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OD Insights] 넷플릭스<흑백요리사>
1. 최근 <흑백요리사>라는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고 있다. 나는 트렌드에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1편만 잠깐 보려고 했다가 끝까지 보게 될 정도로 매력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는 이 프로그램을 보며, 내가 유심히 본 몇 가지 관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정확히 말하면 숟가락 얻기) 첫 번째는 ‘일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다.
2. 프로그램을 보며 나는 요리사들이 고생도 많이 하고, 신체적으로도 힘들겠지만, 어떤 측면에선 매우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일-성과-피드백 사이클’이 매우 빠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3. 대회에서도 요리사들은 주어진 시간 내에 요리를 완성하고, 심사위원들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이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이 분들은 자신들이 한 일의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구나. 심지어 고객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겠네." 이러한 사이클이 빠르다는 점에서 힘든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직업적인 만족감은 결코 낮지 않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현대인의 대부분은 자신이 하는 일과 의미 있는 성과 간의 간극을 느끼기 때문이다. 일을 해도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4.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이를 불쉿 잡(Bullshit Jobs)이라고 정의했다. 불필요하거나 의미 없는 일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 일을 하면서도 그 직업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실제로 영국인의 3분의 1이 자신의 직업이 세상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지 않는다고 느끼며, 네덜란드 직장인의 40%는 자신의 직업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우리가 단순히 "일자리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5. 나 역시 HR 업무를 하고 있지만, 가끔 "내가 하는 일이 정말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예를 들어, 개발자 역시 자신이 짠 코드가 즉시 프로덕트에 반영되고, 새로운 기능이 고객에게 전달되지만, 그 기능이 고객에게 진정으로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나아가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성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주는 좌절감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직업적 소외의 원인일 수 있다.
6. 이 프로그램과 요리사들의 피드백 과정을 보며, 나는 "어떻게 하면 일과 성과의 피드백 사이클을 빠르고 명확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레몬베이스에선 하나의 기능을 개선할 때, 그것으로 인해 어느 정도 매출이 늘어날지 예상치를 작성하도록 하는데, 그런 식으로 비즈니스 목표와 직접 연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계속 고민해보고 싶은 주제다. 이번은 성과 그리고 일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다음에는 평가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