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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Apr 11. 2024

일상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

[위클리 HR 인사이트] 책 <아직도 가야 할 길> 


삶은 고해다


1. 

책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첫 번째 문장이자, 내 인생 문장 중 하나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불확실했던 시절에 그 책을 읽었다. 인생이 행복이 아닌 고통으로 채워져 있다는 말은, 적어도 내게는 많은 위로가 되었다. '나만 이상한 것이 아니구나'하는 안도감마저 느꼈다.


2. 

경험은 실제가 아니다. 같은 상황도 저마다의 기대에 따라 다르게 경험된다. 맛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어렵게 어렵게 찾아갔다가 실망하기도 하고, 기대감 없이 우연히 들른 가게에서 인생 음식을 맛보기도 한다. 꽃길만 걷고 싶다고 바라는 사람에게 불현듯 찾아오는 사건들은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불행할까?”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반대로 삶 자체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이해하고 수용하면, 순간순간 찾아오는 일상의 순간과 만남들은 경이롭다.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우린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한다.


3. 

몇 년 전, 팀을 이끄는 과정에서 위기가 온 적이 있다. 팀원들의 잇따른 퇴사가 발생했고, 빈 공백을 채워야 하는 것은 내 몫이었다. 해보지 않았던 업무를 배워야 했고, 원래 해야 할 책임은 여전했다. 새로운 팀원을 채용하고 온보딩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팀원이 퇴사하는 혼란을 겪었고, 팀 빌딩이 온전히 끝나기까지는 거의 8개월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나는 '지금까지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이구나'라는 것을 배웠다.


4. 

과거에 나는 팀을 운영한다는 것은 원래 무탈한 것이고, 한 번씩 위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스타트업은 더욱 그렇다. 일상적으로 겪는 상태가 '난리통'이고, 아주 가끔 희한하게 "모든 것이 무탈한 상태"가 찾아온다. '일상'이라는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따라, 내 마음과 대응은 달라진다. 


5. 

평범한 일상을 감사히 여기게 된다. 갑작스러운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당황해하지 않는다. 일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인 양, 평정심을 갖고 하나씩 대응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나누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삶은 행복해야 해" 혹은 "모든 일은 완벽해야 해"처럼 일과 삶을 통제하겠다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어쩌면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저마다의 노력과 고민, 협력으로 일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6. 

물론, 이것은 '고통을 받아들여라.'라는 뜻은 아니며 '기준을 낮추자' 혹은 '체념하라'는 것도 결코 아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은 최소화되어야 하고 소수의 희생이 아닌 구조와 시스템의 관점으로, 문제 해결이 아닌 문제 예방의 관점으로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 마음의 안녕만큼은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되, 인생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일상의 감사함을 순간순간 만끽하는 것만큼은 나 그리고 서로를 위해 필요하지 않을까.



“삶은 고해다. 이것은 삶의 진리 가운데서 가장 위대한 진리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삶은 더 이상 고해가 아니다. 다시 말해 삶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이를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면 삶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다. 왜냐하면 비로소 삶의 문제에 대해 그 해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아침 출근 길에 작성한 글 (20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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