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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빠 Apr 09. 2024

기술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테크 리드가 되는 법




한국 S사 연구소에 근무중일 때 내 마지막 직급은 '수석(부장)', 보직은 'AL(Activity Leader)'이었다. AL은 직제상 그룹의 한 파트를 책임지는 '파트장' 정도다. 대기업 직원이라면 알겠지만 직급과 보직은 연동되지 않는다. 직급 승급은 적정 고과를 일정 연차동안 받으면 이뤄지는데 비해, 보직은 팀 사정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즉 조직 구성원이 평균 연령, 직급 사정에 따라 수석급 엔지니어들도 실무를 하는 팀원일 수 있고, 책임(과장)급 엔지니어가 팀장이 될 수도 있다. 


한국 대기업에서 보직을 받으면, 즉 팀이나 그룹을 책임지는 리더가 되면 좋은 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보직'을 통해 조직 내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층 사다리를 한 계단 오름으로써, 접할 수 있는 정보와 사내 인맥도 넓어지고, 자신이 관리하는 팀원에 대한 평가권도 갖게 된다. 관리자로서 팀을 잘 이끌어 성과를 내고 그 보직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임원'에 가까워지게 된다. 따라서 직원이 최종 목표인 '임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결국 보직을 받아 리더십을 행사하는 자리로 진출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대기업에서 '리더'가 된다는 것은 '관리자의 길'로 들어선다는 말과 같다. 사람, 프로젝트, 스케줄 관리, 경영진과 소통하는 일보다, 문제 해결, 연구 개발, 설계, 구현과 같이 기술, 실무 지향적인 일에 더 적성이 맞는 이들은 관리자 업무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또한 일단 관리자의 길로 들어서면 보고서, 발표자료 작성, 온갖 회의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므로, 더 이상 핸즈온 스킬(Hands-on skill, 실무 능력)을 갈고닦을 여유가 없어진다. 


그렇다고, 보직이 없는 상태로 연차만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연차에 걸맞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어 조직 내 입지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나이나 연차에 민감한 유교 문화, 권력 거리가 높은 조직 문화 때문에, 보직이 없는 고연차의 엔지니어가 저연차의 팀장 아래서 일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색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된다. 이 경우 팀장이나 팀원 모두 서로 불편한 관계에 놓인다. 


즉, 연차가 높아질수록 그 위치에 걸맞은 보직을 맡아야 조직에서의 자신의 위상을 어떻게든 지켜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관리자와 실무자에게 필요한 역량이 명백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실무자가 연차가 쌓였을 때 관리자가 될 것을 암묵적으로 강제하는 위계 조직의 독특한 문화 때문이다. 


그렇게 언제까지 팀원일 것 같은 내게도 팀장이 되는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팀원이었던 시절 나는 해외 학회 출장을 꾸준히 다녀오고 있었다. 팀을 대표해 학계와 업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우연한 기회를 얻어 최초 출장을 다녀왔을 때 나는 왠지 모를 책임감을 느꼈고, 보고서 작성과 보고 발표에 많은 공을 들였다. 


내 출장 보고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그룹장이 이듬해부터 나를 같은 학회에 지속적으로 출장을 보냈다. 학회에 같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얼굴을 내비쳐야 인적 네트워킹도 원활히 할 수 있고, 나아가 학회에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는 출장을 떠날 때 출장지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오고 싶었다. 이전까지 학회 출장은 '동향 파악'이라는 명분으로 팀원들이 서로 돌아가며 다녀오곤 했다. 출장자들도 출장을 다소 '외유성'으로 준비했고 다녀와서도 적당히 학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정리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뭔가 차별점을 원했던 나는 출장지에서 그만큼 부단히 바쁘게 뛰어다녔다. 현지에서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어떻게든 업계 인사들과 교류했고, 마치 인터뷰하듯 집요하게 그들의 생각과 관련 정보를 캐냈다. 


밤이면 호텔로 돌아와 출장지에서 채집한 정보를 잊어버리기 전에 미리 정리해두곤 했다. 사진=본인 (1X년전)


그렇게 학회장에서 담아 온 정보를 정리해 그룹원들에게 발표하는 일을 몇 년을 하다 보니 차츰 기술 흐름을 읽는 안목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회에 출장을 다녀왔던 어느 해, 가까운 미래에 주류가 될 것으로 보이는 '기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를 출장 보고에 담았고, 우리가 왜 이 기술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 논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전체 그룹 앞에서 발표를 했다. 


