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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Apr 24. 2016

‘나이’에 대한 나의 ‘무지’를 사죄.

나이가 뭐길래, 세월이 뭐길래.


 문득,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 정말 꽉 막히고 무지한 사람이구나..’ 그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이런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바로 어제, 글을 썼다. 태어나는 모습부터, 성장하는 순간순간을 봐오며 가깝게 지낸 사촌동생이 이젠 나도 다 컸다며 예전처럼 뽀뽀 같은 스킨십을 하는 건 어색하다고 한 말이 너무 상처였다고. 그렇게 글을 썼다. 그런데, 당장 어제 그렇게 쓴 글인데, 지금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정말 얼굴이 곧 터져 버릴 정도로 새빨개질 만큼 너무나 창피했다. 당장 바로 어제 그렇게 글을 쓴 나 자신인데, 내가 쓴 글인데 떳떳하지가 못했다.


 난, 정말 꽉 막힌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사실 열다섯, 열일곱의 동생들이 물론 아직 어린 나이긴 하지만, 신체적으로는 거의 성인과 비슷할 정도로 많이 성장한 나이고, 그렇다면 나는 당연히 그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야 하는 건데, 다른 이유도 아니고 단지 동생들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중학생 2학년, 고등학생 1학년인 동생들을 지금도 여전히 ‘갓난아기’로 생각하고, 그렇게 대하고 있었던 거다.

 태어나는 순간에도 봤고, 성장 과정을 다 봐왔으니, 지금도 어리게 느껴진다고. 또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여서, 보기만 해도 귀여워 보여서 안아주고 싶고 쓰다듬어주고 싶어서 그랬다고. 사촌언니, 누나의 입장에서 얼마나 동생들이 예뻐 보였으면 그랬겠냐고, 그렇게 해명하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휴. 말이 안 되나 보다. 이젠 나도 다 컸다고 말하는 상대를, “넌 아무리 그래도 내가 보기엔 지금도 여전히 갓난아기야.”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해버리는 건, 웃기는 일이다. 생각이 부족한 일이다.

 단지 내가 동생들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을 여전히 갓난아기로 생각하며, 나보다 키도 더 크고 힘도 더 센, 중학생 남동생을 ‘우쭈쭈~우리 아기~’하며 대했던 건, 내가 너무 생각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휴..


 이런 생각을 왜 이렇게까지 깊게 하게 됐느냐. 나 자신도 몰랐던 내 안의 ‘꽉 막힌 생각’을 오늘에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몰랐다. 몰랐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리면, 단지 나이가 1살이라도 어리면, 나보다 어리다는 이유 그 하나만으로, 무조건 “아~귀엽다~정말 귀엽다!” 어쩔 줄을 몰라하며 완전히 아기 취급을 해왔던 것이다. 지금 이렇게 이런 나 자신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너무나 부끄럽다. 말하기도 싫다. 창피하다, 정말. 그나마 변명을 해보자면, 워낙에 아기와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랬다고 말하고 싶다. 뭐, 그나마 다행인건 동생들이 그걸 싫어하는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냥 이젠 뽀뽀하는건 좀 쑥스럽다고 말했다.

 ‘나이’ 하나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무지하고 생각이 부족한 일인지를 모르는 건가, 나는. 지금도, 벌써부터 이렇게 나이 하나로 사람을 판단하고 생각하는데,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어가면 난 정말 완전히 ‘꽉 막힌 사람’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싶지 않다. 정말.. 그러기 싫다. 나이가 들어가도 지금의 생각 그대로이고 싶다.   

 어제 글을 읽으면서 감탄을 하며 읽은 글이 있다. 결혼을 하고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아내분과 함께 주말에 서점을 가시고, 여전히 아내분을 많이 사랑한다고 하시던 작가님의 글. 시간이 흘러 내가 40대가 되었을 때, 저렇게 아름답게 빛나는 부부의 모습이고 싶다는 소망이 들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나이 든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대로 주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하셨던 작가님의 말씀에, 나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저 생각 정도가 아니라, 정말 진지하게.

 나, 정말. 많이 부족한 사람. 맞다. 인정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부족하다는 걸 내가 잘 알고 있고, 인정하고 있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고치려는 의지가 있다는 거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앞으로 정말, ‘나이’가 나보다 어리다는 이유 하나로 무조건 귀여운 갓난아기처럼 대하던 그런 과거의 행동은 고쳐야겠다.


 아, 정말 고치고 싶긴 한데, 그런데 사실, 아기나 유치원생들을 보면 정말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는데, 모르겠다 정말. 그래. 초등학생까지는 아직 많이 어린 나이가 맞으니, 괜찮지만. 중학생부터는 무조건 아이처럼 대하지는 말자. 그래. 그러자. 고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 하나로 무조건 갓난아기처럼 대하는 이상한 습관. 그거 하나는 고치도록 하자.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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