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함께 여행을 하기도 했다.
홀로 여행을 떠나 여행지에서 많은 동행친구들을 만났고 좋은 친구들을 만난 덕분에 여행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었다. 여행이 아니었더라면 만날 수 없었던 인연들이었기에 더 값진 추억이 되곤 했다
극 I형 내향형인 나는,
누군가와 함께일 때는 늘 E형 인간이 되곤 했다.
모두가 처음 보는 자리에서 낯선 어색함이 싫었던 나는, 모두가 나서지 않는 자리에서 극 I형임을 감추고 E형 인간이 되어 함께 모인 여행자들을 이끌곤 했다. 모두가 의견을 제시하는 일을 미루고 있을 때, 선택지를 내고 의견을 취합하여 함께 결정하고. 여행에 대한 마음이 나를 E형 인간으로 만들었던 것일까.
함께 하는 여행에서도 행복을 느꼈지만,
혼자 떠나온 여행에 대한 상상을 하곤 했다.
함께 떠나는 여행에 대한 아쉬웠던 점은, 홀로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함께 떠나서 각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이 느껴지곤 했다
"그럼 혼자 떠나 볼까?" 내가 혼자 자주 찾던 곳들의 시작점은 강릉과 부산이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홀로 생각을 하고 책을 읽고 무언가를 기록하고. 그렇게 몇 시간을 보내도 좋았다. 혼자 떠나온 여행의 외로움도 분명 있었지만, 나는 여행을 떠나 홀로 에너지를 채우는 스타일이었기에 잠깐의 외로움쯤은 괜찮았던 듯하다.
잠깐의 외로움을 견디고 보니 I형 인간으로서 혼자 하는 여행은,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온전한 기회이자 유일한 쉼이지 않았을까.
혼자 떠나온 여행이 꽤 좋은 이유
4월, 많은 일들이 있었던 달.
혼자 만의 시간이 꼭 필요했다
2박 3일, 어디로 떠날까 생각하다가 이번 목적지는 강원도로 정했다. '1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이곳을 떠나는 건 아쉬우니 2박을 하자' 운전을 시작하면서 홀로 강원도 여행을 오는 일이 로망이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 꽤 많은 계획을 짰다. P 중에 가장 J인듯한 나는, 나름의 계획들을 가득 짜고 홀로 만족한 상태로 이곳에 왔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가고 싶었던 산책에 다녀왔고, 고불고불한 좁은 마트 주차장 주차를 성공했고 마트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장을 봤다. 숙소로 돌아와 보니 5시가 되었고, 나는 하루종일 호두과자 한 봉지를 먹고 공복 상태였다. 그럼에도 괜찮았다! 나름대로의 계획들을 홀로 척척 해냈으니까. 포장해 온 회를 먹고 나서야 조금 기운이 났다. 저녁이 되어 스파를 했고, 일기를 쓰고 일찍 잠들었다
누군가 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는 이 일정이 나에게는 참 소중했던 밤
'이건 어떨까? 이거 먹을까? 여기 갈까?' 누군가에게 수많은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되었던 하루. 오롯이 나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내리고 실행하니 마음이 편했던 하루였던 것 같다
사회생활 10년 차가 되니 나도 모르는 사이 타인을 배려하는 일이 습관이 되었고, 타인의 눈치를 보는 일들이 많아지니 사람들과 함께 있는 일이 점점 힘이 들었던 거겠지.
혼자 떠나 올 수 있도록 운전을 배운 나에게 참 고마웠고, 외로움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혼자 떠나오는 용기를 내준 나에게 늘 고맙다. 늘 혼자 떠나는 여행은, 여행지에 도착하면 참 좋은데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혼자'라는 이유로 실행력이 약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곳까지 와 준 나에게 고마웠던 날.
아침해가 밝았다
늘 11시면 숙소를 떠나야 하는 게 아쉬워 택한 2박이었다.