내 보고에서 뭔가 큰 깨달음을 얻었던 그룹장은 얼마 후 해당 기술을 준비할 프로젝트 연구팀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내가 속한 팀에서 스핀오프된 별동대와 같은 팀이었는데, 이 기술 필요성을 제안한 내게 팀장 자리가 돌아왔다. 실험적 성격의 파일럿 팀이었기에 그룹장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팀을 꾸려주었다. 


새 프로젝트를 제안을 준비하면서 '내 팀'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막상 팀장의 자리를 제안받자 조금은 걱정이 앞섰다. 이미 연차가 찰만큼 찬 상태였지만 여전히 나는 '실무'가 좋았고 '관리'는 싫었다. 앞으로 이 조직에서 프로젝트 관리만 하다 핸즈온 스킬을 잃을까 두렵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미 책임 말년차였던 나는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향후 '보직 없는 수석'이 되어 조직에서 낭인, 자연 소멸 인력의 길로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해내야 했다.


그 뒤로 팀장으로서 내부 프로젝트를 기안하고, 발표용 로드맵을 그렸고, 외부 대학과 협력을 맺는 등 프로젝트 착수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팀원을 가이드하는 일도 내 몫이었다. 새로 합류한 팀원들은 이미 충분한 경력자들이었지만, 본래 다른 팀에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고 연구를 하던 연구원들이었다. 다행히 이들 모두 똑똑했고 관련 지식과 기술을 단기간에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관리자'가 되어 '핸즈온 스킬'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기우였다. 인력대비 팀에서 해야 할 일이 산적했기에 나까지 실무를 겸해야 했기 때문이다. 낮에는 관리자로 자료 작성, 회의로 시간을 보냈고, 저녁이 되면 실무자로 밀린 코딩을 했다. 웬걸 심지어 스킬 셋이 늘기까지 했다. 그동안 CS 전공자로 소프트웨어 개발만 했던 내가 프로젝트에 필요한 하드웨어 RTL 설계까지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를 커버하기 위해 외부 교육을 받으러 돌아다녔고, 협력 관계에 있던 외부 자문 교수에게 지도까지 받았다.


그렇게 나는 내 팀을 5년 동안 끌고 갔다. 그 기간 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파일럿팀이었던 우리는 조직 개편과 함께 정식 팀이 되었고, 연구 결과가 성숙해 사내 기술 전시회 출품과 동시에, 사업부에 2년에 걸쳐 기술 이전까지 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들이 도출될 때마다 나는 팀원들과 이를 논문으로 출판해 부지런히 외부에 발표했다. 업계, 학계 노출도가 높아진 덕분에 국내 대학 등 여러 곳에 초대받아 강연도 했다. 특히 내가 계속 출장을 다녔던 학회에서 우리 팀의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직접' 발표를 하는 순간 나는 전율마저 느꼈다.


하지만 5년을 기점으로 내 팀은 정리 수순을 밟았다. 내가 예측한 시장이 끝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장이 부재했기 때문에 사업부에 이전한 기술도 끝내 사업화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사실 연구소에서 실험적 과제를 5년간 끌어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연구소에서 프로젝트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은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그 모두가 뛰어난 팀원들 덕분이었다. 우리는 팀이 개편되기 마지막 날 서로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우리 프로젝트는 실패하지 않았다. 너무 시장보다 앞서 나갔을 뿐이었다'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팀을 맡아 이끌었던 그 5년의 기간이 내 커리어의 정점이었다. 스스로 아이템을 발굴해 과제를 제안하고 팀을 꾸리고, 사업부에 기술 세일즈를 하러 다녔으며, 팀원들과 치열하게 문제해결에 골몰하던 그 시간이 어쩌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것일지도 모른다. 몸은 고됬지만 실무를 겸한 덕분에 핸즈온 스킬을 유지할 수 있었고, 바쁜 와중에도 팀원들과 부지런히 논문을 썼기에, 그 실적으로 미국으로 직접 이직할 수 있었다.




내가 미국으로 이직을 하면서 가졌던 결심은 바로 '실무자로 은퇴'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실무형 관리자로 경력을 마감했지만, 돌아보면 나는 역시 '관리자' 업무가 체질에 맞지 않았다. 물론 기술을 바라보는 시야, 시장을 전망하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 복잡한 사실을 추상화시키는 방법, 경영진들과 소통하는 스킬 등 중간 관리자로서의 경험은 매우 값졌고, 현재 미국에서도 종종 이를 유용하게 써먹기도 한다. 


