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만 봐도, 웃음만 봐도, 그때의 우리가
Q.
이별 후에 사진을 두나요, 아니면 지우나요?
A.
저는 전자에요
이별 후에 사진을 잠시 두죠
그 잠시는 마음에 따라서 길어지고
어쩌면 둔다기보다 지우지 못한다는 게 더 정확하겠지만
우리가 완전히 공기 속에 사라져 버리는 게 이상해서
아직 마음이 그러길 원하지 않아서
그래서 이별 후에 사진을 잠시 두죠
예전처럼 꺼내보지 않도록 애써 노력을 해야 하지만요
그러다 얼마 전 우리가 여전히 만나고 있었더라면
오랜 시간을 같이했겠구나 한 날
결국 집으로 가던 버스 안에서 그때의 사진을 꺼내 보다
한 장, 한 장 지웠어요
아직도 이러고 있는 게 미련해 보여서
놓지 못하고, 잡고 있는 게
너무 미련해 보여서
대신 몇 장은 남기고요
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냥, 사진이 잘 나왔으니까
우리가 잘 나왔으니까 몇 장은 되겠지... 하고
그러다 결국 다 못 지웠네요
사진의 힘은 대단해요
그 시간과 감정마저 다 담아버리니
움직이지 않는 평면 그림일 뿐인데,
언제 그 기억과 마음들을 다 담았는지
눈빛만 봐도
웃음만 봐도
그때 우리가
서로에 대해 품었던 마음이 한 잎, 한 잎 느껴질 만큼
영원할 수 없는 사랑의 약속 앞에서
영원하게 남겨지는 순간을 담아내며
글 & 사진. 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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