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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쓰 Jan 24. 2021

믿음을 검으로 의심을 방패로

불신의 구덩이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면, <메기>

#메기 #믿음을검으로의심을방패로

뭔가 부풀리고 있는 것들을 나는 자비없이 대하곤 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이제 진실을 말해봐. 모욕을 당할까 두려워 큰 바늘을 은장도처럼 지니고 다니면서 모순의 팽창을 정의의 협객이라도 된 양 지나치질 않았다. 상대가 상처받지 않길 바랐던 건 사실이지만 아프든지 말든지 상관이 없던 것도 사실이다. 미안해. 난 널 위하는 마음에. (날 위한 마음이 더 크긴 하지만) 아홉 스푼의 믿음에 한 스푼의 의심이 첨가되었다고 해서 믿음이 되는 게 아니라는 현실은 좀 억울하다. 완전히 믿는 자에게 평화가 찾아올 리도 없는데, 의심 좀 하면 어때서. 싱크홀은 그렇게 늘 커져만 간다. 구덩이에 빠졌을 때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내가 빠진 게 아니니까! 메기는 다른 의심자들처럼 사랑스럽고 유일하게 정직하지만 말은 할 수 없다. 나는 메기가 되지 못할 것이다. 불신의 구덩이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면 예뻐지기라도 해야겠지. 당장 이만큼 사랑스러워지는 수밖에 없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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