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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탄쟁이 Apr 02. 2024

사랑과 우정, 더 중요한 것은

연애*사랑*결혼

한 녀석이 그런 질문을 하더라. "너는 사랑과 우정 중에 하나만 택하라고 한다면 뭘 택할래?"
상당히 어이가 없었다. 여자친구가 있는 이놈이 지금 나한테 염장을 지르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굉장히 짜증이 났지만,
"사랑과 우정이 같애? 아니 왜 꼭 하나만 택해야 하는 거야. 사랑은 사랑 나름대로 소중하고 우정은 우정 나름대로 소중한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주저 없이 사랑이라고 대답했다.

옆에서 날 기다리는 건 어이없다는 그놈 표정. 
"야 너와 나의 우정이 이 정도밖에 안 됐다니 정말 실망이다." 
"친구는 나중에 만나도 되지만 니가 사랑하는 사람은 잘 챙겨줘야 되는 거 아니냐? 그 사람과 사랑하는 순간 중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어딨냐?" "
그럼 우정은 뭐 삐리리냐?"

저것이 여자친구가 있는 녀석의 입에서 나올 만한 소리란 말인가.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나 때문에 여자친구 만날 약속까지 미뤘댄다.
아니 누가 미루라고 옆에서 고사를 지냈냐고 지가 밀어놓고서 왜 나한테 우정먼저 안 챙긴다고 난리삼?

상당히 어처구니가 없었다. 식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나 잘못한 거야?




이 질문 자체가 우문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랑과 우정은 분리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정도 일종의 사랑입니다. 

남남 간의 남녀 간의 다 사랑이지만, 사랑 중에 이제 애로스적인.. 므흣한 사랑이 있고, 샤방한 사랑이 있잖아요 그죠? 이 므흣한 사랑하고 샤방한 사랑 가운데서 남남 간의 사랑 중에서도 샤방한 사랑이 있고, 남남 간에도 물론 므흣한 사랑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남남 간에 샤방한 사랑에 대해서 우리는 우정이라고 이야기하고. 남녀 간에 대해서도 샤방한 것은 우정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또 다른 말로는 플라토닉 러브라고 표현하기도 한단 말입니다?


게다가 사랑을 하다가 사랑의 속성이 변하여 우정만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꽃이 다 시든 다음에 뼈대가 남아서 그것이 그나마 세월은 또 오래 지냈기 때문에 뿌리는 더 깊이 내려서 나무 자체는 더 튼튼해진 거예요. 줄기도 굵어지고. 그래서 우정은 더 튼튼해졌는데, 이 사이를 알록달록 수놓고 주위에 풍경마저도 모두 다른 세상으로 보이게 만들어주던 그 사랑의 꽃들은 다 졌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이제 우리는 우정만 남았다고 이야기를 할 경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정만 남은 상태에서 많은 커플들이 그것을 사랑이라고 간주하고 또 사랑이 아직 식지 않은 것이라 여기며 계속 가기도 합니다. 


또 우정의 나무를 같이 한 삽 떠가지고서 즐겁게 둘이 심었는데, 거기서 그냥 나무가 자라는 즐거움만을 보려고 했는데 아 갑자기 이 므흣한 꽃들이 막 피어나면서 우정 위에 사랑이라는 껍데기가 씌워져 가지고 또 다른 모습으로 될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고 우정하고 이 유치한 질문은 이제 그 얘기죠,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 질문인데 대부분 뭐냐면, 자기랑 동성인 친구들이랑 같이 놀다가 그 친구가 이성인 친구가 생겼을 때, 우리끼리 논다 했는데 자꾸 저쪽으로 빠질려그럴때 '야 넌 사랑이 중요하냐 우정이 중요하냐'라고 얘기를 하는데, 비교할 걸 비교를 해야지요. 



@2006.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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