아침에 눈을 떠 반짝이는 바다를 만났다
오늘 날씨는 흐림이지만, 아침의 작은 반짝임이 나를 웃게 만들었다. 모닝커피를 먹고 싶어서 사온 우유에 라떼를 만들었다. 넓은 창문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먹는 커피, 오늘 이 순간의 감정에 집중해 보자며 다짐해 본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는 2박 3일,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곳으로 떠나온 일은 오래오래 기억해야지.
글쓰기로 시작하는 하루.
혼자 하는 여행에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바다를 보며 기록하는 시간이었다.
당장 누군가와 이동을 해야 한다면 얼른 준비를 하고 이곳을 떠나 아침을 먹어야 하지만 혼자 떠나 온 여행은 온전히 내가 계획하고 실행하면 된다. 모닝커피를 내려 책상 앞에 앉았다. 하얀 종이 위에 내 마음을 기록하는 일, 순간의 감정들이기에 더욱 기록해 두고 싶은 마음이다
언젠가는 혼자 떠나온 여행이 짙은 외로움이 될지도 모르지만,그런 날이면 오늘의 나를 떠올리며 다시금 새로운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 내가 좋아하는 넓은 바다를 마주 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라떼를 내려 행복해하는 일. 이번 여행의 가장 친한 친구인 글쓰기를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일. 무엇보다 온전히 내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일. 이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내 소중한 행복임을 다시 한번 알아 가는 일.
혼자 떠나 올 수 있도록 건강한 나에게도 감사하며, 홀로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 감사하며, 시간을 낼 수 있는 여유에 감사하며. 혼자 떠나올 수 있도록 용기를 낸 나에게도 감사한 일.
혼자 떠나온 여행을 통해,
감사한 마음들을 꽃피우는 일.
바다를 보며 빈 종이에 마음을 기록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일
혼자 떠나온 여행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여유에 감사한 아침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외로움을 감추기 위해 누군가와 함께 떠나는 일도 좋지만,
삶도 여행도 외로움은 내가 안고 살아가야 하는 당연한 감정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30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관계에 외로움과 회의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많이 보곤 한다.
30대가 되면서 느끼는 점은,
나 역시 홀로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았더라면 외로움과 회의감이 더 높은 파도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20대에 홀로 여행을 떠나보고, 혼자 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혼자에 대한 거부감이 많아 사라졌던 것 같다. 어쩌면 삶의 깊숙한 곳은 늘 혼자이기에,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20대의 시간들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30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 지곤 한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그 정도의 관계였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30대가 되어 더욱 관계에 대해 돌아보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환경들이 바뀌다 보니 우리의 관계는 예전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 마음은 조금 가벼워 질듯 하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해야 할 시점이 아니라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시점. 타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의 관계에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먼저 떨쳐내야 할 때,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우리 인생에서 늘 찾아오는 감정이기에 타인에게서 채울 수 없다는 점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온전히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나'와 깊어질 때 자연스럽게 유연해질 것이라고 믿기에.
20대에 다양한 관계들에 얽혀서 지내다 보니 상처를 주고받은 경험이 더 많은 것일까.
30대가 된 나는, 관계에 대해 조금은 가벼워졌다. 모든 관계는 한쪽의 노력이 아니라 양쪽의 노력이 있어야만 오래 유지될 수 있고 한순간에 사라지는 인연들도 분명 있다. 아파하고 서운할 수 있지만, 결국 그 정도의 인연이었기에 큰 아쉬움보다는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이 생긴다.
지나간 인연들을 돌아보면 갑작스럽게 연락이 끊긴 친구도 있었고, 나에게 연락을 강요하는 친구도 있었다. 배려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이 되어 나에게 상처만 남기는 관계로 남아 있기도 하다. 수많은 관계들이 파도가 되어 저 멀리 떠났을 때, 결국 지켜야 할 사람은 온전히 '나'라는 사실이 더욱 깊어졌던 것이다. 깊은 마음으로 사랑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인생에서 가장 지켜야 할 한 사람을 놓치고 있었던 나.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깊게 사랑해야 할 사람은 타인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이지 않을까.
가장 깊어져야 할 관계를 외면하고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타인과의 관계만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평생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