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이야기 #유치원시절 #6살아이들
몇 년이 지난 이야기다.
우리 둘째가 유치원 시절의 일이니까.
우리 아이들은 병설유치원에 다녔다. 요즘 부모들이 제일 꺼려한다는, 길고 긴 겨울방학을 가진 병설유치원 말이다. 두 아이를 모두 그곳에 보냈고, 나는 오히려 대체로 좋은 선생님들과 만족스러운 교육과정으로 고마운 기억을 갖게 된 곳이다.
어느 날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온 후 말했다.
"오늘 남자애들은 7살 반에서 같이 있었고, 여자애들은 5살 반에서 있었어."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선생님은?"
"선생님 오늘 안 오셨어."
"OOO선생님 오늘 안 오셨어? 왜?"
"몰라~ 그래서 오늘 친구들이랑 나눠져서 놀았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선생님이 아프셔도 다른 선생님이 대체되곤 했는데,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런 적은 처음이라 교무실로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들도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다고 하셨다. 아마 담임선생님께서 연락드리실 테니 죄송하지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셨다. 약간 화도 나고 답답했다.
그날이었을까, 며칠이 지나서였을까.
정말 선생님이 전화를 주셨다. (담임선생님이 직접 전화를 주시는 것은, 상담 시기 아니면 드문 일이었다.)
알고 보니 이랬다.
선생님은 그날 출근을 하셨더랬다.
그런데 경찰도 함께 학교에 출동했다.
누군가의 신고가 있었다고 했다. 그 신고내용이 무엇인지,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전후상황은 듣지 못했다.
선생님은 출근을 했지만 교실에 들어오지 못했다.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정신적인 충격이 꽤 컸다고 하셨다.
공감이 되었다.
선생님의 심정은 공감이 되었지만, 아이들의 상황은 여전했다.
두 개의 반으로 나뉘어서 아이들은 활동과 놀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방과 후 선생님이 오셔서 식사를 배분해 주시고, 아이들을 돌봐주셨다고 했다.
여러 가지로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아이 친구 엄마 몇몇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되지 않은 아이들의 학부모들에게만 전화를 드리신 듯했다.
신고자는 아이의 같은 반 친구 부모였다.
여자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무리 지어서 노는 여자아이들의 특징은 언제나 갈등이 있곤 하는데, 유치원 시절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아들맘인 나는 새롭게 알았다.
선생님으로부터 차별을 받았다고 느낀 한 학부모는, 간식시간에 간식 봉투를 뜯어서 아이 손에 쥐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생님을 신고했다. 신고를 받으면 출동해 조사를 해야 하는 경찰의 등장은 절차상 당연한 것이었다.
아이의 선생님은 약 일주일 후 교실에 돌아오셨다.
아이들과 얼마간의 시간을 더 보내고 학기를 다 마치지 못한 채 마무리를 하셨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시간 속에서 나름의 적응을 해나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음 해를 맞았다.
이 일을 지나며 나는 아이를 보호한다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누군가는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선택했을 것이다.
같은 엄마의 입장에서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보호가 시작된 날부터 내 아이를 포함한 많은 아이들은 누구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반이 나뉘어 며칠 동안 생활해야 했다.
아이들은 일상을 잃어버렸다. 순식간에 교실을 나누어 쓰고, 나이가 다른 동생 혹은 형누나들과 같은 공간에서 더 북적여야 했다.
선생님 한 사람의 부재는 생각보다 컸다.
아이들의 하루는 쉽게 흔들렸고, 주변에 함께하는 어떤 선생님이나 어른들도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내 아이를 위한 보호는 어디까지일까.
그리고 그 보호는 다른 아이들에게 어떤 모양으로 남게 되는 걸까.
그날 이후로 나는 아이를 지키는 방식에 대해 조금 더 오래 고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