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쏟아지던 오후의 눈물

by 보라구름

최근 며칠은 극심한 불면증 때문에 낮에도 멍한 상태로 지내는 힘겨운 나날이었다. 내가 겪어본 불면증 중에서 최악이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괴로웠다. 잠깐 혼절하듯 잠이 들었다가 두어 시간 뒤에 깨서 다시 또 잠을 잇지 못하는 상황의 반복이었다. 마지막 이틀은 두통까지 더해져서 고역이었다.


괴로운 밤의 시간은 잘게 나누어 쪼개도 길고도 길기만 했다. 뒤척이는 내 곁에 사랑하는 나의 고양이들이 있어줬다. 나와 나란히 베개를 베고 누워 앞발을 내 손에 쥐여주고 가만히 눈을 맞춰주는 아이. 조용히 다가와 어느새 내 등 뒤에 살며시 몸을 맞대고 누운 아이. 보드랍고 폭신한 고양이들을 쓰다듬고 만지며 마음을 달랬다.


상담이 있는 2주가 이렇게 길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드디어 상담 예약 당일. 전날 겨우 불면의 끝자락을 놓고 최근 들어 가장 길게 자고 나서 컨디션은 조금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멍한 상태가 조금은 남은 채로 입을 열었다. 30분의 짤막한 상담 시간 동안 내가 입을 열어 꺼낸 이야기들은 늘 그렇듯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굉장히 의외의 부분에서 잠깐 눈물이 맺혔다.


나는 처음으로 내가 잃어버린 반짝이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나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둘이었다. 두 번째 것은 워낙 깊숙하게 넣고 누름돌로 막아버려 수면 위로 올라오는 일이 거의 드물어서 나조차도 잊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 둘을 내어 놓고 나니 의외로 그 오랜 시간 이전의 일이 아닌 지금 당면한 현실의 일이 설명되고 이해되기 시작했다.


처방전을 받고, 약국을 나서 잠시 망설이다 내리쬐는 강렬한 오후의 햇살 아래 무작정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아까는 그저 맺혀있기만 했던 눈물이 눈 아래로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지만 햇빛은 상당히 뜨거운 오후에 나는 눈물을 흘리고 손으로 연신 두들겨 닦아 내며 길을 걸었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그게 꽤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지만 이야기할 수 없는 일들도 많은 법이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어디 가서 쉽게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도 그 앞에서조차 감정을 억누르느라 길을 걷는 와중에야 눈물이 쏟아지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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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오히려 개운해지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누름돌 아래에 눌러 두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온전히 놓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눈물은 곧 멈췄고 나는 이리저리 발길을 옮기다가 서점에 들어가 책을 들춰보기도 하고 편의점에서 물을 사서 마시기도 하면서 마음을 다독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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