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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검 Apr 22. 2023

재미있는 연변말 18탄-귀토

독일에서 출판한 <언어학 및 언어교제공구 문제수책>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이미 밝혀진 언어는 5651가지가 있으며, 그중 2000여 가지만 서면문자가 있다고 한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세계에는 7000 여가지 언어가 있으며, 2주일에 한 가지 정도로 소실된다고 한다.

세종대왕시절에 훈민정음이 훌륭하게 창제한 덕분에, 그리고 외세의 압박 속에서도 문화의 힘으로 국가를 이어온 덕분에 우리말도 그 명맥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같다.

한때 세계를 제패했지만 지금은 사막 한가운데  우두커니 남은 몽골이나, 만주의 변두리에서 중국을 270여 년 호령했던 만족(满族)도 이젠 언어가 없어질 위기에 봉착했다고 한다.


사진 1. 세계의 언어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물론 언어도 약육강식의 정글세계처럼, 그리고 징그러운 인간세계처럼 부익부 빈익빈가 두드러진 영역이기도 한 같다. 낙후하거나, 사용자 수가 적은 언어가 점차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세월 따라 부단히 변화하고 발전하고 그리고 사라지거나 더욱 강대해지는 언어, 나라별로 민족별로 원활한 교류를 위해서는 상대방 언어를 배우거나 최신 IT기술을 접목한 번역기를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언어가 아니다.


정치를 하는 인간들이 번지르르한 얼굴에 민생쇼를 하느라고 카메라 앞에서 소위 "각"을 잡으면서 하층시민들의 코스플레이(cosplay)를 하면서 가끔은 눈물을 소매로 닦고, 혹은 식수(植树)하는 체 나무만 한 그루 달랑 심어놓고 사진만 한 무더기 찍거나,  자선사업이나 민생 행보를 하면서 흘리는 미사려구 혹은 꿀발린 말이 아니고


원시사회 때부터 내려온, 가장 원초적이고 직설적인 인류 교류의 수단-몸짓언어이다. 영어로 바디랭귀지(body language) 혹은 제스처라고도 한다. 극소수 사례만 제외하고는 대부분 문화권에서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몸짓언어 중에서도 가장 단도직입적이고 직설적인 것이 "귀토"이다. 귀토는 연변말로 "귀싸대기"의 방언이다. 가슴속에 철철 넘치는 분노와 불만이 어느 한계를 넘어, 언어로는 해결이 안 될 때  오른손이 상향곡선을 그으면서 빠르게 상대방의 왼쪽빰을 마사지해 주는 서비스가 바로 귀토이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쏴라는 무하마드 알리의 명언처럼,  상대방이 무방비하는 틈을 타서 전광석화처럼 소리까지 짝-하고 나고 얼굴에 손도장이 선명하게 찍힘과 동시에 상대방이 휘청하면 금상첨화다. 이렇게 보면 윌 스미스의 귀토는 진짜  교과서적이다.

상대방이 방심하게 살짝 웃어주고 그다음 태연하게 걸어 나가서 크로스 록이 전혀 상상 못 한 귀토를 날렸으니 말이다.

사진 2.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윌스미스가  크리스 록의 빰을 치고 있다.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아카데미 역사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니 당연히 윌 스미스의 명예 실축되고 세인들의 빈축을 받기도 했다.  


물론 맨손으로 귀토 날리는 것은 정통파라면, 평범함을 거부하는 K 드라마는 귀토의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 가고 있다.


화면도 잡고 시청자들의 이목도 끌어오고 그 통쾌함을 시원하게 날리자면은 새로운 돌파가 필요하다. <복수, 계책, 끈질긴 주인공과 악인의 악연>으로 일관되는 K 드라마 특성상, 어느 정도 암유발 복선을  슬슬 깔다가 시원한 반전이 필요한데 그때부터 다양한 귀토가 당연하다시피 등장한다.

