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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구름 Apr 17. 2024

상담 2회기 후기

심리검사를 권합니다

 지난 상담 이후 어떠셨어요? 


 2회기는 지난 상담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지나간 일임에도 여전히 현재 진형형으로 머무르고 있는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생각보다 후유증이 좀 있었다고 말했다. 1회기 후기에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첫 상담 후 일주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내면의 무언가가 건드려진 게 못내 불편하고 계속 쿡쿡 나를 찔러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심리상담 10회를 받기로 신청한 게 잘한 건가? 지금 시기가 적절한 건가 의구심이 들기도 했고, 불편하긴 하지만 해결해고 나아가려면 어쩔 수 없으니 일단 시작한 것 계속해봐야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상담가는 그렇게 후유증이 오는 것이 지극히 일반적이라고 했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으며 치료하듯이 아픈 곳에 침을 찔러 넣지만 궁극적으로는 치료를 위한 행위이고 그 과정에서 불편감이나 아픔 등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치유에 이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의 상담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나 내 경우에는 보통의 3회 차에서 할 이야기를 1회 차에서 다 한 것 같다고도 했다. 아하, 그렇지 급한 성격이 상담에서도 드러났나 보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상담에서 다루고 싶은지 물어보는 상담가의 질문에 나는 중구난방 여러 이야기를 오래도록 떠들어댔다. 내가 이야기한 내용 중에 가장 많이 쓴 표현이 '이런', '저런', '그런'이라고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말 그랬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한마디로 횡설수설, 머릿속에 생각이 전혀 정리가 되지 않아 어수선한 상태가 고스란히 전달된 것이다. 


 제2의 직업 선택에 대한 진로 고민도 여전히 진행형인 데다 갈피를 명확하게 잡지 못한 상태고,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따른 나의 대처 방식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판단을 내리고 있지 못했다. 그런 나의 상태를 본 상담가는 심리 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심리 검사라 다음 회기에서는 상담 대신에 심리 검사를 진행하고 그 후에 다시 심리상담을 이어가는 것을 선택할지 아니면 다음 회기까지 심리상담을 하고 그 후에 심리 검사를 할지 선택할 수 있게 제안했다. 혼란한 내 마음 상태를 보니 아무래도 심리검사가 먼저 필요해 보여서 일단 다음 주에 심리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객관적인 검사 결과, 지표를 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심리 상담을 이어가게 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아닌 게 아니라 솔직히, 상담 시간에 털어놓지는 못했지만 상담 오기 전날, 그리고 당일 오전의 내 심리상태는 심각했다. 이것저것 일정을 마구잡이 식으로 일단 잡아놓고 보는 습관이 튀어나와서 무리한 일정이 생겼고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결국 양해를 구하고 상당한 일정(수강 신청)을 다 취소하고서야 스트레스의 굴레에서 조금 벗어나는가 싶었지만 이렇게 굴러가는 패턴이 또 시작된 건가 싶어서 겁도 났고 불안이 극심해졌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온갖 불온한 생각이 널을 뛰고 있었다. 스위스 여행 가이드북을 들춰보다가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오자 아, 여기 가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다가 생의 마지막 오후를 맞이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무도 찾아낼 수 없을 깊은 곳으로 가서 마지막을 맞이하면 실종처리 되는 건가? 그러면 더 복잡해지고 민폐가 되나?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나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러는 걸까. 정신 차리고 점심이나 먹자. 일단 밥을 먹어라. 그렇게 스스로에게 중얼거리고 미역국에 고추장 굴비를 반찬으로 잡곡밥 햇반 한 개를 먹고 나니 겨우 그 생각이 사그라들었다. 


 오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는 걸 오후에 있던 심리상담 시간에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건 왜였을까. 아직 라포 형성이 되지 않은 초기라서 그럴수도 있고 이렇게까지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을 입 밖으로 내어 말하는 게 두려워서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둘 다일지도. 마음속 이야기를 하려고 간 심리상담 시간인데 이런 이야기를 해야지 왜 다른 이야기를 그렇게 길게 한 것일까. 다음 시간에 상담 대신 심리검사라고는 했지만 시작 전에 이야기를 해야겠다. 과연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지난 후기에 썼던 2회기에 물어봐야지 싶었던 부분도 전혀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총체적으로 횡설수설, 산만함 그 자체였던 상담이었던 듯. 내 마음이 그렇게나 시끄럽게 들끓고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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