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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to Positive Dec 14. 2017

퇴사후 #23 너는 두려워하고 있는가

때때로 마주하는 불편함

평상시 포멀한 룩을 고수하던 그녀. 요사이 캐주얼한 점퍼가 필요하다는 말을 곧잘 했다. 드디어 새로운 녀석이 공개됐다. 점퍼 따위인데 포스가 남다르다. 이윽고 가격이 공개된다. 20% 할인해 120만원. 귀를 의심했다. “네? 120만원이요?” 질문은 했지만 금세 납득이 간다. 그녀라면, 그녀라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옆에 있는 또 다른 그녀가 말한다. “최소 100만원은 줘야 몇년은 입죠.”


씁쓸하다. 그냥 난 120만원주고 점퍼를 살 여유가 안 되는 것뿐이다. 갑자기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걸 생각하게 된다. 내가 이제껏 보고 경험했던 ‘격차’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필리핀에서 살았을  나를 꾸준히 놀라게 하던 광경부터 떠오른다. 백인 할아버지와 ‘부인’인지 ‘유모’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현지 여성. 불편한 이들의 조합은 점점 익숙한 풍경이 됐다. 리조트가 몰려 있는 화려한 거리에 뒤엉켜 있는 빈민촌. 빈민촌을 지나 도착해 들어갔던 주지사의 화려한 궁전 같던 사무실도 생생하다.   


화려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아래 세미 정장을 빼입은 사람들. 그리고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노래 소리. 여유가 넘치는 웃음소리.  화려한 분위기에서 빠져나와 돌아간 곳. 방 2개 있는 집에 메이트가 7명. 말로만 듣던 ‘거실 쉐어’가 눈앞에서 이뤄진다. 둘이서 쓰는 방인데 인당 50만원 내고 사는 열악함.


추운 날. 성한 곳 하나 없어 보이는 할아버지.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간다. 방금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데,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택배 박스를 힘겹게 모으고 있다. 회사를 관두고 꽤 오랜 시간 ‘프리랜서’로 살아온 그녀의 말이 떠오른다. “남일 같지가 않아요. 나의 미래가 될 수 있단 생각이 들어요. 회사 다닐 때보다 행복하냐고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다만 예전보단 불행하지 않아요. 불행하지 않으니까 난 괜찮은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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