하지만 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별 상관도 없는 온갖 회의, 태스크 포스(Task Force) 미팅에 불려 다니고, 임원의 경영진 발표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밤새 마라톤 미팅을 하며, 몇 주간 문서 작업에 매달려야 했던 시간을 내 향후 커리어에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물론 응당 해야 하는 업무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며 아무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관리자들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내겐 그렇지 않았다. 나는 연구 개발에 집중할 때가 가장 행복한 천상 너드(Nerd)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 건너와 이들의 조직 문화를 접하면서 차츰 이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일단 내가 경험한 두 미국 회사들에서는 한국에서만큼 문서 작업이 많지 않았다. 이는 관리자였던 내 매니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는데, 관련된 회의는 많지만 모두 실무와 관련된 것들이었고, 불필요한 문서작업은 전무했다. 특히 그들은 임원들에게 경영진에게 보고하기 위한 자료작성을 지시받지 않았다. 이곳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발표자료는 발표자가 스스로 만든다. 또한 자료의 지엽적인 문제, 형식으로 쓸데없이 꼬투리 잡는 경영진, 임원도 없다.


엔지니어링 매니저와 테크 리드


그리고 결정적으로 '관리 리더'와 '기술 리더'의 역할이 명확히 분리되어 있다. 한국에서의 '팀장'은 이를 구분하지 않고 '리더십'이라는 이름하에 두 영역을 모두 잘하기 강요받는다. 하지만, '관리력'과 '기술력'은 명백히 다른 리더십이다. 뛰어난 실무 엔지니어가 무능한 관리자가 되기도 하고, 실무 능력은 부족해도 유능하게 팀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되기도 한다. 완전히 다른 역량이기 때문이다. 


미국 회사에서 관리를 전담하는 리더를 '엔지니어링 매니저(Engineering Manager)'라 부르며, 기술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를 '테크 리드(Tech Lead)'라 부른다. 엔지니어링 매니저가 하는 일은 한국의 팀장이 하는 일 중 '관리' 측면의 일과 유사하다. 프로젝트, 스케줄, 생산성 관리, 팀 빌딩, 팀원 코칭을 담당하며, 때로는 주요 기술적 의사 결정에도 참여한다. '테크 리드'는 한국의 팀장의 임무 중 '관리'를 제외한, 순수한 '기술적' 측면의 일을 전담하는 리더다. 팀 전체에서 벌어지는 기술적 문제에 관여하고, 중요 의사 결정을 내리고, 팀의 기술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면서, 팀원들을 기술적으로 리딩하는 역할이다. 


하는 일과 역할 외에도 이 둘에게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공식적인 '보직'이며 팀원의 '평가권'을 갖는다. 매니저가 평소 팀원의 생산성과 업무를 '관리'하기 때문에 직접 팀원들을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에 비해 '테크 리드'는 비공식적인 보직이며 (물론 회사나 조직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팀원에 대한 평가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팀원을 이끄는 동력은 '고과'와 같은 어떠한 외부적 수단이 아니라 100% 자신의 기술적 역량뿐이다.


미국 테크 기업 개발, 생산을 위한 세 축 (테크 리드, 엔지니어링 매니저, 프로덕트 매니저). 모두 '기술'에 어느 정도 정통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1][2]


테크 리드는 스스로 도달하는 자리


그렇다면 공식적인 직함도 아닌 '테크 리드'는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되는 것일까결론적으로 말해서 테크 리드는 스스로 쟁취하는 자리라 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통상 관리자 역량이 돋보이는 실무자들 중에서 세워지거나, 경력자 신규 채용을 통해 선발된다. 실무자에서 엔지니어링 매니저가 되면 자신의 경력 경로가 관리자 트랙으로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팀의 초창기 소수의 실무 엔지니어들로 구성되었을 때, 통상 엔지니어링 매니저가 테크 리드를 겸하기도 한다 (이를 테크 리드 매니저라 부르곤 한다). 


재미있는 것은 테크 리드는 공식적인 과정을 통해 특정 시점에 누군가에 의해 세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테크 리드는 수평적인 조직문화 아래서 실무 엔지니어들이 상호 영향력을 행사하며 협업을 하는 과정 중 어느샌가 등장한다. 더 많은 전문 영역을 확보하고 있고, 동료의 문제까지 해결해 주거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등 시간을 걸쳐 기술적 영향력을 행사하면, 동료들로부터 팔로워십을 획득하고 자연스럽게 '테크 리드'라는 비공식적인 위치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영어에 Go-to Guy, Go-to Man이라는 말이 있다. '해결사'쯤으로 의역할 수 있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해답을 얻기 위해 제일 먼저 찾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바로 팀에서 누구나에게 인정받는 '해결사'로 인식될 때 '테크 리드'가 된다. 바꿔 말하면 '테크 리드'는 팀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를 높은 확률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테크 리드는 스스로 쟁취하는 자리다. 누군가에 의해 세워지거나, 채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팀에서 증명해 왔던 역량으로 스스로 도달하기 때문이다. 


