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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평점 4.9점, 파리의 작은 기념품 가게의 비결

유럽 가족 여행기 in 파리 (2024.05.04)

by 강정욱 Feb 08. 2025

몽쥬 거리와 기념품 가게 


지금까지의 파리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있다면, '납작 복숭아'를 먹지 못한 것이다. 지난번 여행에서 여행 시즌 끝자락의 납작 복숭아를 맛볼 수 있었다면, 이번 여행에선 아쉽게도 그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지나는 길에 마트란 마트는 다 들려서 찾았건만, 복숭아는 없었다. 아내가 몽쥬 약국을 가자고 해서, 나는 근처의 로컬 시장을 검색했다. 적어도 시장이라면 납작 복숭아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시장에 들러 열심히 찾았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어제 작은 가게에서 우연히 마주친 납작 복숭아가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 집에 가는 길에 다시 꼭 들리기로! 



몽쥬 약국에서 치약을 비롯한 이것저것을 구입하고, 아내가 꼭 가고 싶었던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촬영지로 향했다. 오전 내내 비가 와서 춥고 힘들었는데, 다행히도 가는 길이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었다. 예를 들어, 지역 도서관에 들려서 잠깐이나마 책을 보기도 하고, 따뜻하고 맛있는 크레페를 사 먹기도 했다. 


그중에서 최고의 경험은 '기념품 가게'인데, 우연히 들린 가게였음에도 인상이 오래 남았다. 이유는 바로 상점 주인의 열정과 친절함, 서비스 정신이었다. 우리가 가게에 도착하자, 주인은 우릴 환하게 반기면서, 본인 이름은 세바스찬이고, 사진을 마음껏 찍어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우리가 기념품을 고르면, 설명도 해주고 다른 것들을 열심히 보여주기도 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살짝 부담스럽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사람은 정말 이 일을 즐기는구나!"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우린 <2024 프랑스 올림픽> 마스코트 인형을 구입했는데, 결국 함께 사진까지 찍었다. 작은 기념품을 선물로 주셨고, 구글 리뷰를 남겨달라는 말에 OK까지 했다. 가게를 나와 구글 지도를 켜보니 평점이 무려 4.9점이었고, 기념품의 퀄리티도 좋았지만 다들 사장님의 친절함에 감동하는 리뷰가 한가득이었다. 나 또한 태어나 처음으로 구글 리뷰를 작성했다. 똑같은 일이라도 어떤 마음과 진정성있는 자세로 대하느냐에 따라서 경험이 달라진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분이었다. 덕분에 프랑스 여행이 풍성해졌다. 


점심으로 방문한 곳은 오르셰 박물관 근처에 있는 '레장티케흐' 레스토랑인데, 지난번 여행에서 재원이가 에스까르고를 너무 맛있게 먹었던 곳이다. 파리 여행에서 가장 맛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재원이가 좋아했는데, 이번에도 달팽이를 마음껏 먹였다. 분위기도 좋았고, 다른 음식들도 맛있었다. 이후에, 튈르히 공원 근처 안젤리나에서 (그 유명한) 몽블랑과 밤쨈을 구입했고, 공원에서 한입 베어 물었다. 한국인에게 워낙 유명한 곳이라 한국어로 응대해 주는 직원이 기억에 남더라. 몽블랑은 좀 달긴 했는데, 그래도 이 맛을 안 먹고 한국으로 돌아갔다면, 조금은 후회될 것 같았다. 기억에 남는, 특이한 맛과 식감의 경험이었다. 


튈르히 공원을 빠져나와 콩코드 광장으로 가니, 파리 올림픽 준비가 한창이었다. 경기장에서 빠져나와, 도시에서 함께 경기를 한다는 점이 이번 올림픽의 특징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운영이 잘 이뤄진다면야 아주 멋있겠지만 그 과정은 정말 쉽지 않겠단 생각도 들었다. 접근성은 좋겠지만, 워낙 차량도 많고 사람이 많다 보니 사고가 없길 바랄 뿐이다. 논란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는 높게 평가할 만했다.  


집으로 오는 길, 납작 복숭아 가게를 다시 들렸다. 어제 아침에는 가볍게 지나쳤던 곳이지만, 이제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몇 개 남지 않은 복숭아를 간절한 마음으로 구입해서 돌아왔다. 어제 사놓은 삼겹살을 구워 먹었고, 후식으로 먹은 복숭아까지, 완벽한 저녁이었다. 밖으로 센강과 에펠탑을 바라보며 먹는 삼겹살이라니, 어찌 맛이 없을 수 있을까? 그렇게 파리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일은 런던으로 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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