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고꾸라지고 주저앉아도 괜찮아

by 보라구름

휴직을 하고 한 달이 지났다.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눈물이 조금씩 줄어들었고,

지인들에게 휴직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안부 인사를 돌리기도 했다.

이제야 다른 사람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체력은 아직 다 회복하지 못했다.

어쩌다 만보를 걸은 날에는 기뻐서 펄쩍 뛸 것 같다가도

정작 다음날에는 흐느적거리며 누워서 집 밖에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휴직 한 달 동안

당일치기로도 여행을 간 적이 없고,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영화나 드라마(OTT 시리즈)를 실컷 본 것도 아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거의 매일 글을 썼다는 것.

브런치에 열심히 글을 올렸고,

매일 심신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앱과 노트에 몸의 컨디션, 감정 상태를 기록했다.


조용한 평일 오후,

북카페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한적한 극장에서 아트 무비를 봤다.

공원을 가볍게 걸었고,

피곤한 아침에는 무리해서 일어나지 않고

조금 더 침대에 머물러 있었다.


업무에 시달리던 때는

노쇼를 하기도 했던 필라테스 수업도

주 1회, 주 2회 꾸준히 하고 있다.


여전히 약을 먹지 않으면

불안감에 잠식당하고

잠을 자다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한다.


그럼에도, 삶이 끝나기를 바랐던

휴직 직전의 나를 돌아보면

조금은 단단해졌다고 생각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기까지

먼 여정이 남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쉬엄쉬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계속 걸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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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주의자가 된 것은 아니다.

걸어가다가 고꾸라질 수도 있다.

일어나려 하다가 주저앉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그게 나임을

고꾸라지고, 주저앉아도 괜찮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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