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아직도, 그렇다
낯선 곳으로 여행 와서 느낀 점 하나, 둘, 셋...
-하루 됐는데 집이 그립다
-내 침대가 그립다
-내 책상이 그립다
-내 노트북이 그립다
-한국 지하철이 그립다
-한국 인터넷이 그립다
-건조한 거 같다
-수분크림으로 해결이 안 된다
-집에서 수분젤 안 들고 온 거 많이 후회된다
-다음에는 꼭 들고 다녀야겠다
-한국 관광객이 많다
-한국 커플들도 많다
-사랑은 어디에서든 공통의 언어이다
-사랑하는 저들은 행복해 보인다
-생각보다 글 쓰는 게 그립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아무래도 집순이 운명인 거 같다
-가까운 곳에서의 3박 4일도 이러니
한 달 배낭여행은 미뤄야 할듯하다
-아무래도 길 건너 할머니 집 가는 게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여행인 거 같다
-별이 보고 싶다 (할머니네 집 강아지)
-근데 별이는 내가 보고 싶을까?
-설마 오늘은 와서 귀찮게 안 했다고
좋아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내가 몰래 먹을 거 얼마나 줬는데 그럴 리가 없어
-근데 내가 안 와서 심심해하려나
-별이는 내 생각을 하긴 할까?
-너도 내 생각을 하긴 할까
-너는 내가 보고 싶을까
-나는 네가 보고 싶다
-여기 오니 손발이 더 차갑다
-수면 양말이 그립다
-네가 따뜻하게 손 잡아 주던 게 그립다
-그러다 네 손마저 얼었다며
투덜대던 것도 그립다
-핸드폰 지문인식 안 된다고
그러던 너도 그립다
-투덜대면서도 꼭 잡아준 너라서
-어쩌겠냐 네가 좋아하던 사람이
손이 그렇게 차가워도
손 잡고 걷는 걸 그렇게 좋아했는데
-투덜대면서도 꼭 잡아준 너니까
-네가 그립다
-짜증 난다 왜 네가 그립냐
-새로운 곳, 낯선 곳으로 오면
네 생각이 안 날 줄 알았다
-그래서 익숙한 곳
너와 함께 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만
걱정하고 있었다
-근데 내가 틀렸다
-낯선 곳에서도 익숙했던 네가 그립다
-낯선 곳일수록 익숙했던 네가 더 그립다
-네 손을 잡고 걷던 그때가 그립다
-그냥 네가 그립다
-여전히, 아직도, 그렇다
-낯선 곳으로 가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 더하다
-너와 가지 않았던 곳을 가도
너와 마치 함께 했던 것처럼
네 기억이 살아난다
네 모습이 생각난다
-짜증 난다
-꿈에 좀 그만 나와라
-나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냐
-나도 좋은 사람 만나서 멋진 곳 여행하며
행복하게 살자
-아니면 네가 다시 올래?
-말해봐 너도 내가 그립잖아
-그렇잖아
-그렇잖아
글. 문작가
@moonjakga on Instagram
사진. 홍작가
@d.yjhong on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