오 나를 탓하게 되는 마음을 자꾸만 다독이려 애쓰다 더 지쳐 나가떨어져버렸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 해결할 수 없는 일은 대체로 회피라는 방어기제를 쓰며 그런대로 버텨왔는데 그 회피란 것은 참으로 얄팍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랑 대개 비슷하다. 그래서 그런 우스꽝스러운 내 실체를 한 발 뒤에서 보게 되는 날이면 굉장히 괴롭고 수치스럽다.


결핍과 가난을 눈 감고 애써 보지 않으며 살아가기란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것은 삶의 곳곳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상 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시하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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