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우리가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을까, <내 사랑>
우리의 모든 찌질함보다 모든 위대함이 내면의 두려움으로부터 발화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조금 위로가 된다. 우리는 그렇게 매 순간마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한 발자국씩 내딛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보면. 주변을 맴도는 우주들에게도 할 말은 있다. 누구나 동화 같은 사랑을 하진 못한다. 우리는 그렇게 알면서도 모르고 살게 되는 거겠지. 오랜 사소함으로 만든 습관이 두려움을 희석시키고 그렇게 우린 서로를 더 능숙하게 잘 때리게 되고. 완전한 우주끼리 만나는 일은 예상한 만큼 아름답지만 불완전한 두 우주가 충돌할 때 생기는 경이로움에 비할 바는 아닌 것 같다. 인생 전부가 액자 속에 있다는 건 바라보는 바깥에서나 가능한 일. 무채색이 익숙했던 건 내가 그것을 잘 알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색을 몰랐기 때문이었고, 그러니까 나는 조금씩 꽃과 나비로 주변이 채색되고 있음을 눈치챌 리 없었다. 둘은 그렇게 완전했는데 왜 난 우리가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을까. 이렇게나 사랑해 놓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