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자란아이들 #그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하원 후, 매일같이 놀이터에 들렀다.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정말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두 아이 모두 그네를 처음 탔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다.
누군가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타지만, 누군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내 첫째가 그랬다. 네댓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네를 탔다.
아이가 그네를 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놀이터 하녀 생활’이 시작된다.
“엄마! 나 좀 밀어줘!”
끊임없이 불리는 이름에, 나는 어느새 그네 뒤에 서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놀이터가 거의 없던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부모와 함께 노는 풍경은 낯설다.
요즘 아이들은 언제나 엄마 아빠와 함께다.
그래서인지, 부모 노릇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고된 일이 되었다.
햇빛이 쨍한 여름이면 아침 일찍 놀이터로 ‘출근’했다.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선크림을 바르고, 물병을 챙기며 하루를 시작했다.
관리 아저씨는 농담처럼 말씀하셨다.
“어휴, 이 동네에서 엄마가 일등이야, 일등!”
지금 사는 집은 필로티 구조의 1층이다.
두 아이를 키우기에 더없이 편한 환경이었다.
창문만 열면 놀이터에 있는 아이와 대화가 되었고,
단지 안에만 놀이터가 세 개,
바로 옆 단지까지 합치면 하루 종일 놀이터만 순회해도 시간이 모자랐다.
이곳은 어린아이를 키우기에 최적의 동네였다.
그렇게 몇 년을 ‘놀이터 하녀’로 살았는데,
어느 순간, 졸업이 찾아왔다.
아이들은 더 이상 놀이터에서 나를 찾지 않는다.
그네를 밀어 달라는 말을 들은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서운함이 먼저일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속이 시원하다.
초등학교 최고학년이 된 첫째는
이제 하나의 놀이터에 머물지 않는다.
활동 반경은 동네 전체로 넓어졌고,
친구들과 스스로 약속을 잡고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어떤 날은 동네를 넘어, 가까운 호수공원까지 다녀오기도 한다.
그렇게 놀이터를, 졸업했다.
내 아이들이 떠난 놀이터가 언제부턴가 시끄럽게 느껴진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다가오면 나는 창문을 닫는다.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 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가만히
그 시간을 지나온 나를 생각한다.
한때는 그 소리 속에
내 이름도 있었다는 걸 알기에.
그래서 오늘도
놀이터에 서 있는 엄마들을 조용히 마음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