평범한 맨손 귀싸대기가 저물어 갈 무렴, 커피점에서의 생수 싸대기 커피 싸대기, 식당에서의 맥주싸대기와 소주싸대기가 등장하고 끝끝내는  최종버전이 등장한다.


바로 김치 싸대기이다. 김치 생산업체가 고안한 기막힌 PPL광고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효과가 죽인다. 그 시발점이 2014년 7월에 방영된 MBC  아침 드라마 <모두 다 김치>이다. 유하은의 엄마손에 휘두리는 김치에 그동안 묵여 두었던 답답함이 풀리는 가 싶더니,   그 김치가 허공 중을 가르며 임동준의 얼굴을 강타하고 목에 착륙하면서 미끌어져 내리는 순간, 시청자들은 그 유쾌, 상쾌, 통쾌의 시원함과 카타르시스 그리고 은근한 중독성과 모방성도 느낄 수 있었어 좋았을 것이다.  


김치의 영역이 타격분야까지 진격하도록 길을 터준 <모두 다 김치>, K드라마 작가님들의 상상력이 귀토의 새로운 진화를 이뤄나가는 것을 보면서 다음번에는 어떤 더 강한 장면이 나올까 기대된다.    


사진 3. MBC "모두 다 김치"의 명장면,  싸대기 신


K드라마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귀토가 끊임없이 나온 다면, 유럽 같은 경우에는 다른 방향으로 귀토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마치 중세시대 유럽 기사들이  말위에서 검을 들고 결투하는 전통이, 근대에 와서는 화약기술의 발전으로 일정한 거리에서 동시에 총으로 서로 쏘는 "진실의 게임"으로 발전하고, 그것이 현대에 와서 스포츠로 비상한다.  

역시 그 시작은 맹수인 곰도 동네 강아지 고양기 기르듯이 대하는 불곰국의 나라에서 시작되었다. 2019년 러시아에서 진행된 "시베리안 파워쇼(Siberian Power Show)"에서 우지막지한 농부출신의 바실리 카모츠키가 우승함에 따라 그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전 세계 상남자들의 호응과 강한 승부심을 불러일으 켰다. 이에 돈냄새를 맡은 자본이 몰리면서, UFC에서 공식적인 빰 때리기 대회 "파워 슬랩"이 열렸고, 네바다주는  아예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채택하였다. 물론 상남자가 모이면, 걸크래쉬 여자들도 당연히 모여서 이 운동에 뛰여 들었다.


사진 4. 빰 때리기 대회 장면.

출처: 슬랩파이팅챔피언십 유튜브.


귀토치기 운동이 한국에도 진입했다 하니깐, 이 기세로 발전한다면 언젠가는 규범화 표준화를 하여 올림픽종목으로도 채택되지 않을까 싶다.

평화시대 정정당당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운동, 한일전이나 중일전 그리고 영국과 아르헨티나전 러시아와 미국선수의 대결 등등 혹은 평소에 대국에 쥐어터지던 소국 선수들의 강대국 선수들을 귀토 한방에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장면 등등등.

벌써 흥행이 점쳐지지 않은 가?

 

사진 5. 선생님에게 고자질했다고 다른 학생들한테 귀토 당하는 소녀

출처: sina


물론 귀토 자체가 갖고 있는 폭력 중독성과 상대방에 대한 모욕감과 수치심이 학교폭력에 적용되기도 한다. 아세아권에 자주 발생하는데, 소위 일진이라는 인생태도가 삐딱하고 사상이 울퉁불퉁한 학생들이 선호하는데. 보통 카메라가 보이지 않은 어둑한 구석이나 화장실 숙소 등 공간에서 진행되는데, 피해자를 정자세 시키고 귀토를 치는 것이다.

자기에게 불이익을 주었다고 피해자를 때리는 경우도 있지만, 보기만 해도 불쾌해서 지어는 오늘 일진의 기분이 꿀꿀해서 착한 피해자를 때리는 경우가 있다.