기술 리더십의 본질


그렇다면 '테크 리드'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일단 자신의 일 뿐만 아니라 팀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동료의 프로젝트들을 꿰뚤어 볼 수 있는 안목, 또한 이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동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바로 엔지니어의 말(Language)에서 나온다.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전달하고타인의 업무에 기여하는 것은 모두 엔지니어의 '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동료들과 업무 중 소통하거나, 팀원들과 기술 회의를 하거나, 청중 앞에서 발표를 할 때, 우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가능한 많이 그리고 잘해야 한다. 그렇다고 근거 없이 고집을 피우거나,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필요한 의견을 필요한 시점에서 논리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동료의 일을 돕고, 나아가 전체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에서 출발한 테크 리드의 영향력은 권력관계에 놓여있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해 수평적 관계에서 '말'로써 팀원을 기술적으로 돕는 것이다 (팀원 실무를 해주며 돕는 것이 아니며 그럴 시간도 없다). 팀원이 난제에 빠졌을 때 '말'로써 길을 찾아주고, 팀원이 짠 코드를 리뷰한 뒤 '말'로써 피드백을 주는 등 자신의 시간을 잘게 쪼개서 많은 팀원들에게 폭넓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테크 리드가 이러한 '돕는 리더'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실리콘 밸리의 엔지니어들은 이미 고유의 전문성을 갖고 입사하기 때문에, 자신의 일에 대한 고집과 책임감이 남다르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 해도, 잘못된 방식으로 동료의 프로젝트에 대해 평가하거나 정보를 요구할 시, 자칫 '자신의 일을 뺏으려 한다'라고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눠주는 '도움'의 형식을 띨 때 동료는 기꺼이 마음을 열고 의견에 경청한다. 그리고 기술적으로 나보다 우위에 있고,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박히기 때문에, 테크 리드는 팀원들의 지지를 받는다. 나이와 성별, 직급여부와 무관하게 말이다. 


결국 엔지니어링 매니저, 테크 리드 모두 팀원을 돕는 사람들이다. 매니저는 팀원의 커리어 성장을 돕고, 테크 리드는 팀원의 프로젝트를 '말'을 통해 돕는다. 그리고 이러한 팀원을 돕는 리더십이 살아있는 팀은 빠르게 성장하고 더 많은 성과를 낸다. 팀원의 동기 부여와 자발성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운이 좋게도, 나는 미국으로 건너와 겪어본 두 회사에서 좋은 매니저와 훌륭한 테크 리드들을 만났고, 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다. 다시는 관리자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은 유효하지만, '실무자로 은퇴'하겠다는 결심에 약간의 수정이 가해졌다. 그것은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테크 리드 실무자로 은퇴'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도 노력 중이지만 역시나 쉽지 않다. 바로 '말'로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테크 리드가 되려면, 원어민급 영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번 좌절.



- 예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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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빠 브런치 북/매거진 소개


자기계발/정보전달/칼럼

글로벌 오덕 엔지니어 성장 로드맵 - 한국의 공학도/경력자들을 위한 자기 계발서 (연재중)

미국 오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 미국 진출을 원하는 한국 경력자들을 위한 자기 계발서

미국 연구원과 엔지니어의 길 - 미국 기업 연구원/엔지니어에 대한 정보 전달

실리콘 밸리 북마크 - 실리콘 밸리와 한국의 IT업계를 이야기하는 칼럼


에세이

내일은 실리콘 밸리 - 어느 중년 엔지니어의 곤궁한 실리콘 밸리 이직담 (완).

미국에서 일하니 여전히 행복한가요 - 미국 테크 회사 직장 에세이

미국에서 일하니 행복한가요 - 미국 테크 회사 직장 에세이 (완)

미술관에 또 가고 싶은 아빠 - 미술 + 육아 에세이

미술관으로 간 아빠 - 미술 + 육아 에세이 (완)


교양

미술관에 간 엔지니어 - 그래픽스 전공자 시선으로 바라본 미술사. 교양서.



[1] https://refactoring.fm/p/the-role-of-tech-leads-and-engineering

[2] https://www.patkua.com/blog/the-definition-of-a-tech-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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