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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닙 Oct 14. 2016

2월의 이탈리아 | 스키폴 공항 경유

하지만 공항 구경보다 중요한 건 출국심사!

여행 어디로 가?

이탈리아요.

오, 로마?

아뇨, 피렌체.

피렌체에도 공항이 있어?


있다. 작은 공항이라 경유를 해야만 한다. 나는 KLM 네덜란드 항공을 탔기 때문에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5시간을 대기했다. 새벽에 출발한 비행기는 암스테르담에도 새벽에 도착했다.




이른 6시, 공항 2층 맥도날드 앞 라운지에 주저앉았다. 나처럼 일행 없는 몇몇 유럽 사람들이 피로에 젖은 얼굴로 맥도날드 조명이 켜지길 기다리고 있다. 잠시 뒤 주문을 받으러 직원이 나타난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의 첫 유로화 지출은 햄버거가 아니었다. 굉장히 동양적인 것에 써버렸다. 2.85유로짜리 뜨거운 녹차. 뱃속에 딱딱하게 굳은 기내식을 공항 화장실로 보내고(...) 속을 달래느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앞으로 여행 중에 절대 또 체하지 않게 조심해야지.


맥도날드의 천장 조명. 한글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돼 있다. (기분 탓인가?)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맥도날드 천장을 한참 바라봤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음식'을 써놨다. 글자로 조명을 만들다니, 센스 넘친다.


7시, 조용했던 공항 전체가 순식간에 바글바글해진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더 붐빈다. 그러니까 출국심사는 미리미리 해야 한다. 꼭. 안 그러면 아주 오래오래오래 기다려야 한다. 제발. 미리미리. 반드시. 꼭. 공항 구경보다 출국심사가 더 중요하다.


새벽 6시 경. 한적하니 좋다. 한 시간 뒤엔 여기가 꽉 찬다.


공항은 1, 2층으로 돼 있다. 건물 가장자리를 따라서만 2층을 만들고 천장이 높게 뚫려서, 작은 공간이 커 보이는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사진 가운데는 1층 중앙 라운지라 보면 되고, 오른쪽 구석에 보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맥도날드가 있다.


위 사진에서, 가운데보다 약간 위쪽을 보면 빨간 점선이 그려진 하얀 벽이 있다. 바로 그곳에서, 튤립 구근이나 스트룹 와플(Stroop Wafel) 등 네덜란드 특산품들을 판다.


스트룹 와플은 진리다!


엄청 달고 엄청 맛있다. 딱딱하게 굳은 캐러멜이 와플 과자 사이에 껴 있다. 2011년에 교환학생 때 처음 먹어보고 반했는데 다시 보니 반가워서 냉큼 시식했다. 맛이 진하다. 한 조각 더 먹었다.


요즘엔 우리나라에도 많이 수입되는데, 그래도 나는 원조가 좋다. 깊고 진하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이 과자를 먹는 방법이 있다. 뜨거운 커피잔 위에 뚜껑처럼 올려놓고, 수증기에 약간 녹여서 말랑말랑하게 만든다. 부드럽게 입 안에서 녹는다. 나는 단단한 걸 좋아하니까, 그냥 막 먹는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다디단 디저트다.



지금 이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체한 것도 잊고 과자를 먹어버렸다. 단 거 먹고 기분 좋아져서, 면세점에서 하리보를 만지작거리고 서점도 열심히 둘러봤다. 아쉽게도 그 유명하다는 공항 내 미술관은 못 가봤다. 당시에 몰랐다. 램브란트를 어마어마하게 좋아하는데. 참고로 <The Nightwatch>는 내가 실제로 본 명화 원작 중 가장 전율을 일으키게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에 있다. 아무튼, 다음에 스키폴 공항에 가게 된다면 미술관도 꼭 들러야지.



앞서 잠깐 말했던 출국 심사. 어디 가냐고 묻고 여권에 도장 찍는 그것. 와우 그게 진짜 엄청나게 오래 걸린다. 스키폴 공항이 작아선지, 심사가 워낙 엄격해선지 모르겠지만 오전 8~9시였는데도 북새통이다.


그 틈을 타 사람들은 두리번거리며 슬금슬금 새치기를 한다! 서양인도 뭐 질서 안 지키는 사람은 다 있더라. 흑인 백인 동양인 너나 할 것 없이 다 한다.


라인을 길게 안 그어놓은 게 문제다. 사람이 많아지면 그에 맞게 ㄹ자로 구분선을 길게 늘여줘야 하는데, 그게 없다.


공항 직원들이 끊임없이 외친다.

"Line Please! EU to the right, Others to the left!" 


비행기 시간이 임박한 사람들을 먼저 들여보내 줘야 하니까 이렇게도 외친다.

"어느 어느 도시로 가는 사람들은 이쪽으로 오세요! Departure time이 땡땡 시 땡땡 분인 사람들은 이쪽으로 오세요!"(물론 영어로)


아주 비효율적이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암스테르담에서 피렌체로 가는 작은 비행기 탑승. 의자가 오히려 더 푹신하다. 간격도 더 넓고. 역시나 맛있는 간식도 준다. 초코 파운드케이크인데 홍차랑 마시니 꿀맛이다. 얼른 쉬고 싶다.




드디어 주저리주저리 에필로그 끝. 다음 글부터는 진짜 이탈리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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