미성년자사이에서 멀어진 일이나, 학교에서는 소문이 나서 명예가 실축될까 전전긍긍하고, 피해자는 또 다른 해코지당할까 전전긍긍하고, 가해자는 카메라에 찍힌 지 않으면 안 했다고 잡아떼거나 애비에미의 빽이나 돈지갑을 믿고 기고만장한 경우가 많다.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되었던 정순신 아들놈이 그런 타입인 같다.


사진 6. 서로 날카롭게 쳐다보는 시진핑과 트럼프, 그리고 그 사이 의미심장한  인도총리 모디

출처:  월간 ANDA

일처리에 깔끔한 귀토 대신 말로 상대방을 현혹시키게 하거나 심적으로 굴복시키려는 노력이 있었으니,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한고조(汉高祖) 유방(刘邦)이다. 刘邦은 진시황 이후 한나라를 세워 처음으로 한족의 시발점이 되는 한인(汉人) 기반을 다진 인물로 중국역사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는 사람이다.


동시에 기행을 일삼아 문제를 많이 일으킨 탓에 건달황제라고도 유명하다. 이 인간과 관련된 명언이 많이 있는데, 그중 한마디가 "君子动口不动手"이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군자는 말로 설복하지 하지 손찌검을 하지 않는다란 의미이다.  어렸을 때 배운 것이 적어서 문인을 엄청 싫어했는데, 이 인간이  자기를 모시겠다고 정중한 차림으로 찾아온 유생(儒生)의 모자를 땅에 팽개치고 그 위에 오줌을 싸버리는 추태를 보였으니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史记卷九十七·郦生陆贾列传第三十七, 骑士曰:「沛公不好儒,诸客冠儒冠来者,沛公辄解其冠,溲溺〈六〉其中 ).


군자는 손찌검을 하지 말고 말로 풀어라 했다. 그래서 요즘 정치인들은 말을 그렇게 맛깔나게 잘하는 것일까?

코로나 시작하기 전 어느 홈페이지에서 본 사진이 생각나서 검색해 보았다. 트럼프가 대통령당선된 후에 나온 사진인데, 너무 시국을 재밌게 반영했다. 중국과 미국이 서로 노려 보고 있고 그 사이에 인도가 균형을 맞추면서 어부지리를 챙기는.....


이러한 국면이 언제까지 진행될지는 모른다. 모순이 수면아래서 위로 천천히 떠 오르고 있고 제로섬게임으로 가는 추세라, 언젠가는 누군가 손을 들어 올릴 같다. 마치 윌 스미스가 번개처럼 오른손으로 크리스 록을 갈겼던 것처럼 고요하게 조용하게 그리고 전광석화처럼 말이다.


이외 "귀토"라는 단어에 대해 딸내미한테 물어보니, 요즘 신세대들은 엄청나게 자주 쓴다고 한다.

예를 들면, 달리기 잘하는 친구가 못하는 친구들을 보고 "우리 운동장 몇 바퀴 더 돌까" 하면, 열받은 친구들이  "너, 확 귀토 쳐 줄까"하고 대답해 주는 식이다.  

여기서 "귀토"는 귀싸대기 영역을 넘어서, "너 제정신 있냐" 그리고 "우리 사정도 좀 봐줄래" 등 의미가 있어 보인다. 폭력의 의미에서 새로운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면 "귀토"가 천차만별로 발전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언젠가는 사랑의 귀토도 나올 같고, 목돈을 주고 “귀토 맞기"하거나 "귀토 치기" 하는 직업이 등장할 같고  "귀토 관련" 여러 기네스기록도 나올 같다.

돼지처럼 먹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큰 사업 아이템이 되는 요즘 사회가 아닌가?



이상 재미있는 연변말 18탄-"귀토"입니다.



백검




2023년 4월 22일 오후 3시 9분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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